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귀석 목사 (주평강교회)

정귀석 목사 (주평강교회)
정귀석 목사 (주평강교회)

“권사님이 나에게 섭섭한 것이 있나? 왜 전화를 안 받으시지?” 요즘 계속 못 뵈어서 안부 묻느라고 전화했는데 받지 않는다고 아내가 걱정합니다. 아내는 늘 성도들의 표정과 말을 예민하게 살피곤 합니다. 삐친 것도 잘 발견해냅니다. 아마도 약간의 소원함이 있었던 터라 이번 기회에 통화하면서 사랑을 전해줄 마음이었나 봅니다. 그 마음도 모르고 “왜 그렇게 부정적인 생각을 하느냐?”고 아내에게 핀잔을 주었습니다. 별일 아닌 일에도 신경 쓰는 것이 안타까워서입니다. 목회하는 남편 옆에서 많은 일을 겪다 보니 미리 걱정하는 습관이 생겼을 것입니다. 아내에게 한마디 해놓고 서재에서 지난날들을 가만히 돌아보았습니다.

“모든 것이 은혜입니다”라는 고백이 흘러나옵니다. 지하 교회에서 외로울 때 위로해 주신 주님의 은혜, 지하에서 상가 지상으로 이사했을 때에도 베풀어 주셨던 모든 은혜, 여호와 이레를 찬양하게 했던 수많은 사건, 건축할 때 두려움에 쫓겨 도망가고 싶었던 그 순간에도 여전히 주님은 함께 해주셨습니다. 계획성도 없고, 잘하는 것도 없는 저는 하나님의 은혜 아니면 살아갈 수 없는 사람입니다. 성전을 건축하고 재정적인 압박 속에서 더 이상 버틸 힘이 없다고 생각했던 날이 있었습니다. 포기하고 도망가고 싶었습니다. 홍해 앞에 서 있는 이스라엘 백성처럼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위기의 절정에 주님은 제게 평안과 담대함을 선물로 주셨습니다. 길이 열리는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홍해는 하나님을 원망하는 자리가 아니라 하나님을 체험하는 자리였다고 간증하곤 합니다.

“모세가 백성에게 이르되 너희는 두려워하지 말고 가만히 서서 여호와께서 오늘 너희를 위하여 행하시는 구원을 보라 너희가 오늘 본 애굽 사람을 영원히 다시 보지 아니하리라”(출 14:13)

두려움으로 어쩔 줄 모르던 그때 주셨던 은혜의 말씀입니다. “두려워하지 말고”, “가만히 서서”, “너희를 위하여”, “구원을 보라” 말씀 하나하나 가슴에 새겨가면서 주님의 은혜를 기다렸고, 말씀대로 여호와께서 행하시는 구원을 보았습니다. 도무지 길이 보이지 않던 저에게 길을 보여주셨습니다. 우리 교회 외부 벽면에 크게 써 붙여 놓은 문구가 있습니다. “반드시 길이 있습니다”라는 글입니다. 홍해 앞에서 길을 내주시는 주님을 만나고 난 후 확신있게 전하는 간증입니다. 하나님께서 열어주신 목회의 길을 걸으면서 좋은 사역자 부부가 되자고 아내와 다짐했던 추억이 있습니다.

두려움과 가슴 아픈 일들이 시시때때로 찾아옵니다. 그러나 가만히 주께서 베풀어 주실 은혜를 기다립니다. <죽음이 배꼽을 잡다>라는 책 속에 “노인이 아무나 되나? 살아있어야 노인 되는 거야”라는 글이 있습니다. 아무나 홍해 앞에 서 있는 것 아닙니다. 홍해 앞에 서 있다는 것, 살아있다는 증거입니다. 오늘도 출렁이는 수많은 홍해 앞에서 두려워하지 않고, 가만히 서서 여호와께서 행하시는 구원을 보며 계속 증거하렵니다.
“반드시 길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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