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바이러스는 이미 한국교회에서 많은 것을 앗아갔고, 지금도 계속해서 우리들이 당연히 누리는 것이라 여겨왔던 여러 기쁨과 보람의 영역을 침범해온다. 그걸 빼앗길 리 없다고, 빼앗기지 않겠다고 안간힘을 쓰던 이들이 개척교회에서, 선교회에서, 소그룹 모임에서 속절없이 무너지고 있다. 누구도 속 시원하게 바르고 안전한 대응책을 제시해주지 못하니 각자의 해법을 찾다가 감염의 덫에 걸려든다.
끝이 보인다 싶었는데 다시 창궐의 국면이 재현되니 모두가 더 움츠러드는 모양새이다. 일단은 숨죽이면서, 별 탈 없이 현재의 고비를 넘어가는 것이 우선과제가 되어버렸다. 하지만 그렇게 한다고 공동체의 안녕과 미래가 보장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니 마치 난파한 배처럼 각자 알아서 살 길을 찾으라는 식으로 이 사태를 방치할 일이 아니다. 적어도 총회 자체적으로, 가능하다면 한국교회 연합 차원으로 코로나비상대책위원회라도 구성해 구체적인 대응방안을 연구하고 효과적인 지원방안을 내놓을 시점이다. 잇달아 대규모 행사들이 취소되며 발생한 가용자원들을 적절히 활용한다면 할 수 있는 일이 적지 않다.
공간과 장비 그리고 인력의 부족으로 공예배 재개도, 온라인예배 실시도 할 수 없는 작은 교회들에 대한 대책이 시급하다. 마냥 방치되고 있는 다음세대들의 주일학교 교육과 이제는 목전으로 다가온 여름성경학교에 대한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갈 곳을 잃은 선교사들이 안심하고 머무르며 사역 재개를 준비할 수 있도록 피난처가 마련되어야 한다. 재정관리, 소그룹 사역, 전도와 양육 등 목회 전반에 관한 현명한 지침들도 필요하다.
우리는 앞서 코로나 사태 초기에 미자립교회 임대료 문제라는 커다란 난제를 한 차례 극복한 경험이 있다. 지금도 여러 노회들이 상회비 면제나 재난지원금 지급 등으로 약한 교회들을 응원하고 있으며, 목회자 자녀 교육비 등에 선뜻 거금을 내놓는 교회와 개인도 나타나고 있다. 서로의 연대와 희생은 교회가 지닌 가장 큰 동력이다. 이 동력을 기반으로 우리의 머리와 손발까지 모아서 더 나은 길을 찾아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