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병호 교수(총신대학교 신학대학원 조직신학)

구원적 믿음은 성령 임재로 값없이 주어진 은혜의 선물

1. 영과 말씀의 역사를 통한 믿음의 은혜

택함 받은 자들이 믿어 그들 영혼의 구원에 이를 수 있게 되는 믿음의 은혜는 그들 마음에서 일어나는 그리스도의 영의 역사이며 통상적으로 말씀의 사역에 의해 야기된다. 또한 그 사역에 의해서 그리고 성례의 거행과 기도에 의해서 증가되고 강화된다.(14.1)

문병호 교수(총신대학교 신학대학원 조직신학)
문병호 교수(총신대학교 신학대학원 조직신학)

우리는 신자(信者)로서 성도(聖徒)이며 교인(敎人)이다. 구원에 이르는 유일한 길은 십자가에 못 박히신 그리스도를 믿는 것이다. 구원의 도는 ‘십자가의 도’이며(고전 1:18), 구원의 법은 ‘믿음의 법’이다(롬 3:27). 우리는 오직 십자가에 못 박히신 그리스도만을 전하며(고전 1:23), 그리스도만을 알고자 한다(고전 2:2). 우리가 받은 복음은 ‘오직 예수 그리스도의 계시로 말미암은 것’이다(갈 1:12). 그러므로 ‘그리스도의 복음’ 외에 ‘다른 복음’이 없다(갈 1:6-9). 우리는 그리스도가 십자가에 못 박히신 것을 밝히 본다(갈 3:1). 이는 성령을 받아 말씀을 ‘듣고 믿음’으로 말미암는다(갈 3:2).

보혜사 성령이 임하면 그리스도를 믿어 알게 된다. 알아서 믿는 것이 아니라, 믿어서 알게 된다. 믿음이 없이는 들을 수도, 볼 수도, 알 수도 없다. 믿음이 없으면 눈이 있어도 보지 못하고, 귀가 있어도 듣지 못한다(렘 5:21). 믿음이 있어야 귀가 열려 듣게 되고(막 7:35), 눈이 열려 보게 된다(시 119:18). 믿음은 그리스도를 믿는 것이다. 그리스도가 ‘믿음의 주’이시며(히 12:2), ‘믿는 도리의 사도’이시다(히 3:1).

믿어서 구원에 이르게 되는 구원적 믿음(fides salvifica, salvific faith) 혹은 구원의 믿음(fides salutis, faith of salvation)은 보혜사 성령의 임재로 값없이 주어지는 은혜의 선물이다. “너희는 그 은혜에 의하여 믿음으로 말미암아 구원을 받았으니 이것은 너희에게서 난 것이 아니요 하나님의 선물이라”(엡 2:8). ‘단번에 주신 믿음의 도’가 여기에 있다(유 1:3). 그리스도를 믿고 영접하는 자는 하나님의 자녀가 되는 권세를 얻는다(요 1:12). 오직 하나님께로부터 난 자들만 이 믿음을 얻게 된다(요 1:13). 이 믿음으로 은혜와 진리가 충만하신 그리스도의 충만한 데서 받게 되니, 은혜 위에 은혜이다(요 1:16).

믿음은 바라는 것들의 실상이며 보이지 않는 것들의 증거이다. 구약의 선진들도 믿음으로써 구원의 증거를 얻었다(히 11:1~2). 믿음은 그 본질상, 하나님께 나아가는 것이다(히 11:6; 요 6:35). 갈 바를 알지 못해도 지시하는 대로 나아가는 것이다(히 11:8). 바랄 수 없는 중에도 바라고 나아가는 것이다(롬 4:18). 믿음이 없이는 하나님을 기쁘시게 하지 못한다(히 11:6). 하나님이 우리에게 요구하시는 일은 하나님이 보내신 이를 믿는 것 외에는 없다(요 6:29).

