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7회 전국목사장로기도회] 폐회예배 설교 / 소명을 회복하여 몸을 세우라 (사 6:6~8)

21세기는 영성의 시대입니다. 일찍이 독일 튀빙겐대학교 한스 큉 교수는 “21세기, 즉 미래로 갈수록 현대인은 기존 교회에 대해서는 저항하고 거부감을 갖는 경향이 많이 나타날 것이다. 하지만 하나님을 향한 신심과 종교적 욕구, 영성에 대한 갈망은 더 커질 것이다”라고 예측했습니다. 그의 예측은 정확했습니다. 우리 한국교회 현실을 보더라도 전통 교회나 제도적 교회에 대한 현대인들의 부정적 반항감은 날이 갈수록 강해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지금 한국교회는 전통적으로 물려받은 목회의 매뉴얼에 의해서만 작동되고 있습니다. 누구나 다 매뉴얼대로 주일예배를 드리고 수요예배와 새벽기도를 드립니다. 문제는 이제 그 매뉴얼 속 엔진의 동력이 다 떨어져 버렸다는 사실입니다. 한국교회가 되살아나기 위해서는 성령 충만해야 합니다. 성령 충만은 우리 안에서 풍성한 영성으로 나타납니다. 그리고 영성의 가장 기본이자 근간을 이루는 것이 소명의 영성입니다.

소명이 우리의 선택에 의해서 시작되었다면 정말 별 볼 일 없을 것입니다. 그런데 우리의 선택이 아니라 하나님의 선택입니다. 하나님의 불가항력적 은혜로 된 것입니다. 성경을 보면 하나님 앞에 부름 받은 사람들이 처음에는 다 거절을 하고 항거를 하였습니다. 모세가 그랬고 기드온이 그랬으며 예레미야와 에스겔이 그랬습니다.

이사야 또한 자신이야말로 입술이 부정하고 말을 못한다고 하며 하나님의 부름 앞에 거절을 하였습니다. 그러자 하나님께서 천사를 시켜서 화로로 핀 숯불을 가져다가 입술을 지져버립니다. 그리고 가슴 속에 성령의 불을 넣어줍니다. 그러니까 이사야가 도저히 가슴이 뜨거워서 견딜 수가 없습니다. 그 불가항력적인 은혜 앞에 이사야가 고백합니다. “내가 여기 있나이다, 나를 보내소서!”

우리가 다 처음에 장로님 될 때는 이런 부르심의 감격이 넘쳤고, 목사님들도 소명을 받고 신학교에 입학할 때는 얼마나 가슴이 뜨거웠습니까? 신학교를 졸업하고 목사 안수를 받을 때도 얼마나 처음 사랑과 감격, 열정으로 가득하였습니까? 그런데 세월이 흐르고 나니 우리 안에 소명의 감격이 식어져 버렸습니다. 그때부터 우리 안에 있는 뜨거운 감격, 열정은 사그라들고 매너리즘에 빠지게 된 것입니다.

오늘날 한국교회를 먹칠하고 파괴하는 사람들이 누구입니까? 다 소명의 감격을 잃어버린 정치꾼들입니다. 소명감이 녹슬면 자기 명예와 교권욕의 노예가 되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오로지 우리 안에 소명의 영성을 회복하고 교회를 세우고 또 세워야 합니다.

초대교회는 이런 영성이 철철 흘러넘쳤습니다. 소명의 영성이 펄펄 끓는 물처럼 가슴 속에서 끓어올랐습니다. 그래서 교회에 핍박이 오면 올수록 더 하나님을 가까이하고 잘 섬겼습니다. 특별히 로마 시대의 박해가 얼마나 심했는지 우리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습니다.

수많은 박해가 지나고 로마 교회에 평화시대가 도래했습니다. 그러나 기독교가 공인된 후, 교회 지도자들이 교권과 세속적 권력의 맛을 보기 시작했습니다. 로마 정권과 적절하게 타협을 하며 신앙생활을 했던 사람들이 교권을 장악하고 세속적 권력으로 접근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자 정말 죽기를 각오하고 신앙의 정절을 지킨 사람들이 세속적인 교회를 등지고 사막으로 떠나버렸습니다.

바로 그들이 사막의 은수자들입니다. 그들은 하나님이 부르신 소명의 감격과 신앙의 순결성을 지키기 위해서 사막의 깊은 동굴에 들어가 은둔을 하며 고행을 했습니다. 동굴에서 수행이 잘 안 되는 사람들은 절벽으로 올라갔습니다. 거기서 비바람이 몰아치면 그것을 다 맞고, 뜨거운 날에는 불타는 태양빛을 다 받으며 하루하루 고행을 한 것입니다. 절벽 가지고도 안 되는 사람은 나무에 올라가서 수행을 했다고 합니다. 왜 그들은 이렇게 했습니까? 세속적 신앙을 차단하고 소명의 감격과 신앙의 순결성을 지키기 위해서였습니다. 그런 수도자들 앞에는 수많은 제자들이 모였고, 설교를 듣고 구원 받고 병 고침을 받았다고 합니다.

오늘날 한국교회는 어떻습니까? 그렇게 예배당을 잘 짓고 시설을 잘해 놓아도 사람들이 오지 않습니다. 오히려 오늘날 지성인들과 젊은이들은 목회자들의 설교를 꼰대들의 이야기로 치부해 버리고 맙니다.

이 시대에 하나님께서는 교회를 세우기 위해 우리 목사님들과 장로님들을 불러 주셨습니다. 우리가 먼저 부르심의 감격을 회복합시다. 소명의 영성을 회복하고 지켜 나갑시다. 소명의 감격이 가득한 사람은 교회를 세우지만 소명의 감격을 잃어버린 자는 교회 파괴자가 된다는 사실을 알아야 합니다. 부르심의 감격과 소명의 영성으로 교회를 세우고 총회를 세우는 여러분이 되시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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