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발 앞선 ‘사회적 목회’ 고민, 최저생활비 지원 등 시스템 마련에 반영
정치적 불안정에 분쟁·분립 이어진 노회 많아 자립사역 확대 ‘걸림돌’

교단 지원사업 기초 놓고 차원 다른 자립사역 모색한다

총회교회자립개발원(법인이사장:오정현 목사)과 함께 교회 자립화 사역을 점검하는 연중기획 ‘한국교회 샛강을 살리자 시즌2’를 진행하고 있다. 3부는 ‘자립을 위한 실천과 대안들’이란 주제로, 8개 권역위원회와 각 노회자립위원회의 자립화 사역을 살펴보고 주목할 만한 실천사례들을 소개하고 있다. 8편은 전북권역위원회와 광주전남권역위원회 소속인 호남 지역 노회들의 자립화 사역을 살펴본다.<편집자 주>

호남 지역의 노회들은 총회에서 가장 진취적이다. 다른 지역의 교회들보다 시대정신에 예민했고, 변화하는 사회에 맞는 목회를 고민했다. 지역주민들과 소통하며 복음을 전할 방안을 찾기 위해 노력했고, 복음으로 지역을 변화시키는 것에 관심을 가졌다.

농촌 지역에 위치한 이리노회는 20년 전에 이미 친환경 농업과 먹거리를 고민했다. 노회 산하 목회자들이 직접 유기농법 세미나 교육을 받고, 교회로 돌아가 성도들에게 친환경농업을 소개했다. 김제노회는 20년 동안 사회복지관을 운영하면서 지역 주민들의 삶을 풍요롭게 만들고 있다. 어린이, 청소년, 성인, 노인, 저소득층 등 지역의 모든 세대와 계층을 위한 프로그램을 마련해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함평노회는 산하에 함평농어촌선교회를 설립해 교회를 중심으로 유기농법을 전파했다. 성도와 지역 농민들이 재배한 농산물과 특산품의 판매를 위해 직거래장터까지 만들었다. 요즘 농어촌에서 주목받고 있는 마을기업을 함평노회는 12년 전에 시작했다.

광주전남권역은 각 노회자립위원회 교육과 세미나를 진행하며, 생활비 지원사역은 물론 새로운 미래자립교회 자립모델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광주전남권역은 각 노회자립위원회 교육과 세미나를 진행하며, 생활비 지원사역은 물론 새로운 미래자립교회 자립모델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호남 지역 노회들이 펼친 사역은 최근에 한국교회가 주목하는 ‘사회적 목회’의 모습이다. 교회 안에 머물지 않고, 선교 현장인 교회 밖으로 나가 ‘흩어지는 교회’로서 사명을 감당한 것이다. 한국교회는 2010년대에 들어선 후에야 선교적 교회론의 영향 속에 ‘사회적 목회’를 고민하기 시작했다. 총회 산하 호남 지역 노회들은 20년이나 앞서 사역을 펼쳤다.

자립사역 기초모델 만든 호남 노회

호남 지역 노회들의 진취성은 총회에도 영향을 미쳤다. 현재 미래자립교회 지원 사역을 담당하는 총회교회자립개발원의 설립도 호남 노회들의 영향을 받았다. 총회교회자립개발원에서 추진하고 있는 ‘미래자립교회 목회자 생활비 지원사역’의 기초를 만든 것도 호남이었다.

전서노회는 2001년 미래자립교회 목회자 최저생계비 지원사업을 시작했다. 김제노회도 1999년부터 ‘기본생계비 지원제도’라는 이름으로 미래자립교회 목회자를 지원했다. 이들 노회의 영향으로, 총회는 2009년 제94회 총회에서 교역자 최저생활비 시행을 결의하고 위원회를 조직했다. 교역자최저생활비시행위원회를 모태로 현재 총회교회자립개발원이 출범했다.

호남 지역의 노회와 교회들은 목회와 지역선교를 어느 지역보다 잘했다. 전북권역위원회 소속 전서노회와 김제노회는 총회보다 15년 앞서서 미래자립교회 목회자 생활비 지원사역을 시작했다.
호남 지역의 노회와 교회들은 목회와 지역선교를 어느 지역보다 잘했다. 전북권역위원회 소속 전서노회와 김제노회는 총회보다 15년 앞서서 미래자립교회 목회자 생활비 지원사역을 시작했다.

현재 시행 중인 미래자립교회 목회자 생활비 지원 체계 역시, 전서노회의 시스템을 모델로 만들었다. 총회 95회기 교역자최저생활비시행위원회는 2011년 6월 공청회에서 “미래자립교회 목회자 최저생활비를 시행하려면, 자립교회가 연 결산액의 3.4%를 후원해야 가능하다”고 보고했다.

전서노회자립위원장 한민수 목사는 “전서노회는 최저생계비 시행 초기에 연예산액 8000만원 이상 교회들이 4%를 납부하고 그 이하 자립교회는 자율적으로 지원하도록 했다. 하지만 4% 지원은 부담이 너무 컸다”고 설명했다.

이후 전서노회는 △연예산 2100만원 미만 미래자립교회를 지원 △최저생활비 기준금액은 110만원 △연예산액 8000만원 이상 지원교회는 2% 납부, 이하 자립교회는 자발적으로 납부 등의 기준을 마련해 시행하고 있다. 

‘연결산액 1억원 이상의 지원교회는 2%를 납부’처럼, 현재 교회자립개발원에서 시행하는 생활비 지원 기준이 바로 전서노회 시스템을 모델로 한 것이다.

