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 교수(총신대상담대학원)

김준 교수(총신대상담대학원)
김준 교수(총신대상담대학원)

가정은 사랑으로 시작되어 사랑으로 일궈가는 아름다운 곳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지난 3월 발표된 여성가족부의 <2019년 가정폭력실태조사>는 한국 가정에 신체적, 정서적, 언어적 폭력과 같은 다양한 폭력이 존재한다는 것을 보여 준다. 이 조사에 의하면 여성의 약 10%, 남성의 약 6%가 상대 배우자에 의해 폭행을 당했고, 자녀를 학대한 부모는 약 28%, 학대를 경험한 노인은 약 4%였다. 비록 빈도는 지난 5년 전의 조사보다 줄어들었지만 여전히 적지 않은 가정 폭력 피해자들이 고통 속에서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기독교인들의 상담 사례가 많다는 것을 통해 가정폭력으로 고통을 겪는 기독교인들 또한 적지 않다는 것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통계상 가정폭력이 줄어든 이유는 그동안 가정 폭력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개선되었고 가정폭력 근절에 대한 정책적, 행정적 지원이 강화되었기 때문으로 설명된다. 그러나 가정폭력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사회나 정부와 같은 외부 요인 보다 당사자인 가족 구성원들의 인식과 대처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중요하다. 이를 위해 먼저 가족 구성원들이 가정폭력이 얼마나 파괴적인지를 알아야 하고, 지혜롭고 적절한 외부의 도움을 청할 수 있어야 한다.

특히 오랜 기간 지속된 가정폭력의 경우 외부의 개입이 필요한데, 그러기 위해서는 가정폭력의 피해자가 상황에 맞는 도움을 찾을 수 있도록 주변에서 격려와 도움을 줄 필요가 있다. 이를 지원하는 다양한 상담관련 공공기관들이 있고, 사설 상담기관들도 피해자를 위한 도움과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가정폭력이 존재하는 가정의 문제는 매우 복잡하므로 각 가정의 상황에 따라 개별적인 접근을 시도해야 한다. 어떤 경우는 부모 상담 또는 부부 상담이 필요한 경우도 있으며, 관련된 교육을 통해 가정과 가정 내 역할에 대해 그동안 오해하고 있었던 부분을 바로잡게 된다. 비록 고통 가운데 있더라도 적절한 도움을 받을 수 있다면, 치유되는 기적도 가능하다.

이 시대 교회의 시대적 소명 가운데 하나는 아픈 가정을 치유하는 것이다. 가족 구성원 모두가 한 공동체에 속한 기관은 교회가 거의 유일하며, 교회 사역자들은 가정의 구성원과 내부에 접근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사람들이다. 가정폭력은 많은 경우 은밀성을 갖지만, 관심 있는 교역자나 교회의 신앙동료들은 이를 인지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교회가 가정폭력이 존재하는 가정을 위해 직접적으로 줄 수 있는 실제적인 도움은 제한적이다. 또한 가정 내부의 문제이기에 보호되어야 할 사적 영역이 있고, 오히려 문제가 악화될 수 있어 교회의 접근이 조심스러운 것도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회는 주변의 신자를 통해 피해자를 위로하고 교회가 의지할 수 있는 공동체라는 정서적, 영적 지지를 지속적으로 제공해 주는 역할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고통 받는 가정이 회복되는 과정에서 버팀목이 되어 주는 것은 가족이 속한 신앙공동체가 제공하는 지속적인 위로와 영적지지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문제에 대한 접근이나 해결은 신뢰할 수 있는 전문가나 기관에 의뢰하는 것이 지혜로운 방법이 될 것이다. 가정폭력과 이와 연관된 가정문제는 일반인들이 모르는 전문적이고 법적인 영역이 있기 때문이다.

가정과 교회는 하나님이 창조하셨고, 세상의 마지막까지 함께하는 기관이다. 가정이 무너지고 아파하는 이 시대에, 교회가 가정을 건강하게 세우고 회복시키는 치유의 도구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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