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총회 헌의안 문제 많다]
노회 논의 과정 거치지 않고 소수에게 권한 넘겨
제출기한 변경ㆍ노회록 첨부 의무화 등 개선 필요

총회에 헌의안을 올린 노회장들은 자신의 이름으로 올린 헌의안 내용을 숙지하고 있을까? 답은 ‘그럴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이다. 적잖은 노회들이 헌의안을 정식 노회 논의 과정을 거치지 않고 총회에 올리다보니, 노회장조차도 자신이 올린 헌의안 내용을 제대로 알지 못하는 어처구니 없는 일이 발생하고 있다.
통상 차기 총회에 올리는 헌의안은 봄 노회에서 다룬다. 절차 또한 비슷하다. 먼저 헌의부에서 올라온 안건을 정치부 등 관련부서로 보내고, 관련부서가 논의 후 다시 본회에 올리면, 본회에서 헌의 여부를 최종 결정한다.
그러나 상당수 노회들은 이 과정을 거치지 않는다. 헌의할 내용을 논의하지 못했다거나 아직 총회까지 시간이 많이 남았다는 이유로 헌의안 결정을 미루고, 임원이나 총회총대 등 소수에게 헌의와 관련한 일체의 권한을 맡긴다. 전형위원회가 노회임원이나 총회총대 선정을 도맡는 것처럼 총회 헌의안 역시 소수에게 맡겨지는, 이른바 ‘밀실 헌의’가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밀실 헌의는 편의주의적 발상이기도 하지만, 다분히 정치 독식의 결과물이기도 하다. 소위 총회 정치판에서 활동하고 있는 노회 내 소수의 인사들이 노회 여론을 좌지우지하다보니, 1년 임기의 노회장은 물론이고 대다수의 노회원들은 헌의안에 관심이 없기 마련이다.

이 같은 밀실 헌의가 반복되는 것은 관련 규정이 미흡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총회규칙에 따르면 노회는 총회 개회 10일 전까지만 헌의안을 올리면 된다. 굳이 3∼4월에 열리는 봄 노회에서 헌의안을 다루지 않더라도 시간적으로 여유가 있고, 규정이 이렇다보니 노회에서 헌의안을 다루기보다 임원이나 총회총대들에게 맡기는 편법을 이용하게 된다.

확인 절차 또한 미흡하다. 총회 홈페이지 올라와 있는 헌의안 양식에는 몇 회 정기회에서 헌의를 했는지를 기록하도록 돼 있지만, 이를 확인할 길은 없다. 해당 헌의안을 노회에서 다뤘는지를 확인할 수 있는 노회회의록 첨부는 의무사항이 아니다.

노회에서 정식 안건으로 다루지 않고도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총회에 헌의안을 올릴 수 있는 것이다.
이 같은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간단하다. 헌의안 마감 시간을 앞당기고, 노회록 첨부를 의무화하는 것이다. 이 같은 고민으로 경청노회, 대경노회, 동한서노회는 지난 103회 총회에 ‘노회 결의 없는 총회 헌의 불가’ ‘노회록 사본 첨부’ ‘헌의안 제출기한 변경’ 등의 내용을 담은 헌의안을 올렸으나, 총회에서는 현행대로 하거나 규칙부로 보내 논의하는 수준에 그쳤다.

대경노회는 당시 “헌의안 제출 시에는 정기회와 임시회 결의를 통하게 함으로써 공공성과 공정성, 진정성을 얻을 수 있으므로, 헌의안 제출 시에는 당회 회의록과 노회 회의록을 첨부해야 한다”고 헌의 취지를 설명했다. △노회현장에서 반드시 결의된 것 △노회록 사본을 증빙서류로 첨부할 것 △총회개회 30일 전까지 접수할 것 등을 청원한 경청노회 전직 임원은 “노회 내 힘 있는 분들이 헌의안을 좌지우지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 노회들이 많아지면, 정식으로 회의를 거쳐 헌의안을 올리는 노회들은 억울하기 마련이다”며 제도 개선의 필요성을 설명했다.

조준영 기자 joshua@kidok.com

지난 5년, 총신 문제에 매달렸다

총회 단골 헌의안은

100회~104회까지 총회에 상정된 헌의안은 총 1840개에 달한다. 이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한 것은 단연코 총신대 관련 헌의안이었다.

