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5월 중순쯤 되면 신문광고나 행사순서지 등에서 기이한 표기를 발견하게 된다. 얼굴은 포도송이 그림이나 기도하는 손으로, 이름은 ◯◯◯으로 표기되는 사람들이다. 누가 봐도 알 수 있는 인물인데 그렇게 가려진다. 바로 9월 총회 선거에 출마예정 인사들에 대한 표기방법이다. 그렇게 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는 것으로 이해한다. 그러나 문제가 없지 않다.

후보가 몇 달 전부터 행사 광고 등에서 이름이나 얼굴조차 드러내지 못하게 해야만 공정한 선거가 된다면 이상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총회의 발전을 위해 적절한 후보가 당선되어야 한다. 좋은 후보는 자기 얼굴과 이름에 책임을 질 수 있는 후보여야 할 것이다. 얼굴과 이름에는 그 사람만의 역사와 행적이 담기기 마련이다. 그 과거를 얼굴과 이름으로 당당하게 내세울 만한 인사들이 총회를 위해 나서야 할 것이다. 그렇게 후보를 알리고 결과와 관계없이 모두에게 좋은 기억으로 남았으면 좋겠다.

언급했듯이 얼굴과 이름을 드러낸다는 것은 자신감과 책임감의 표현일 수 있다. 익명이나 가명 뒤에 숨어 부끄러운 짓을 하는 자들이 있다. 아무리 감춰도 주님은 아시기에 안심이 되지만 책임져야 할 사람의 이름과 얼굴은 확실하게 드러내야 할 필요가 있다. 물론 후보를 선택하는 총대들도 변해야 한다. 선거권을 지닌 총대들도 자기 이름과 얼굴에 부끄럽지 않는 태도로 선거에 임해야 한다. 후보 입장에서는 어떤 사람의 얼굴과 이름은 기억도 하기 싫을 수 있다. 그 사람이 나타나 돕겠다고 할까 걱정되기도 한다.

돌아보니 오죽하면 임원선거를 제비뽑기로 했겠나 싶다. 지우고 싶은 우리 교단의 부끄러운 모습이 아닐 수 없다. 부작용을 막겠다면서 채택한 제비뽑기 역시 문제가 만만치 않아 다시 현재의 선거제도로 전환한 것이다. 결국 총회 모든 구성원들의 의식변화가 관건이다. 우리 총회가 일반 세상의 선거제도보다 뛰어나지 못해도 뒤쳐져서는 안 될 것이다. 만일 그렇다면 우리는 부끄러워해야 한다. 교회가 세상의 소금이고 빛이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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