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관영의 대학로 편지] “끝이 있어야 예술입니다”
[김관영의 대학로 편지] “끝이 있어야 예술입니다”
김관영〈문화행동 아트리 대표〉
  • 박용미 기자
  • 승인 2020.06.15 15: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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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들 ‘인생은 짧고 예술은 길다’고 말합니다마는, 이 말은 왜곡된 말입니다. 본래 이 말을 한 히포크라테스의 뜻은, 짧고 유한한 인생에 비해 의사로서 배워야할 의료기술은 끝이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므로 자신의 의학지식과 기술만을 고집하지 말고 서로서로 협력해서 환자를 치료해야한다는 맥락에서 한 말이었지요.

비록 왜곡된 말임에도 불구하고 예술작품의 가치와 효과는 대대로 이어지는 것임에 틀림없습니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예술이 되려면 끝이 있어야 합니다. 네버엔딩은 결코 예술이 될 수 없습니다. 끝이 나야 작품입니다.

노래도 겹세로줄(뒷 줄이 더 굵은)이 있어야 작품이지, 되돌이표로 계속된다면 그건 아무도 주목하지 않는 배경음 내지 소음이 되고 말 것입니다. ‘결’이 없는 ‘기승전’은 의미가 없습니다. 책도 영화도 공연도 끝이 있어야 예술입니다. 그렇기에 훌륭한 예술작품이 되기 위한 필수적인 조건은 훌륭한 결말입니다. 그래서 저 같은 공연제작자들은, 마지막 장면이 떠오르지 않는 이야기들은 공연으로 만들지 않습니다.

뮤지컬 <더 북>의 마지막 장면. 모진 핍박에도 굴하지 않고 성경을 전파했던 롤라드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뮤지컬 <더 북>의 마지막 장면. 모진 핍박에도 굴하지 않고 성경을 전파했던 롤라드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어떤 이야기를 접했을 때, 마지막 장면이 선명하게 떠오르면 그 이야기는 공연으로 성공할 가능성이 아주 높습니다. 종교개혁 500주년 기념공연이었던, 그리고 이제는 광야아트센터의 고정 레퍼토리가 된 뮤지컬 <더북(THE BOOK)>이 그러합니다.

미국에서 이현수 목사님을 통해 처음 롤라드 이야기를 접했을 때, 저에게는 ‘광장에서 자기 자신이 되어버린 성경을 외워 외치는 롤라드들의 모습’이 라스트 씬으로 떠올랐습니다. 가슴이 요동쳤습니다. 공연제작자의 마음에 가슴 뛰는 라스트 씬이 떠올랐다면, 그 이야기는 어떻게든 무대에 오르게 됩니다.

우리 주님께서 세상을 창조하실 때, 우리를 만세 전에 예정하실 때, 역사의 라스트 씬을, 우리 인생의 마지막 장면을 결정해 놓으셨음에 틀림없습니다! 인생도 역사도 반복인 듯 보이지만, 결코 같은 것이 아님을 우리는 지금 처절하게 깨닫고 있습니다. 인생과 역사의 시계는 정확하게 주의 날을 향해 돌아가고 있음을 우리 모두는 잘 알고 있습니다.

주님께서 우리에게 정해 놓으신 가슴 뛰는 결말은 어떤 모습일까요? 그 모양새는 달라도 본질은 다르지 않다고 확신합니다. 그 본질을 가르쳐 주는 말씀들은 분명합니다.

“그러나 내가 나의 달려갈 길을 다 달리고, 주 예수께 받은 사명, 곧 하나님의 은혜의 복음을 증언하는 일을 다 하기만 하면, 나는 내 목숨이 조금도 아깝지 않습니다(행20:24)”

저는 사실 1년 전 이 칼럼을 요청 받았을 때, 1년 뒤 마지막 칼럼의 내용을 지금과 같이 생각해 두었더랬습니다. 지난 1년, 이 칼럼을 통해, 제가 받은 은혜가 큽니다. 이 부족한 글들을 묵묵히 읽어 주시고, 반응해 주시고 격려해 주신 모든 분들께 마음 깊이 감사드립니다.

광야아트센터가 받은 사명을 잘 마칠 수 있도록 기도해 주시기 바랍니다. 뮤지컬 <요한계시록>이 철저한 방역 가운데 계속 공연 중인 것도 기억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이 칼럼을 끝낼 수 있게 인애를 베풀어 주신 우리 주님께 감사합니다.

행복했습니다. 주안에서 늘 건승하시길!

청담동 광야아트센터에서 관영이가 올립니다.<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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