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도영 〈빅퍼즐 문화연구소 소장〉

“유인원은 함께하면 강하다!” 유인원을 통솔하는 영화의 주인공 시저의 핵심 사상이다. 1969년도에 한국에서 개봉해 많은 사람에게 반전의 충격을 안겨줬던 영화 <혹성탈출>은 2011년에 리부트를 성공적으로 시작하여 2017년 <혹성탈출: 종의 전쟁>을 끝으로 트릴리지의 긴 여정에 마침표를 찍었다.

이 시리즈에는 인간처럼 진화한 유인원이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회가 거듭할수록 진화하는 유인원과 시미안 플루라는 바이러스로 인해 점차 퇴화하는 인간의 모습을 두려움이라는 근원적인 감정을 중심으로 잘 대비해 놓는다. 인류의 멸망이라는 절체절명의 위기 속에서 인간은 유인원과 대치하지 않고 과연 공존할 수 있을까?

극 중에서 이름도 부여받지 못한 채 그저 ‘대령’이라는 직책으로만 남아있는 인간의 리더는 유인원을 절대로 인간으로 인정할 수 없다. 대대로 인간은 역전의 두려움에 휩싸여 있다. 신을 절대자의 위치에 상정해놓고 그 어떤 존재도 그 자리를 위협하지 못하게 지켰던 것은 인간이 신 다음에 위치한 자신의 자리를 공고히 하려는 욕망이 깊게 숨어있다.

영화의 시리즈는 그 마지막 편에 가서 우리에게 아주 새로운 캐릭터를 소개한다. 노바 (NOVA)라는 이름의 어린 소녀이다. 라틴어로 새로움이라는 뜻의 이름을 가진 그녀 역시 바이러스에 걸려 퇴화의 징후로 말을 못 하지만 인간다움의 모습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부모를 잃은 그녀는 유인원에 의해 입양되고 그들과 한 가족이 된다. 그리고 새로운 언어를 습득한다. 그것은 과거 인간과 유인원이 싸우면서 주고받던 다툼의 언어가 아니라 비록 모습은 다르지만, 가족으로 하나 되는 언어였고 공존의 가능성을 열어주는 언어였다. 그렇게 영화는 인간과 유인원의 하나 됨을 통해 새로운 종의 탄생을 제시한다.

인간이 역전 현상의 두려움에 휩싸여 혐오의 감정으로 타자를 배제할 때 진정한 역전의 좋은 예를 보여준 분은 바로 예수 그리스도가 아닐까 싶다. 신의 자리를 내려놓고 인간의 자리로 내려오면서 ‘역지사지’를 온 몸으로 보여줬다. 그렇게 예수는 이 땅에서 새로운 하나님 나라를 선포했다. 그 나라는 파괴와 다툼과 전쟁의 언어를 가지고는 소통할 수 없는 나라다. 노바, 즉 새로운 언어가 존재하는 곳이다. 우리는 예수의 선포와 행동, 삶을 통해 새로운 나라의 소통방식에 대해 배운다. 신의 위치에서 이곳으로 하강하신 예수의 모습을 진정으로 본 받는다면 우리가 내려가지 못할 곳이 어디일까 생각해본다.

영화 말미에 인간의 위협으로부터 유인원을 인도해온 시저와 무리들이 큰 호수가 보이는 ‘젖과 꿀이’ 흐르는 땅에 도착한다. 그들은 이제 이곳에서 새로운 삶의 터전을 만들 수 있고 새로운 희망을 꿈 꿀 수 있다. 그런데 그들의 리더 시저는 이 과정 속에서 큰 부상을 입고 죽음을 맞이한다. 우리는 이 모습을 보며 마치 가나안 땅을 앞에 두고 이스라엘 백성들과 함께 입성할 수 없었던 모세의 모습을 연상하게 된다. 비록 더 이상 그들의 리더 시저는 없지만 그가 남긴 말을 그들 가슴에 영원히 새긴다.

“Apes, Together, Strong”

이제는 유인원만 뭉쳐서 강해지는 것이 아니라 평화의 언어를 배우며 공존의 존재 방식을 터득한 노바(NOVA)가 함께 있을 때 그들은 강해진다는 새로운 의미가 그들에게 더해지게 될 것이다.<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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