총신대 관련 헌의안을 핵심적으로 다루게 된 배경에는 직전 김영우 총장과 재단이사회의 총신대 정관 변경 및 사유화 조짐, 즉 총신사태가 있었다. 이에 따라 전국의 노회들은 ‘재단이사회가 불법으로 바꾼 총신대 정관 개정’을 필두로 ‘총장 재단이사장 재단이사회 조사처리’, ‘총신대 정상화 방안’ 등의 헌의안을 매년 최소 10개 이상씩 상정했다. 지난 5년간 총회가 총신대 문제 해결에 매달렸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김영우 총장 구속 및 임시이사 파송으로 총신사태가 일단락됐으나, 지난해 104회 총회는 한 걸음 더 나아가 총신대 제도 개선을 놓고 찬반논쟁을 벌였다. 그 결과, ‘총신 운영이사회 폐지 및 법인이사 확대’ 결의를 얻어냈다. 하지만 불과 1년 만에 일부 노회에서 운영이사회를 부활시키자는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다. 총회정치의 총신대 유입을 막기 위해 운영이사회를 폐지했지만, 이를 못마땅해 하는 세력이 여전히 많은 모양새다. 지금 추세라면 105회 총회에서 총신 운영이사회를 둘러싼 제 2라운드가 벌어질 전망이다.

총신대 헌의안과 더불어 이단 관련 헌의안도 매해 총회마다 꾸준히 상정되고 있다. 대개 이단성 조사 청원이 주류지만, 최근에는 총회이대위를 이단전문가로 구성하자는 헌의안과 신천지의 교단마크 도용에 대한 법적 대처 등 보다 심층적인 헌의안이 총회석상에 올라오고 있다.

아울러 세례교인헌금, 정년연장, 대회제 시행, 목회자 윤리강령 제정도 총회현장에 자주 등장하는 단골 헌의안이다. 총회는 이 중 세례교인헌금과 정년연장에 대한 연구위원회를 조직했다.

103회기에 운영됐던 세례교인헌금연구위원회는 세례교인헌금을 통한 총신대 GMS 등 총회 산하 기관 지원 및 세례교인헌금 활성화 방안 등을 보고했고, 현재는 총회임원회에서 이 내용을 다루고 있다.

정년연장은 이번 회기에 정년연구위원회를 조직해 설문조사를 실시하는 등 다방면에서 연구가 이뤄지고 있다. 정년연장은 총대의 양축인 목사와 장로의 관한 사안이기에, 오는 105회 총회에서 보고할 정년연구위원회의 청원사항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반면 대회제 시행과 목회자 윤리강령 제정은 기각의 아픔을 딛고 매년 상정되는 헌의안이다. 이 두 헌의안은 정치부 보고 때마다 “기각”에 이은 “허락”으로 마무리되곤 했지만, 해당 노회들이 그동안 보여줬던 신념과 노력을 고려해 총회현장에서 심층적인 논의가 이뤄지길 기대한다.

송상원 기자 knox@kidok.com

특정 이해득실 충실한 ‘헌의안 담합’ 막아야

최근 총회에는 2가지 특징이 있다. 첫째는 해마다 노회가 늘어나는 것이며, 또 하나는 헌의안도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늘어나는 헌의안을 자세히 살펴보면 이상한 점을 발견할 수 있다. 제목부터 내용까지, 심지어 오탈자마저도 동일한 ‘판박이 헌의안’이 적잖다. 제104회 총회에 헌의된 75세 정년 관련 헌의는 총 19개. 그 중 4개는 제목부터 내용 모두 동일하다. <총회헌법> 오류 개정 헌의는 27개나 된다. 그러나 헌의한 노회와 노회장 이름만 다를 뿐 제목 모두 동일하다. 농어촌선교특별위원회 구성도 마찬가지다.

올해에도 봄노회 시즌이 되면서 어김없이 헌의안 담합 시도가 이뤄지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총회 산하 기관에 대한 헌의다. 특정 세력이 주도해 총대들에게 무차별 문자 폭탄을 보내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사실 총회 주요 사안을 공유하는 정치적 행위가 불법은 아니다. 중요 현안을 공동으로 발의해 중론을 모아가는 것은 오히려 건전하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다.

하지만 특정 이해득실에 따라 헌의안을 거래하는 행위는 성총회를 기만하는 해총회 행위다. 더 심각한 문제는 총회 정치 판도를 바꿀 수 있는 선거법이나 규칙 개정 관련 헌의를 주고받는 행위다. 직선제가 대폭 확대되면서 선거법을 통해 상대를 옭아매려는 시도가 끊이질 않고 있다. 이중직 금지나 선출직 선거 관련에서도 이해득실에 따라 헌의안을 거래하는 시도가 적발되기도 했다.

총회 한 중진은 “최근에는 경쟁 후보를 제한하기 위해 2~3년 전부터 헌의안을 상정한다. 특정 지역이나 이해 관계자가 함께할 때도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특정인들이 끼리끼리 주고받는 짬짜미 헌의, 즉 헌의안 담합을 제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러한 폐단을 막기 위해 제104회 총회에서는 ‘담합 헌의’를 제한하자는 헌의가 상정되기도 했다. 건전한 헌의 제도를 정착시키기 위해 △노회 현장에서 반드시 결의해야 하고 △노회록 사본 제출 △총회 개회 30일 전 제출이 제시됐다.

정형권 기자 hkjung@kid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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