문병호 교수, 라틴어 최종판 직역 … 방대한 원문 문맥 살리는 신학적 번역 신뢰 더해

총신대신대원에서 조직신학을 가르치는 문병호 교수가 위대한 종교개혁가 칼빈의 <기독교강요>(생명의말씀사 간)를 번역했다. 이 책은 1559년 발간한 <기독교강요> 라틴어 최종판을 직역한 것이다.

그동안 <기독교강요>는 여타 신학자들이 수차례 역서를 발간했으나 이번 문 교수의 완역본은 여러모로 독특하고 기념비적인 의미가 있다. 우선 책을 받아들면 총 4권 80장 1277절, 페이지로 환산하면 3000쪽 이상이 되는 방대한 분량과 컬러풀한 디자인이 시각을 압도한다. 칼빈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고 평생 칼빈신학만 전수해 온 역자의 이름 역시 책에 대한 신뢰감을 갖게 해준다.

“하나님께 영광을 돌립니다. 개인적으로는 너무나 기쁩니다. 불가능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면서 도전했던 두 가지 사업이 이뤄졌기 때문입니다. 첫째는 2016년 <기독론>(생명의말씀사)을 집필을 마친 것이었고 둘째는 이번에 <기독교강요> 번역한 것입니다.”

문 교수는 “특히 <기독교강요> 라틴어 직역은 제 일생의 염원이었다”면서 “1100쪽에 달하는 원서를 번역하는 데 페이지당 5시간 정도 걸렸으며 본격적으로 번역을 시작한 2011년부터 따져보면 약 7000시간을 이 작업에 쏟았다”고 회상했다.

문 교수가 번역한 <기독교강요>에는 뛰어난 특징들이 있다. 첫째 먼저 원문에 매우 충실한 자구적 번역을 했다. 외국어, 특히 영어나 라틴어는 명사가 풍부한데 언어의 이해가 부족한 번역자의 경우 각기 다른 명사임에도 불구하고 동일한 한국어 단어로만 번역을 반복하기가 쉽다. 그러나 문 교수는 이런 한계를 뛰어넘어 라틴어 단어들 각각에 맞는 한국어 단어를 찾아내어 번역했다. 명사 뿐만 아니라 접속사나 전치사까지도 놓치지 않고 바르게 번역해서 원전의 깊이를 맛볼 수 있게 했다.

둘째 문맥을 살리는 신학적 번역을 했다. 외국어를 자구대로만 직역하면 타문화권 사람들에게 의미가 빨리 와 닿지 않을 수 있기에 문 교수는 문맥을 정확히 파악하고 문맥에 맞게 번역하는 노력을 기울였다. 자구적 번역과 문맥을 동시에 살리는 번역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이지만 문 교수의 경우, 평생 칼빈신학을 가르치고 강의와 저술활동에 참여하면서 현장의 수많은 피드백을 받아왔기에 훌륭한 균형을 만들어냈다.

셋째 이해의 깊이를 더하는 엄청난 수의 각주와 각 장별로 직접 붙인 절들의 제목 역시 책의 신뢰를 더해준다. 이번 <기독교강요>의 각주는 무려 5200여개다. 보통 각주라면 본문에 인용된 원전의 제목을 소개하는 정도인데 이 책에서의 각주는 그 자체로 신학적 이해를 얻을 수 있을 정도로 설명을 더했다. 또 원전 <기독교강요>에 실려 있는 각주를 그대로 옮긴 차원이 아니라 올해 발간된 국내외 자료까지 번역작업을 위해 실었다. 저자의 꼼꼼하고 성실한 학문적 자세가 두드러지는 부분이다.

이번 역서에 붙인 1277절의 제목 역시 압권이다. 보통 절의 제목은 해당 절에 등장하는 주요 단어를 끄집어 내놓는 경우가 많은데 이 책의 제목들은 그것만 읽어도 <기독교강요> 전체 내용을 파악할 수 있을 정도로 자세하다. 뿐만 아니라 책 서두에 나오는 70쪽에 달하는 역자 서문도 눈에 띄는데 이 부분만 읽어도 칼빈의 생애와 신학을 이해하기에 충분하다.

“<기독교강요>는 간결성과 유용성을 가지고 있어 신앙에 큰 유익을 줍니다. 이번 기회에 어렵다는 편견을 깨고 <기독교강요>의 깊은 세계에 빠져보십시오. 특별히 목회자들에게 일독을 권하고 싶습니다. 교훈적이며 고백적이며 변증적인 <기독교강요>를 읽어낸다면 영감있고 분별력있고 힘있는 설교를 하실 수 있을 것입니다.”

또 문 교수는 “일반 성도들도 <기독교강요>를 곁에 두고 묵상의 교본으로 삼고 성경의 보화를 캐내는 기쁨을 맛보았으면 좋겠다"면서 "칼빈은 뛰어난 조직신학자이며 정연한 논리를 갖고 있기에 그가 사용한 용어와 개념을 잘 정리한 이 책으로 칼빈에게 다가갈 수 있다고 확신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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