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여구 교수(인제대 서울백병원)

장여구 교수(인제대 서울백병원)
장여구 교수(인제대 서울백병원)

코로나19의 확산으로 국민 모두가 어려움을 겪기 시작한 지 어느덧 6개월에 접어들었다. ‘사회적 거리 두기라는 어렵고 힘든 시기를 견뎌내고 이제 생활 속 거리 두기를 시행하게 되면서, 드디어 두 달 동안 굳게 닫혀있던 교회의 문이 열리기 시작했다. 주일에 교회에서 예배를 드리는 일이 가능해지고 우리 일상생활도 조금씩 여유를 찾게 된 것이다. 그런데, 드디어 우려했던 일이 일어나고 말았다.

확산세가 한 풀 꺾이고 서서히 학생들의 개학이 시작된 즈음 갑자기 이태원 클럽 감염, 부천 물류센터에서 집단 감염이 시작되더니, 얼마 전에는 수도권 개척 교회 감염 등이 잇따라 발생하게 된 것이다. 지역사회 감염으로 인한 확진자 수가 이틀 연속 50명 대로 증가하고 학생들까지 감염 소식이 이어지자, 참았다는 듯이 주일 예배 회복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솔직히 다른 시설이나 장소에서 감염자가 발생할 때보다 교회에서 확진자가 나타났다고 하면 더욱 엄한 질책을 해대는 여론에 은근히 섭섭한 것도 사실이다. 소형교회나 개척교회의 경우 어려운 재정으로 예배가 곧 생존의 문제임을 안다면 이렇게까지 비난하지는 않을 텐데 하는 아쉬운 마음도 있다. 하지만 확진자가 속출한 이번 개척교회 연합 집회에서 마스크도 착용하지 않은 채 부흥회를 개최했다는 소식에는 부끄러움과 놀라움을 금할 수가 없다. 마스크 착용은 코로나 확산을 막기 위해 나보다는 내 이웃을 위해 베푸는 최소한의 사랑의 행위이며, 빠른 교회 예배의 정상화를 위해 국민 모두가 공동으로 노력하고 있는 약속이다. 안타깝게도 코로나19는 열과 증상이 없어도 다른 사람에게 감염을 일으킬 수 있다. 건강한 사람도 얼마든지 가족이나 이웃에게 바이러스를 전파시킬 수 있다는 뜻이다. 심지어 재발 여부가 명확히 밝혀지지 않아서 병을 앓고 완치된 후에도 아직 안심할 수가 없다. 백신과 치료제가 개발될 때까지 철저한 개인위생과 방역, 거리두기를 절대 소홀히 할 수 없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다. 그리고 이 방법만이 코로나19를 이겨내고 교회의 주일 예배를 회복하는 가장 빠른 길이다.

100년 전, 하나님의 복음을 전하기 위해 작고 보잘것없는 이 땅에 들어와 이름도 없이 순교한 수많은 선교사들의 희생이 없었다면, 과연 오늘날 우리 교회가 이렇게 성장할 수 있었을까? 일제강점기에도 나라를 잃고 절망에 빠져있던 우리 민족에게 독립운동의 의지를 심어준 것은 다름 아닌 기독교 학교와 교회, 그리고 기독교 정신이었다. 이렇듯 우리 교회는 지금까지 국가와 민족이 어려울 때마다 희생을 무릅쓰고 선각자로서의 모습을 보여줬고, 이러한 모범적인 태도는 곧 한국 기독교의 발전과 부흥으로 이어졌다.

지난 6개월간 대부분의 한국 교회와 우리 기독교인들은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왔다. 지역 교회는 주일 예배를 중단해야 하는 사상 초유의 사태에서도 침착하게 실시간 온라인 예배를 준비하며 정부의 방침에 적극 협조해왔고, 대부분의 신도들이 빠른 시간 안에 정상적인 예배가 이루어지기를 간절히 소망하며 성숙한 시민정신을 보여줬다. 대형교회들은 지방의 소형 교회를 살리기 위해 어려운 살림에도 임대비를 지원하고 있으며, 기독의사회를 비롯한 선교 단체들은 국내뿐 아니라 세계 각지에 파송되어 있는 선교사들을 통해 현지에 필요한 방역물품과 의료장비를 보내는 등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은 하나님의 사랑을 실천하면서 코로나19가 물러가기를 기다리고 있다.

믿음, 소망, 사랑 이 세 가지는 항상 있을 것인데 그중에 제일은 사랑이라"(고전 13:13) 사람들은 이 유명한 성경 구절을 가리켜 성경의 축약이며, 예수 그리스도가 전한 메시지의 모든 것이라고 말한다. 사랑을 행함에는 희생이 따르므로 결코 쉬운 일은 아니지만, 내 이웃을 내 몸과 같이 사랑하라는 말씀일 것이다. 기독교인으로서 참된 신앙인의 모습이란 어떤 것일까. 일부 기독교인들의 비뚤어진 신앙심과 이기적인 모습이 정작 중요한 것을 놓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다시 되돌아보아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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