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관선 목사(주필)

소위 ‘n번방’ 범죄가 발생하자마자 내 머리에 떠오른 것은 ‘7번방’이다. 천만 관객을 불러 모은 <7번방의 선물>이라는 영화 말이다. 결코 스펙터클하지도 흥미진진하지도 않은 영화, 그러나 감동이 흐르고 눈물을 흘리게 만드는 2013년에 제작된 코믹한 영화다. 억울한 살인누명으로 교도소에 수감된, 하나뿐인 딸을 지극히 사랑하는 지적장애인 사형수 아빠가 수감된 7번방에서 일어나는 스토리다.

n번방을 생산한 피의자들은 자유롭게 IT 기술을 주무르는 젊은이들이 대부분이다. 그리고 그 ‘방’의 소비자는 사회 경제적으로 비교적 여유로운 자들이다. 반면 7번방을 따뜻하게 만든 이들은 세상에서 지탄을 받는 흉악범들이다. n번방이 인간의 탐욕으로 뜨겁다면, 7번방은 사람의 온정으로 따뜻하다.

현실에서는 불가능할 일이 일어나는 7번방. 어린 딸을 교도소 안에 불러들이거나 그 억울한 사형수 아빠를 교도소에서 내보내고 싶은 7번방의 식구들의 단순하고도 순수한 마음과 생각들이 비현실적이지만 감동적이다. n번방을 만들어낸 머리 좋고 손재주 뛰어난 자들을 부끄럽게 하는 것들이 7번방에는 있었다. 내가 사는 세상이라는 방은 어떤지. 또 열정으로 섬기는 교회라는 방 역시 어떨지?

7번방만큼 따뜻할까? 그 방을 나서면 전과자라고 손가락질 받을 사람들의 가슴에 담긴 인간다움이 7번방을 만들어낸 것처럼 내가 거주하는 방을 그렇게 만들고 있는지. 내가 사는 세상을 7번방으로 만들지, 아니면 n번방으로 만들지는 결국 나의 선택에 달린 것이리라. 이 세상의 n번방은 그 범죄자들이 체포되고 처벌을 받아도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더 다양하고 지능적인 변이를 계속할 것이다.

누군가를 노예처럼 부리고 그 고통을 통해 자신의 쾌락을 맛보고 싶은 사람들로 가득한 세상이란, 첨단 과학으로 편리하고 빠른 플랫폼을 구축했다 해도 여전히 럭셔리한 n번방일 뿐이다. 그런 방을 만들거나 들락거리는 것은 결코 희망도 행복도 기대할 수 없는 공허함 그 자체일 뿐! 교회라는 이 방도 내 이기적 욕망만 채우려는 열정으로 가득하다면 또 하나의 n번방이리라. 웃고 즐길지 모르지만 그 방에는 꼭 있어야 할 그것이 없고 그 분 역시 계시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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