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안동부교회, 설립 90년 단일화 15주년 맞아
“향후 10년 새 성장위한 중요 시기, 사역 매진”

설립 90주년과 단일화 15주년을 상징하는 부안동부교회의 로고.
설립 90주년과 단일화 15주년을 상징하는 부안동부교회의 로고.

뚝딱뚝딱. 부지런히 집을 고치는 소리가 들린다. 코로나19 사태로 세상이 온통 숨죽이고 있지만, 그래도 오중리의 봄은 찬란하다. 마당에는 꽃이 활짝 피어나고, 논밭에도 파릇파릇 싹이 올라온다. 생명의 기운과 함께 사람들도, 교회도 기지개를 켜고 새로운 시절을 준비한다.

부안군 동진면 오중마을에 자리잡은 부안동부교회(박영진 목사)에게 2020년은 대단히 뜻깊은 해이다. 처음 설립된 지 90주년, 그리고 한 때 두 개의 공동체로 나뉘었다가 다시 하나로 합한 지 15주년째를 맞이하기 때문이다.

1930년 4월 15일은 부안동부교회 설립일이다. 인근 죽산의 한 교회에서 신유의 은사를 체험한 정문관 영수가 15명의 성도를 이끌고 오중리교회를 세웠다.

김두남 장로와 이성렬 집사 등 신실한 지도자들이 예배를 인도하며 자라난 오중리교회는 점점 조직과 규모를 갖추어나가는 한편, 6·25 전쟁 당시에는 이복동 이마태 전도사가 순교하는 등 빛나는 역사들을 쌓아갔다.

특히 이마태 전도사의 경우는 일제의 신사참배를 거부하다 숨진 아버지 이성열 집사의 대를 이은 순교자로서, 오중리교회 성도들에게는 커다란 자긍심을 일으키는 존재가 됐다.

박영진 목사는 도약하는 교회 역사에 마지막 밑거름이 되고자 한다.

그러나 1959년 장로교 총회가 합동과 통합으로 갈리면서 교회에도 차가운 기운이 내려앉았다. 살얼음처럼 조마조마하던 파국의 분위기는 2년 후 오중교회와 오중제일교회로 분열하는 것으로 결국 현실화되고 말았다. 겨우 담장 하나를 사이에 두고 두 교회가 반목하는 세월이 그로부터 40년 가까이 흘러갔다.

2001년 오중제일교회에 부임한 박영진 목사는 한 마을 두 지붕의 신앙공동체가 자아내는 풍경에 몹시 마음이 아팠다. 처음부터 두 교회를 하나의 공동체로 만든다는 비전을 품었던 박 목사에게 엄영진 장로라는 좋은 동역자가 등장했고, 수많은 이들의 협조가 더해져 2005년 4월 17일 둘은 다시 하나가 될 수 있었다.

부안동부교회라는 새 간판을 단 후, 교회와 마을에는 활력이 돌았다. 사이를 가로막았던 벽을 허물자 훨씬 널찍해진 교회당 안팎이 산뜻하게 정돈됐고, 지역 일대를 섬기는 노인대학을 운영하며 사람들의 칭찬도 자자했다. 기독교윤리실천운동으로부터는 ‘지역사회와 함께하는 교회’로 선정되며, 자타공인 건강한 농촌교회로서 위상을 세웠다.

단일화 3주년을 맞이해 세운 기념석, 마당 한 가운데 예쁜 소나무와 철쭉으로 단장한 ‘한마음동산’, 한 부부의 눈물겨운 헌신으로 건축된 조이홀 등은 교회의 상징이 되었다.

교단 분열 여파 중에 둘로 갈라졌던 오중교회와 오중제일교회가 40년 만에 단일화를 이루던 당시의 장면.

단 한 가지, 단일화 이후 10년이 다되도록 소속 교단을 결정하지 못한 채 독립된 상태로 지내는 것이 유일한 불안요소였다. 그 사이 박영진 목사가 공언한 은퇴 시점이 가깝게 다가왔고, 교우들은 다시 중대 결단을 내려야했다.

그리고 지난 연말 부안동부교회는 대한예수교장로회 총회의 품으로 돌아왔다. 순탄치 않은 과정을 잘 인내하고, 공동의회에서 ‘제비뽑기’ 방식까지 동원하는 극적인 순간을 거친 결과였다.

‘달려온 90년, 달려갈 100년’이라는 슬로건과 함께 맞이한 2020년을 부안동부교회는 90과 15라는 숫자를 결합한 모양의 로고와 함께 역사집 출간, 역사 사진전 개최, 옛 오중교회 출신인 김항안 목사(한국교회정보센터 대표) 초청 일일사경회 등으로 채워나갈 계획이다.

부안동부교회는 한 몸을 완전하게 회복한 모습으로 90주년을 맞이한다. 그래서 100년을 향한 발걸음이 더욱 힘차다. 사진은 교회당 전경.

코로나19 사태 여파로 당초 4월 19일 치르기로 한 설립 90주년 행사는 가을 추수감사절로 연기했지만, 예배당 리모델링 공사 등 교회를 새 단장하는 작업은 꾸준히 이루어지고 있다.

박영진 목사는 “앞으로의 10년이 부안동부교회에는 가장 중요한 시기”라면서 “도약과 침체의 기로에서 더욱 힘차게 성장하는 길을 찾아갈 수 있도록 동사목사로 부임한 박재정 목사님과 함께 남은 임기동안 최선을 다할 각오”라고 밝혔다.

두 사람은 농촌교회라는 한계를 벗어나 미래를 준비하는 공동체로서 발돋움하기 위해 전도사역과 다음세대사역에 매진하는 중이다. 부안 읍내로까지 복음사역을 확대해 영적 추수에 힘쓰는 한편, 방과 후 교실을 개설해 아이들을 돌보는 사역도 전개하고 있다.

옛 오중교회 시절 부흥사경회에 참석한 성도들.

현재 교회를 담임하는 박영진 목사가 쓴 가사에, 후임자가 될 박재정 목사의 아내이자 작곡가인 신영선 사모가 곡을 붙인 ‘부안동부교회 설립90주년 기념가’는 노래의 제작 방식도, 가사의 내용도 대단히 상징적이다. 역경의 과거와 불안한 현실을 넘어 함께 힘찬 내일을 바라보는 그 마음에서 넘치는 희망이 느껴진다.

“파릇파릇 연약한 새싹/순교의 흘린 피로 무성하게 자란 가지/비바람에 부러졌네/긍휼의 손으로 매만져 회복되고 하나가 됐네/하나 되게 하신 교회를 우리 힘써 지켜가리라/나의 사랑 어여쁜 자야/ 일어나 함께 가자/은혜로 달려온 90년/믿음으로 달려갈 100년/길이길이 사랑하시리/주의 영광 가득하리라.”

농촌교회이지만 다음세대들도 잘 자라는 중이다. 사진은 주일학교 수료식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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