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현태 목사의 오목조목 대구골목 이야기]

민수기 22장에서 하나님은 거짓 선지자 발람을 나귀를 사용하셔서 꾸짖으셨다. 매일 자기가 타고 다니던 나귀의 입이 열렸을 때, 발람은 얼마나 놀랐을까, 또한 그렇게 하신 하나님의 방법이 얼마나 기이하고도 황당했을까? 이처럼 하나님은 중대한 순간에 동물들까지 사용하시는 놀라운 분이시다. 선지자 엘리야에게는 까마귀를 통해 먹을 것을 공급하지 않으셨던가.

부루언 선교사(한국명 부해리)는 1899년 10월 26일부터 일제에 의해 추방된 1941년까지 대구·경북지역에서만 사역을 한 ‘대구경북 선교의 아버지’라고 불릴만한 선교사다. 그는 25세부터 67세까지 전 생애를 조선 땅을 위해 헌신하였다. 부르언 선교사의 주력 선교지역은 경북 서북부지역이었다. 그가 40여 년 동안 사역하며 개척한 교회의 수만 해도 무려 56개나 된다고 하니, 대구 경북지역은 부르언 선교사에게 정말 많은 복음의 빚을 지고 있는 셈이다.

그런데 하나님께서 대구 선교역사에 사용하신 동물이 있었다. 바로 부루언 선교사의 사냥개 마아크이다. 한눈에 보기에도 조선의 개들과는 다른 외양을 가지고 있던 마아크는 대구 사람들에게도 신기한 존재였던가 보다. 그런데 외모보다 더 신기한 것은 마아크의 신앙심(?)이었다고 한다. 부루언 선교사는 먼저 마아크에게 샌드위치 조각을 던져주고 나서 모인 청중들에게 설교하는 일이 자주 있었는데, 마아크는 참고 기다렸다가 설교를 마친 선교사가 허락해야 샌드위치를 먹곤 했다.

대구서문교회 역사에는 부르언 선교사와 그의 사냥개에 얽힌 흥미로운 일화가 숨어있다.
대구서문교회 역사에는 부르언 선교사와 그의 사냥개에 얽힌 흥미로운 일화가 숨어있다.

세월이 흐른 후, 대구서문교회 정재순 목사가 부루언 선교사에게 자신이 예수를 믿게 된 사연을 이야기할 기회가 있었다. 정 목사는 부루언 선교사가 경산 장터에서 전도할 때, 감동을 받아 예수를 믿게 되었다고 간증했다. 어떤 설교에 감동을 받았는지 궁금해 했던 부루언 선교사에게 의외의 대답이 돌아왔다. “선교사님이 설교하는 동안 마아크가 눈을 감고 기도하는 것을 보았습니다. 개도 식사기도를 하며 하나님을 섬기는데, 만물의 영장인 인간이 어찌 기도하지 않고 음식을 먹을 수 있겠습니까?”

이렇게하여 예수를 믿었던 정재순이 마침내 대구서문교회의 초대 목사가 되었다. 그 이후 정재순 목사는 개한테서 전도를 받은 목사라고 놀림을 당하는가 하면, 대구 서문교회당이 ‘마아크의 예배당’(St. Mark’s Cathedral)으로 불리기도 했다는 후일담이 전해진다.

청라언덕 은혜의 정원에는 부루언 선교사의 아내인 마르타 브루언(한국명 부마태) 선교사와 두 딸의 무덤이 있다. 청라언덕에서 서문시장으로, 그리고 서문시장에서 대구서문교회로 걸으면서 하나님께서 일하신 흔적들을 느껴보시라. 사냥개조차도 사용해 한 사람을 구원하셨고, 대구를 대표하는 교회 중 하나인 서문교회의 초대 목회자로 삼으신 하나님의 위트와 능력이 대단하시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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