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풍인 목사(개포동교회)

“그리스도 능력으로 승리하라”
영적 전투에 둔감한 이를 위한 절실한 권면

1990년 초반에 미국에서 문학을 공부한 적이 있다. 당시만 해도 해외 유학이 오늘날처럼 자유롭지 않았다. 여러 면에서 문화충격(cultural shock)을 느꼈다. 그 중 하나는 기독교TV에 나오는 축귀기도(exorcism prayer)였다. 화면에 나오는 목사가 전화로 귀신들린 사람의 상태를 묻고 귀신을 쫓아내는 기도를 했다. 당시만 해도 한국교회에 ‘금요철야’라 부르는 심야기도회가 있었다. 나는 귀신을 쫓아내는 기도를 하는 것을 가끔 본 적이 있다. 그런데 방송으로 본 것은 처음이었다.

오늘날도 한국교회에서 축귀사역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교회나 성도들도 있지만, 전체적으로는 축소된 분위기다. 대신 타로점이나 사주팔자, 점성술에 대한 의존도는 높아진 것 같다.

요즘에는 개명하는 것이 이전보다 쉬워졌다. 이름이 특이하여 바꾸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어떤 경우는 이름이 좋지 않아 바꾸기도 한다. 이름이 불행을 담고 있다고 생각해서 작명소에서 새로운 이름을 짓기도 한다.

가끔 교인들 중에도 이렇게 하는 분들이 있다. 이럴 때 목회자는 무엇이라고 말해야 할까? 손자의 이름을 짓기 위해 작명 책을 공부하여 한자 획까지 세는 성도에게 목회자는 어떤 조언을 하면 좋을까? 성경적인 가르침이 절실한 부분이다.

클린턴 아놀드의 <영적전쟁>은 이와 같은 물음에 해답을 제공한다. 사안별로 묻고 답하는 형식을 띠진 않지만 사탄과 악한 영들에 대한 성경적인 입장을 잘 설명하고 있다. 이 책은 총 3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에서는 영적 세력들에 대한 1세기 사람들의 믿음, 2부에서는 영적 세력들에 관한 바울의 가르침, 그리고 3부에서는 영적 세력들의 현대적 의미에 대해 다룬다. 저자는 영적 세력들에 대한 바울의 가르침을 다루기 전에 주후 1세기 당시의 마술과 점술, 그리스-로마와 동방의 종교들, 점성술, 유대교와 예수님의 가르침에 대해 살핀다. 당시 마술은 오늘날과 같은 눈속임이 아니라 실제로 삶을 바꿀 힘으로 인식되었다.

이풍인 목사(개포동교회)
이풍인 목사(개포동교회)

이처럼 영적 존재들에게 의존하는 것이 컸던 에베소나 골로새 같은 소아시아 지역의 성도들에게 바울은 편지하면서 하늘의 해, 달과 별들뿐만 아니라 모든 악한 영적 존재들 위에 뛰어나신 그리스도를 제시한다. 예수를 믿는 성도는 영적인 존재들을 의지하여 살 것이 아니라 그들을 무찌르고 승리하신 그리스도를 따라야 함을 잘 보여준다. 그리스도 안에 있을 때 악한 영들의 위협으로부터 안전하게 보호받으며, 그리스도께서 주신 능력으로 영적 전투에서 승리하라는 권면을 바울은 하고 있다. 이런 배경 하에서 에베소서와 골로새서를 읽으면 그 편지가 당시 성도들에게 얼마나 힘이 되었을지 짐작할 수 있다. 이 책은 오늘날 눈에 보이는 것에 집착하며 영적 전투에 둔감해진 목회자와 성도들에게 경각심을 불러일으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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