하나님은 우리에게서 오직 믿음만을 찾으신다. 주님은 믿음을 보시고 낫게 하셨고, 죄를 사해 주셨으며, 구원해 주셨다(마 9:2, 22). 주님이 칭찬하신 것은 믿음 외에는 없다. 아무것도 없어도 믿음만 있으면 칭찬하셨다. 이방 수로보니게 여자에게 믿음이 크다고 칭찬하셨다(마 15:28). 전장에서 선두에 나서서 칼에 가장 피를 많이 묻히는 백부장이었지만 이스라엘에 그만한 믿음이 없다고 칭찬하셨다(눅 7:9). 반면에 주님은 모든 것을 가졌어도 믿음이 없으면 책망하셨다. 주님을 따르던 열한 제자들도 풍랑 앞에서 두려워하고 부활에 대한 주님의 약속을 멀리했을 때 믿음 없음으로 인하여 꾸짖음을 받았다(막 4:40; 막 16:14).

믿음은 선물로 주어진다. 믿음의 시작은 우리 안에 믿음이 주어져 있음을 믿는 데 있다. 우리가 만든 것이 아니라 선물로 받은 것이므로, 믿음이 없다고 하면 배은망덕하다. 이 믿음을 겨자씨만큼만 사용하면 산이라도 움직인다(마 17:20). 하나님이 우리에게 믿음의 문을 여셨다(행 14:27). 그리하여 우리가 믿음으로 믿음에 이르게 하셨다(롬 1:17). 우리가 믿음으로 고백하고, 믿음으로 말씀 듣고, 믿음으로 기도하고, 믿음으로 세례와 성찬에 참여하고, 믿음으로 살고 믿음으로 죽게 하셨다.

2. 오직 그리스도를 믿음

이 믿음에 의해 그리스도인은 말씀에 계시된 것은 무엇이든, 그 말씀 안에서 말씀하시는 하나님 자신의 권위 때문에, 참되다고 믿는다. 그리고 그 말씀에 속한 특정한 각 본문이 담고 있는 것에 따라 다르게 행동하며, 그 계명들에 순종하며, 그 경고들에 떨며, 이 땅의 삶과 도래할 삶을 위한 하나님의 약속들을 받아들인다. 그러나 구원적 믿음의 주요한 행위들은 은혜언약의 능력에 의한 칭의, 성화, 영생을 위하여 오직 그리스도만을 받아들이고, 영접하고, 의지하는 것이다.”(13.2)

보혜사 성령이 임하면 그리스도를 믿어 구원에 이르게 되는바, 그리스도의 의를 전가받아 내 것으로 삼고, 그리스도와 연합하여 하나가 되며, 그리스도가 우리 안에 계시고 우리가 그리스도 안에 있음과 그리스도가 가르치고 말씀하신 모든 것을 생각하게 된다(요 14:20, 26). 그러므로 보혜사 성령은 ‘그리스도의 영’(롬 8:9, 빌 1:19)이시자 ‘진리의 영’이라고 칭해지신다(요 14:17, 15:26, 16:13).

믿음은 그리스도를 믿는 것이고 그의 말씀을 믿는 것이다. ‘오직 그리스도만을 받아들이고, 영접하고, 의지하는 것’이다. 믿음은 들음에서 나며 들음은 그리스도의 말씀으로 말미암는다(롬 10:17). 하늘에서 음성이 들렸듯이, “이는 내 사랑하는 아들이요 내 기뻐하는 자니 너희는 그의 말을 들으라”(마 17:5).

믿음은 그리스도를 믿는 것이고, 그리스도께 나아가, 그의 살을 양식으로, 그의 피를 음료로 마시는 것이다. 주님이 말씀하셨듯이, “나는 생명의 떡이니 내게 오는 자는 결코 주리지 아니할 터이요 나를 믿는 자는 영원히 목마르지 아니하리라”(요 6:35).

