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슬림들의 최대 명절인 라마단(4월 24일~5월 23일)이 올해는 조용하게 지나가는 모습이다. 코로나19 때문이다.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레이트, 오만, 카타르, 쿠웨이트, 요르단, 이란, 인도네시아 등 대부분의 이슬람국가들은 정부 차원에서 모스크에 모여 행하는 저녁기도를 금지했고 가정기도로 대체하도록 당부했다.

종교 재단이나 부유층이 라마단 기간에 자선을 베푸는 일도 금지시켰다. 사원을 개방하지 않는 나라들도 있고 통행금지령이 내려진 곳들도 있다. 각국의 봉쇄조치로 인해 무슬림들은 모이는 것은 폐하고 개인기도와 금식을 하면서 축소된 라마단을 지키고 있다.

주 이집트 H 선교사는 “라마단은 종교적 의무일뿐더러 무슬림들에게 축제라고 할 수 있다”면서 “매년 라마단 때면 도시의 모든 골목들이 화려한 등과 장식들로 빛났지만 올해는 이런 모습을 찾아볼 수 없다”고 전했다. 선교사는 “라마단 기간에는 가족과 친척들을 상호방문하면서 먹고 교제했는데 불가능해졌고, 밤 9시부터 통행금지가 실시되어 저녁이 되면 거리가 더욱 조용하다”고 설명했다. 이 선교사는 “라마단은 종교적 의무일뿐더러 축제이기에 국가 경제가 활성화되는 기간이기도 했다”면서 “그러나 라마단 행사가 축소되면서 무슬림들이 경제적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고 알렸다.

주 터키 이반석 선교사도 “라마단 기간에는 각 지역마다 일몰 시간에 맞추어 대포를 쏘아서 저녁 식사 시간(이프타)을 알리는데 이번 라마단에는 대포소리가 없다”면서 “라마단 이전까지 동네에 활발하게 다니던 음식 배달 오토바이가 눈에 띄게 줄어든 것이 그나마 라마단 기간임을 짐작하게 해줄 뿐”이라고 전했다. 이 선교사는 “공장들은 문을 닫고 재택근무를 하고 상점들도 운영하지 않아 경제가 많이 힘들어졌기에 명절 기분을 좀처럼 느낄 수 없다”면서 “관광업, 식당, 무역을 하는 교민들의 어려움도 커졌기에 이 사태가 속히 지나가고 한인교회도 예배로 모일 수 있도록 기도해 달라”고 요청했다.

김철수 선교사(케냐 아프리카국제대 교수)는 “라마단 기간에 무슬림은 사원에 모이기 힘쓰고 새벽부터 저녁까지는 철저히 금식을 한다”면서 “저녁에도 모여 30일 동안 꾸란을 다 읽으며, 권능의 밤(5월 19일)에는 밤새 기도를 하거나 꾸란을 읽는 열심을 보였다”고 밝혔다.

라마단이 축소됐다고 해서 무슬림들이 라마단의 의미마저 소홀히 여기는 것은 아니다. 이현수 선교사(이슬람파트너십 대표)는 “코로나19로 인해 무슬림들이 사원에 모이지 못하고 있지만 개인 기도는 지키고 있다”면서 “무슬림들은 누구나 신앙의 깊이와 관계없이 라마단 기간동안 자신들의 삶과 죄를 돌아보고 성찰한다”고 전했다. 이 선교사는 “따라서 무슬림들이 영적으로 가장 민감한 라마단 기간동안 기독교인들이 무슬림들을 생각해보고 이들이 예수님을 만날 수 있도록 기도하는 것은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집트 H 선교사도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정체성에 혼란을 느끼며 인생의 참 가치를 고민하는 무슬림들이 많아졌다”면서 “예년과 달라진 이번 라마단 기간을 통해서 무슬림들이 기존의 세계관을 버리고 새로운 정체성을 갖도록 기도해 달라”고 당부했다.

한편 전세계 40여 개국 기독교인들은 올해도 라마단 기간에 발맞춰 ‘무슬림을 위한 30일 기도운동’을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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