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년연구 공청회]
양현표 교수 "정년 연장은 일시적 처방책...신학교 통한 수급 늘어나야"

빠르면 2024년부터 목회자 수급에 빨간불이 켜진다는 주장이 나왔다. 불과 4년 뒤에 목회생태계가 파괴된다는 뜻이다.

총회정년연구위원회(위원장:고영기 목사)는 4월 21일 새에덴교회(소강석 목사)에서 정년연구 공청회를 개최했다. 양현표 교수(총신신대원)는 “목사 부족 현상은 빠르면 2024년부터 늦으면 2029년부터 나타난다”고 주장했다. 총회 산하 교회 1만1885곳과 목사 1만7873명을 토대로 연구한 결과, 빠르면 2024년부터 늦어도 2029년부터 교회에 목사가 부족해진다고 강조했다.

그는 현재 총회 산하 목사 중 54세 이하는 44%에 불과하지만, 55세 이상은 56%나 되는 것을 근거로 들었다. 이들은 베이비부머 세대들이며, 이들 대다수는 조만간 은퇴 시기가 된다. 반면 총신신대원 지원자는 계속 줄어들고 있어 목회자 수급에 빨간불이 켜진다고 주장했다.

따라서 양현표 교수는 “정년 연장은 일시적인 처방책일 뿐이다. 연장은 단기적인 효과가 있지만 근본적인 해결이 아니기 때문”이라면서 “신학교를 통한 목사 수급이 늘어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역사 속에서 수많은 교단이 생겨났다가 소멸했다. 우리 교단도 영원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말라. 우리는 현재 쇠퇴기를 맞은 상태”라고 경고하면서 “따라서 근본적인 대책인 목사 수급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날 공청회에서는 정년제를 폐지하고 종신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서창원 교수(총신신대원)는 “정년제는 고용주와 근로자 관계에서 발생했다. 하지만 교회는 산업체가 아니다. 따라서 교회는 정년제를 바라보는 시각이 달라야 한다”고 말했다.

서창원 교수는 정년제는 성경이 아니라 세상에서 도입한 제도이기 때문에 비성경적이며, 70세 정년을 정한 <총회헌법> 내용 또한 성경을 위배했다고 주장했다. “하나님이 목사를 부르실 때 정년을 정해 놓은 것 아니다. 목사직은 소명의 직분이다”고 말한 그는 “사도 바울도 그랬고, 구약의 제사장도 정년이 있는 것이 아니라 소명을 가지고 종신토록 헌신했다. 따라서 목사는 정년이 없고 종신직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창원 교수는 기독교 역사나 해외 교단, 로마가톨릭도 정년이 없다면서 “유독 개신교가 성경을 위배하면서까지 정년제를 둔 것은 잘못이다. 70세가 되면 강제로 강단에서 끌어내리는 것은 하나님의 뜻이 아니다”고 일갈했다.

이희성 교수(총신신대원)는 한국 주요 교단과 미국 주요 교단 헌법을 비교하면서 “한국만 목사 70세 정년제를 규정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는 미국개혁교회(RCA)를 주목해 연구할 가치가 있다면서 “우리와 동일하게 70세 정년을 규정하고 있지만 계약을 통해 연장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RCA는 개교회와 계약을 맺고(12개월 초과 불가), 공동의와와 노회의 인준을 받도록 하고 있다. 또한 은퇴한 목사도 위임의 형식으로 사역을 감당할 수 있도록 했다.

그는 “정년을 정할 때에는 교회라는 유기적인 조직체를 고려해야 한다”면서 “일률적으로 정하는 것보다 개교회의 목회방식, 교회문화, 관계 등 목회환경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자율성을 부여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김근수 교수(칼빈대 총장)는 “한국교회와 미국교회 정년제도를 단순 비교할 수 없다. 서로 목회환경이 완전히 다르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사실 목사 70세 정년 폐지는 교단 정서에 맞지 않다. 반대가 높다”면서 “따라서 보충안이 필요하다. <총회헌법>을 그대로 두고, 단서(예외)조항을 삽입하자”고 제안했다.

김근수 교수가 제안한 단서조항은 △본인이 원할 때(의사의 건강진단서) △가족의 동의서 △공동의회 결의(3년 주기) △노회의 허락이 있을 때 목사의 정년을 연장할 수 있도록 한다는 내용이다.

공청회 형식으로 진행했지만 아쉬움도 남겼다. 발제자 모두 교회라는 현장이 아닌 신학교 교수로 구성됐다는 점이며, 내용 모두 목사만 언급했다는 점이다. 총회 한 중진은 “공청회는 말 그대로 찬성과 반대를 고르게 듣는 공개적인 자리임에도 불구하고 한쪽 주장만 듣는 연설회였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70세 정년은 목회와 교회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문제인데 발제자 중에 목회현장 관계자는 없었다. 그래서 목회현장의 이야기가 없어 아쉬웠다”고 말하면서 “특히 정년제도가 성경에 없기 때문에 <총회헌법>을 비성경적이라고 규정하면 대의민주주의를 표방한 장로교 정치를 부정하는 것과 동일하다. 매우 문제 있는 발언”이라고 꼬집었다.

정년 연장은 오히려 목회자 수급에 찬물을 끼얹는 계기가 된다는 주장도 나왔다. 공청회에 참석한 40대 목회자는 “신학생과 젊은 목회자들은 그렇지 않아도 임지가 없어 아우성”이라면서 “연장하면 청년대학생은 더 많이 떠날 것이다. 그러면 총신신대원은 정원도 못채울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편 위원장 고영기 목사 인도로 드린 개회예배는 서기 이병설 목사 기도, 총회장 김종준 목사 설교, 증경총회장 김선규 목사 축도 순으로 진행됐다. 김종준 목사는 “인생은 선택의 연속이다. 정년 연장도 선택에 따라 교단의 미래가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면서 “선택의 기준은 하나님의 말씀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영기 목사도 “연구위원회는 말 그대로 연구만 하는 조직”이라면서 “신명기 28장 말씀처럼 좌로나 우로나 치우침 없이 오직 하나님의 말씀에 따라 업무를 추진하고 공청회를 기획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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