그리스도의 말씀을 듣는 것이 그리스도를 믿는 것이다. 그리스도를 믿으면 하나님을 믿고, 알고, 보게 된다(요 14:7~9). 하나님의 말씀 안에는 생명이 있고 그 생명이 사람들의 빛이므로, 그 빛을 믿고 영접하는 자는 하나님의 자녀가 되는 권세를 얻고(요 1:4, 9, 12), 믿음으로 모든 세계가 하나님의 말씀으로 지어진 줄 안다(히 11:3). 하나님의 말씀은 성령의 조명과 감화에 따라 오직 믿음으로만 수납되므로, ‘믿음의 말씀’이라고 칭해진다(롬 10:8, 딤전 4:6).

하나님의 말씀은 믿는 자 가운데서만 역사한다. 믿음은 하나님의 말씀을 사람의 말이 아니라 하나님의 말씀으로 받는 데 있다(살전 2:13). 믿음의 역사에는 사랑의 수고와 소망의 인내가 따른다(살전 1:3). 믿음은 사랑으로써 역사한다(갈 5:6). 참 믿음(fides vera, true faith)은 필히 사랑의 열매(fructus, fruit)를 맺는다. 우리는 보는 것이 아니라 믿음으로 행해야 한다(고후 5:7). 믿음으로 좇아 하지 아니하는 모든 것은 죄이다(롬 14:23). 믿음에는 시련이 따르지만, 그 시련이 소망의 인내를 만들어낸다(약 1:3).

성도의 구원은 그 전(全) 과정이 그리스도가 다 이루신 의를 믿음으로 받아 누리는 데 있다. 믿음은 은혜를 얻는 도구이다. 은혜가 밥이라면, 믿음은 숟가락이다. 믿음이 없이는 말씀을 듣지도 못하고, 말씀에 맺힌 언약의 은혜를 누리지도 못한다. ‘믿음의 비밀’이 역사해야(딤전 3:9) 하나님과 사귐이 있고(요일 1:6) 속사람이 능력으로 강건해진다(엡 3:16). 성도는 믿음으로 살아나고, 믿음으로 살아간다. 살아남도 살아감도 오직 믿음으로 말미암는다. 이러한 믿음이 우리의 공로 없이 거저 선물로 주어지니, 도르트 신경에서 천명된바, 믿음 그 자체가 불가항력적인 은혜(gratia irresistabilis, irresistible grace)이다.

3. 믿음의 승리

이 믿음은 그 정도에 있어서 달라 약하거나 강하며, 자주 그리고 다양한 방식으로 침범을 당하고 약화될 수 있으나 우리 믿음의 조성자이시자 완성자이신 그리스도를 통하여 전적인 확신을 얻을 때까지 많은 것들 가운데 자라가 승리를 쟁취하게 된다.”(13.3)

주님이 믿음의 ‘조성자’(autor, author)이시자 ‘완성자’(consummator, finisher)이시다. 주님이 우리의 믿음의 시작이자 끝이시다. 우리가 주님을 믿은 것이 아니라, 주님이 믿음을 선물로 주셔서 우리가 주님을 믿게 하신 것이다.

우리는 우리 안에 그리스도가 사시므로 그리스도를 믿는 믿음 안에 산다(갈 2:20). 믿음이 강한 자도 있고 약한 자도 있으나, 우리 각자는 ‘믿음의 분량대로’ 그리고 ‘믿음의 분수대로’ 하나님을 섬기며 산다(롬 12:3, 6). 믿음으로 행하는 자가 끝내 승리하는 것은 자기의 지혜가 아니라 하나님의 능력으로 행하기 때문이다(고전 2:5).

우리 안에 ‘믿음의 비밀’이 역사한다. 그 역사로 우리는 믿음이 떨어지지 않도록, 약화되지 않도록, 없어지지 않도록(롬 4:19~20; 눅 22:32), 믿음을 지키도록(딤후 4:7), 믿음이 자라도록, 진보를 이루도록, 온전히 채워지도록(살후 1:3; 빌 1:25; 살전 3:10) 기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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