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관영의 대학로 편지] 진정한 ‘씬 스틸러’
[김관영의 대학로 편지] 진정한 ‘씬 스틸러’
  • 박용미 기자
  • 승인 2020.05.19 14: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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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관영 〈문화행동 아트리 대표〉

벚꽃, 개나리, 진달래와 같은 화려한 봄꽃들은 졌지만, 여전히 다양한 꽃들이 우리의 시선을 사로잡는 요즘입니다. 이런 ‘시선강탈자’들을 영어로 ‘씬 스틸러(Scene stealer)’라고 합니다. 씬 스틸러는 영화나 드라마, 뮤지컬 등에서 자주 사용하는 말로, 직역하면 ‘장면을 훔치는 사람’이란 뜻이며 주연 못지않은 조연 연기자를 일컫습니다.

다들 기억에 남아 있는 씬 스틸러 한 명씩은 있으시지요? 저도 물론 있습니다. 1956년 작 영화 <십계>의 주인공 모세 역을 맡은 찰턴 헤스턴을 돋보이게 했던 람세스 역의 율 브린너, 우리나라 TV 드라마의 레전드라 할 수 있는 1995년 작 <모래시계>의 이정재 등이 어렵지 않게 떠오릅니다.

1987년 대학교 신입생 시절, 종로3가 단성사에 세 번이나 가게 만들었던 영화, <기쁜 우리 젊은 날>의 최불암 선생님도 제겐 잊을 수 없는 씬 스틸러이십니다. 바보스러운 짝사랑에 빠져 사는 어눌한 아들(안성기 분)을 속 깊은 사랑으로 안아주고 격려해 주는 아버지의 모습을 보며 많이 울었더랬습니다. 여담이지만, 얼마 전, 광야아트센터에 배창호 감독님이 오셨었는데, 얼마나 기뻤는지요!

씬 스틸러로서 율 브린너의 열연이 인상 깊었던 영화 <십계>.
씬 스틸러로서 율 브린너의 열연이 인상 깊었던 영화 <십계>.

의도한 것은 아니지만, 이제까지 저희 단체가 만든 뮤지컬들은 주연은 없고 씬 스틸러들로만 구성된 작품들이 대부분입니다. 종교개혁 500주년 기념 뮤지컬로 알려진 <더 북(THE BOOK)>도 공연 후에 누가 주인공이냐는 질문을 많이 받았습니다. 그런 질문을 받을 때마다 저희는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오직 예수 그리스도’라고 말씀드리곤 했지요.

그러고 보니 떠오르는 성경의 씬 스틸러들이 참 많습니다. 가나의 혼인잔치에서의 어머니 마리아, 예수님께 향유를 부은 마리아, 예수님께 도시락을 드린 어린 소년, 지붕을 뜯은 네 친구 등등이 쉽게 떠오릅니다. 하지만 세례요한의 무게감을 넘어서는 조연은 없을 듯합니다. 잊을 수 없는 그의 명대사를 상기해 봅니다.

“신부를 차지하는 사람은 신랑이다 신랑의 친구는 신랑이 오는 소리를 들으려고 서 있다가, 신랑의 음성을 들으면 크게 기뻐한다 나는 이런 기쁨으로 가득 차 있다 그는 흥하여야 하고, 나는 쇠하여야 한다”(요 3:29~30)

씬 스틸러가 되려면 무엇이 필요할까요? 물론 개인의 뛰어난 역량이겠지요. 하지만 그것보다 훨씬 중요한 것이 바로 마음의 자세, 즉 태도(mind, attitude)라고 생각합니다. 주연을 돋보이게 하려는 사랑과 겸손의 마음이 없다면 그는 결코 진정한 씬 스틸러가 될 수 없습니다.

이런 의미에서, 예수님이야말로 진정한 씬 스틸러이십니다.

“여러분 안에 이 마음을 품으십시오 그것은 곧 그리스도 예수의 마음이기도 합니다 그는 하나님의 모습을 지니셨으나, 하나님과 동등함을 당연하게 생각하지 않으시고, 오히려 자기를 비워서 종의 모습을 취하시고, 사람과 같이 되셨습니다 그는 사람의 모양으로 나타나셔서, 자기를 낮추시고, 죽기까지 순종하셨으니, 곧 십자가에 죽기까지 하셨습니다”(빌 2:5~7)

우리를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조연 삼아 주신 은혜를 찬양합니다. 우리 모두 후회 없는 조연의 삶을 만끽했으면 참 좋겠습니다. 오직 예수님만 남는 삶을 살아서, 세상의 눈에는 흔적 조차 남지 않은 존재이지만, 우리 예수님의 시선만큼은 한 몸에 받는 영원한 씬 스틸러 되시자구요!

주안에서 언제나 강건하시길 기도합니다. 샬롬!

강원도 문막에서 대학로를 위해 기도하며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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