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혁연대, 〈종교중독의 현실을 말한다〉 좌담회
"목사와 교회 숭배ㆍ집착, 기독교적 가치 왜곡"

신이 아닌 종교 지도자나 종교 집단 자체를 극단적으로 경배하는 이른바 ‘종교중독’ 현상이 한국교회에서도 빈번하게 나타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종교중독을 ‘통제력을 상실할 만큼 종교에 강박적으로 집착하는 현상’이라고 정의한 박성철 교수(횃불트리니티신학대학원대학교)는 오늘날 교회 안과 밖에서 벌어지는 종교중독의 현실이 이제 개인의 문제를 넘어 교계와 사회 전반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주장했다.

박 교수는 교회개혁실천연대(공동대표:남오성 목사 등ㆍ이하 개혁연대)가 6월 16일 서울 낙원동 청어람홀에서 개최한 2020 긴급좌담회 ‘신앙인가? 중독인가? “종교중독의 현실을 말한다”’에서 “목사와 교회를 숭배하고 집착하는 모습을 하나님을 잘 섬기는 것으로 보는 기독교적 가치의 왜곡이 벌어지고 있다”며 “종교중독에 빠진 그리스도인은 갈등이 발생할 경우 자신과 생각이 다른 사람을 악으로 규정하고 폭력성을 드러낸다”고 지적했다.

현장에서는 이러한 배타성과 폭력성이 드러난 사례로 최근 사회적으로도 큰 이슈가 된 전광훈 목사에 대한 논란이 언급되며, 이처럼 생각이 다른 타인의 목소리에 귀를 닫은 교회는 점차 고립되고 병들 수밖에 없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더불어 한국교회 안에 견고하게 자리잡은 담임목사의 권위가 교회 안의 질문과 대화를 사라지게 했고, 일방적인 담임목사의 말은 끊임없이 교인에게 주입돼 결국 종교중독으로 귀결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박성철 교수가 종교중독의 특징인 배타성과 폭력성이 한국교회 안에서도 나타난다고 지적하고 있다.

반면 박성철 교수는 한국교회 내 종교중독 현상이 사회적으로 기인했다는 주장을 폈다. 박 교수는 한국사회가 일제시대, 한국전쟁, 군사독재시대 등을 거치며 정서적·심리적으로 트라우마를 갖고 사람들이 자신을 방어하기 위해 종교적 영역으로의 현실도피를 택한 결과, 이러한 현상이 기독교 근본주의와 맞물리며 종교중독으로 이어졌다는 설명이다. 그리고 모두가 성공할 수 없는 지금의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실패의 아픔을 지닌 사람들이 합리적 방안을 넘어 초월적인 힘을 찾아 교회로 나아오면서 그 현상이 계속된다고 덧붙였다. 문제는 역시 자본주의에 빠진 교회가 이러한 상처를 치유하기는커녕 이용하려 한다는 것이다.

이날 외부의 시선으로 종교중독현상을 진단한 한겨레 종교담당 조현 기자 역시 “종교중독의 이면에는 순진한 신앙인의 헌신을 악용하는 욕망과 야망이 있다”며 “신앙인들이 소비자적 입장으로만 종교를 받아들이다보니 중독이 돼가는 것 같다”고 우려했다. 조 기자는 다만 종교중독은 목사만의 문제가 아닌 한국교회 교인 전체의 문제라면서 이를 분별할 수 있는 깨어있는 신앙의 필요성을 피력했다. 끝으로 패널들은 교회의 건강성을 저해하는 종교중독 현상에 대해 계속해서 관심을 갖고 이를 극복할 실질적 대안을 모색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데 뜻을 같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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