“차원이 다른 자립사역 시행해야 한다”

호남 지역 노회들은 총회 미래자립교회 생활비 지원사역의 기초를 놓았다. 하지만 현재 상황은 녹록치 않다. 총회교회자립개발원 전북권역 및 광주전남권역의 노회자립위원장들과 전화 인터뷰를 진행했다.

그 결과 호남 지역의 35개 노회 중 미래자립교회 생활비 지원사역을 제대로 진행하는 곳은 9개 노회였다. 총회보다 먼저 자립사역을 정착시킨 전서노회 김제노회 순천노회를 필두로, 군산노회 여수노회 이리노회 전남노회 호남노회 등이 충실하게 자립화 사역을 진행하고 있었다.

총회교회자립개발원 기준을 따른다면, 군산노회는 지원교회가 18곳이고 미래자립교회가 40곳이 넘는다. 하지만 군산노회는 현실에 맞게 기준을 조정해서 지원교회를 25개로 늘렸다. 해마다 미래자립교회에서 교세통계 보고를 받고 간사를 통해 재확인까지 했다. 정확한 교세통계를 바탕으로, 군산노회자립위원회는 3인 가족 생활비 120만원을 책정하고, 부족한 부분을 지원하고 있다.

광주전남권역의 노회들은 매년 지역의 친환경 농산물 직거래장터 사역을 펼치는 등 주민들과 소통하며 복음을 전했다. 하지만 자립사역을 제대로 펼치는 노회들을 제외하고 호남 지역의 많은 노회들이 정치적 혼란 속에서 자립사역을 정착시키지 못하고 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지난해부터 권역위원회가 나섰다.
광주전남권역의 노회들은 매년 지역의 친환경 농산물 직거래장터 사역을 펼치는 등 주민들과 소통하며 복음을 전했다. 하지만 자립사역을 제대로 펼치는 노회들을 제외하고 호남 지역의 많은 노회들이 정치적 혼란 속에서 자립사역을 정착시키지 못하고 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지난해부터 권역위원회가 나섰다.

군산노회자립위원장 석경식 목사는 “생활비 지원과 함께 자녀 교육비 지원사역도 진행하고 있다. 작년에 300만원을 마련해서 고등학생과 대학생 자녀들에게 장학금을 전했다”고 말했다. 석 목사는 앞으로 노회 산하 모든 목회자들을 국민연금에 가입시키고 납부금 일부를 지원하는 사역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여수노회는 섬 교회들이 많은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최선을 다해 자립사역을 진행하고 있다. 여수노회자립위원장 김성진 목사는 “섬 지역의 교회가 40곳이 넘는다. 여수 시내에도 미래자립교회가 많다. 하지만 지원교회는 28곳에 불과하다. 스스로 자립할 수 없는 노회”라고 현실을 설명했다. 김 목사는 최선을 다해서 미래자립교회 생활비 지원사역을 펼치고 있지만, 그 다음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농어촌과 낙도의 교회들은 현실적으로 자립이 불가능하다. 그럼 언제까지나 지원을 받으면서 존속해야 하나? 어떤 목회자는 지역 주민들과 함께 양봉을 하면서 자립을 일구고 있다. 이처럼 차원이 다른 자립화 사역을 시도하고 펼쳐야 한다.”

정치불안이 자립사역 가로막아

진취적인 호남 지역의 몇몇 노회는 생활비 지원을 뛰어넘는 새로운 자립 모델을 고민하며 준비하고 있었다. 하지만 호남 지역 전체를 보면, 아쉬움이 남는다. 몇몇 노회들은 미래자립교회 자립화 사역을 잘하고 있는데, 전혀 그렇지 못한 노회들이 많기 때문이다.
호남 지역 35개 노회 중 어려운 여건에도 자립사역을 펼치는 제주노회 등 10여 개 노회를 제외하고, 다른 노회들은 기본적인 자립사역도 펼치지 않고 있었다. 왜 이런 차이를 보일까.

그 이유 중 하나가 정치적 불안정 때문이다.

전북 지역에서 가장 발달한 곳은 전주시다. 전북권역에서 핵심 역할을 해야 할 노회도 전주시의 교회들이다. 하지만 현재 전주시를 기반으로 한 노회가 무려 10개에 이른다. 정치적 불안이 이어지면서 노회가 분쟁하고 분립이 계속 일어났기 때문이다.

광주광역시와 전남 지역에서 가장 발달한 곳은 광주광역시다. 광주전남권역에서 핵심 역할을 해야 할 노회도 광주의 교회들이다. 하지만 전주처럼, 광주시를 기반으로 한 노회도 10개에 이른다. 교단 합동 이후 광주 지역의 양 교단 노회들이 그대로 존속하기도 했지만, 정치적 문제로 노회 분쟁과 분립이 일어나고 있다.

광주 지역의 한 노회자립위원장은 “그동안 노회 내 정치적 문제로 교회자립위 사역을 하지 못했다. 작년부터 광주전남권역위원회에서 진행하는 교육에 참여했다. 이제 자립사역을 펼치려 한다”고 말했다. 광주 지역의 ㄱ노회자립위원장 역시 “자립사역의 기초인 교세통계도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이번 정기노회에서 보고를 철저히 해달라고 요청했다. 지금은 노회 차원에서 미래자립교회에 20만원씩 지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광주광역시와 전주시의 노회들은 불안한 정치 상황으로 자립사역에 관심을 갖지 못하고 있다. 문제는 정치를 안정시켜도 자립사역을 펼치기 어렵다는 점이다. 분립한 노회들은 역량이 절반 이상 줄어들었고, 스스로 자립사역을 펼칠 힘을 잃어버렸기 때문이다. 5개의 자립노회가 10개의 미자립 노회로 쪼개진 꼴이다. 호남 지역 노회와 교회들은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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