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윤 〈나니아의 옷장 대표〉

‘이재윤의 옷장과 만나다’라는 이름으로 기고했던 칼럼도 이번으로 마지막이 되었다. 나니아의 옷장이라는 이름의 기독교문화공간을 운영하면서 같은 장소에서 주님의숲교회라는 작은 개척교회의 목사로서의 사는 삶이 흥미롭기에 원고를 부탁했으리라.

나니아의 옷장도 6년차가 되었다. 해마다 100회 이상의 공연이 열렸고 이 무대에 출연한 사람은 얼핏 계산해보면 3000여 명은 되는 것 같다. 매주 화요일 저녁에는 7~8명이 소그룹으로 모여 따뜻한 식탁을 나누고 책읽기 모임을 했다. ‘나니아의 식당 수요일엔 보글보글’이라는 유튜브 채널도 매주 촬영했다. 목요일에는 ‘목요일에 옷장연대’라는 공동체와 함께 CCM음반 감상회를 진행했다. 온라인 오프라인을 통해 한 달에 수 백 명의 사람들이 나니아의 옷장이라는 공간에서 만들어진 콘텐츠를 누렸다. 이렇게 보면 참 풍성한 시간이었다.

하지만 누군가 보기에는 지극히 작고 소박한 모임일지도 모르겠다. 우리는 그렇게 유명해지지도 않았고 경제적으로도 여전히 힘들다. 그래도 진정성 있는 작은 신앙공동체의 모임이 이 시대에 필요하다고 믿기에 우리는 자부심이 있다.

이 모든 일은 주님의숲교회라는 뿌리가 있기에 가능했다. 주님의숲교회는 많아야 20명 남짓 성도의 작은 개척교회다. 6년 전 이곳에 자리를 잡으면서 주중에는 교회공간을 기독교문화공간으로 운영해보자는 취지에서 나니아의 옷장을 시작했다. 그렇게 성도들이 함께 힘을 모아 이 공간과 기독교문화를 만들어 왔다.

좀 생뚱맞을지 모르지만, 나는 이것이 일종의 제자훈련(?)이 되기를 기대했다. 설교로는 사람이 잘 변하지 않는다고들 한다. 정말 그런 것 같다. 그래서 많은 교회들이 제자훈련을 시도했다. 하지만 여전히 글로 배우는 데 그치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연애를 글로 배운다고 생각해보라.

나는 그리스도인의 삶을 ‘직접 시도해 보는 것’이 최고의 커리큘럼이라고 생각했다. 우리는 이곳에서 세상과는 다른 그리스도인의 삶의 방식이 어떤 것인지, ‘문화’라는 키워드를 통해 모색해 오고 있다.

그리스도인으로서 우리가 함께 만들고 불렀던 노래들은 하나님의 사랑을 노래하고 이웃과 함께 어우러지는 삶을 이야기했다. 그리스도인으로서 우리가 만들고 보았던 영화, 책, 함께 나누었던 식사와 소그룹 모임, 그 모든 것이 우리의 신앙을 실제 ‘삶의 방식’으로 번역해 내는 작업이었다.

교회 개척이 불가능한 시대라고들 한다. 젊은 세대는 이제 교회를 떠날 거라고들 한다. 하지만 어쨌든 우리는 하나님의 은혜로 6년째 나름 행복하게 교회생활과 문화생활을 누리고 있다. 너무나 당연히도 ‘우리가 정답이다’라고 말할 수는 없겠지만, 하나의 건강한 시도의 사례로 남겨지면 더할 나위 없이 기쁠 것 같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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