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도영 〈빅퍼즐 문화연구소 소장〉

코로나19 확진자 소식이 전해진 1월 말부터 한국 사회를 설명하는 단어는 두려움이었다. 예상하지 못한 코로나19 정국처럼 우리에게 미래는 순식간에 도래하며 사람들은 그런 미래를 두려워 한다.

올해 BBC가 제공한 드라마 <이어즈 & 이어즈>는 2019년부터 2034년까지 15년 동안 영국 맨체스터에 사는 한 가족이 겪는 다양한 미래 이슈를 중심으로 드라마를 풀어간다. 유럽 이야기지만 드라마가 다루는 난민, 이민자, 금융위기, 전쟁, 사회 양극화, 동성애, 다민족, 트랜스 휴먼 등은 우리도 이미 겪고 있거나 겪을 내용이다. 이 드라마는 가까운 미래의 이야기를 연결과 확장이라는 측면에서 풀어가고 있다.

우선 영국 가족의 면면이 흥미롭다. 다양한 사람들이 다른 층위의 인간 군상을 대변하고 있으며 가족으로 연결돼 있다. 첫째 스티븐은 노동당을 지지하는 금융전문가이며 흑인 회계사인 아내 셀레스트와 살고 있다. 딸 베서니는 자신의 뇌를 컴퓨터에 다운로드하고 싶어 하는 ‘트랜스 휴머니스트’다. 둘째 이디스는 무정부주의자이며 불의를 보면 참지 못하는 운동가다. 셋째 대니얼은 영국에 머무는 난민 수용 단지를 관리하는 공무원이며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때문에 발생한 난민들과 함께 영국에 온 청년 빅토르와 사랑에 빠진다. 막내 로지는 다리가 불편하지만, 장애를 전혀 의식하지 않고 살아가는 자존감 높은 캐릭터다.

어느 날 가족에게 빅토르라는 존재가 나타난다. 그는 러시아 정교회를 다니는 부모님이 동성애자인 아들을 경찰에 신고해 도망쳐 나와 영국에 불법 난민의 신분으로 들어온 청년이다. 셋째 대니얼을 중심으로 가족은 빅토르의 문제를 해결하고 영국에 합법적으로 머물 수 있도록 열심히 노력하지만, 불법 난민을 향한 현실의 벽은 차갑고 높다. 불쑥 들이닥친 타자를 가족으로 받아들이며 그의 문제를 자기 일로 껴안았을 때 가족은 엄청난 희생의 대가를 치른다. 타자를 어떻게 대할 것인가의 문제로 대변되는 가족의 확장은 할머니 뮤리엘의 대사에 잘 나타난다.

“우리는 어떻게든 살아질 거다. 나도 편견이 없지는 않지만 너는 아름다워. 주님과 내 눈에 너는 아름답단다. 똑똑히 알아들었지? 이 집은 평생 네게 열려 있어.”

2034년을 사는 드라마의 주인공들이 가족 공동체의 연결과 타자와의 가족 확장을 위해 희생을 감당하고 있을 때 교회는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 생각해보면 연결과 확장은 교회 공동체가 서 있는 토대라고 할 수 있다. 전혀 모르는 사람들이 예수의 이름으로 모여 가족이 되고 타자의 문제를 자신의 문제인 양 여기는 공동체, 불안하고 두려운 일로 가득한 미래 사회에 서로의 안녕을 묻고 안부를 확인하는 곳이 바로 교회였고 또 교회는 계속 그렇게 사람들에게 열려있을 것이다.

작년 500여 명의 예멘 난민이 한국에 상륙하고 사회가 혼란스러웠을 때도 한국교회는 묵묵히 그들에게 집이 되어주었다. 그때가 2019년이든 2034년이든지 간에 그 어떤 편견 없이 타자 안에서 하나님의 형상을 발견하며 마음을 열어주는 교회가 되길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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