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 수긍할 때까지 마음 얻어야”
하나님 뜻 물으며 복음으로 화해시키는 중보자 역할 중요
기독교인의 시민권은 하늘에 있다. 그러나 크리스천은 이 땅의 시민으로 살도록 보냄을 받았다. 하나님께서 허락하신 두 나라의 시민으로서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할까?
기윤실 공동대표로서 교육계와 기독교시민운동에 오랫동안 몸담아 왔던 정병오 공동대표(기윤실, 오딧세이아 학교 교사)가 <기독시민으로 산다>(SFC)라는 책을 펴내고, 이 문제에 대한 오랜 고민의 열매를 나눴다.
“하나님이 우리를 이 땅에 보내신 목적을 묻고 응답하면서 살아야 합니다. 기독교인이 아니라면 생계나 자아실현이 소중할 것이며 직장 상사나 국가권력이 원하는 것을 따르는 것이 중요할 것입니다. 그러나 기독시민이라면 하나님이 원하시는 것이 무엇이냐가 가장 중요할 것입니다.”
정 대표는 “하나님의 뜻을 묻는 사람은 세상의 거대한 구조악과 자신의 뿌리깊은 사적인 악 때문에 고민할 것”이라면서 “그것들과의 싸움은 더디고 끝없는 것 같아도 감당해 나가야 하는 것이며 하나는 세상과 함께, 다른 하나는 홀로 이뤄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두 가지는 다 중요하지만 자신의 죄악과 부족함을 안타까워하는 마음은 거대악과 투쟁하려는 동기(주로 분노)보다 더 강하고 지속적인 변화의 동력”이라면서 “구조악과의 싸움은 대상이 사라지면 약화되지만 사적악에 대한 고민과 그 가운데 체험하는 하나님의 은혜는 끊임없이 우리를 자극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정 대표는 “그렇다면 기독교계가 세상의 악과 마주하여 싸워나갈 때도 기독교인의 선함과 거룩함을 드러내야 하고 복음전도에 방해가 되지 않는 방법을 택해야 한다”면서 “기독교계의 목소리를 세상이 이해하고 수긍할 수 있도록 오래 고민하고 전략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교회의 입장을 타인이나 사회에 전달하려고 할 때 듣는 사람들이 수긍할 수 있도록 설득력있는 근거를 제시해야 하고, 보다 많은 사람들이 동의할 수 있는 방법을 택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정 대표는 “변화는 마음에서부터 오는 것”이라면서 “지금 당장 기독교계가 물리적으로라도 저지하지 못하면 악법이 제정되고 선교의 자유가 제한될 것 같은 염려가 있더라도 여론을 등에 업지 않으면 안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대한민국에 20%의 기독교인들이 똘똘 뭉친다고 하더라도 다른 80%를 설득하지 않으면 안된다”면서 “이 땅의 건강한 상식을 가진 사람들이 수긍할 수 있는 대안과 방식으로 다가간다면 정부도 쉽사리 문제가 되는 법을 제정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정 대표는 “21대 국회의원 선거를 보면서 오늘의 한국교회는 갈수록 심화되는 사회의 이념대립을 복음으로 화해시키는 중보자의 역할을 감당해야 한다고 느꼈다”면서 “그렇기 때문에 교회가 특정이념의 편에 서면 안된다”고 주장했다. 정 대표는 “또 교회는 기독교세계관으로 철저히 무장하고 세상과 싸울 수 있는 유능한 기독시민들을 길러야 한다”면서 “그런 이들이 정치, 경제, 시민, 교육, 문화계에 널리 퍼져 성경적 가치관으로 세상을 바꿀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고 피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