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시학(詩學)〉 (최규창/창조문예사)

한국 현대문학에서 기독교문학은 큰 맥락을 형성해왔다. 신문학(新文學) 초창기부터 지금까지 기독교문학은 문학사적 측면에서 논의할 만큼 질적으로나 양적으로 풍성했다. 기독교계 언론인이자 1982년 <현대문학>을 통해 등단한 시인인 저자는 책에서 한국 기독교 시를 추적해 분석했다. 윤동주 황금찬 김현승 박목월 박이도 이탄 등 14명의 시인을 논했고, 각각의 시를 논하기도 했다. 특별히 저자는 이들 기독교 시들의 주제인 사랑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그것은 아가페의 사랑이다. 그 사랑의 본은 십자가에서 죽으신 예수 그리스도이고, 따라서 기독교는 사랑의 종교라고 저자는 말한다. 또 이러한 시들은 하나님의 은혜와 축복, 거듭남을 위한 회개도 하나님의 사랑에서 연유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당신의 불꽃 속으로 / 나의 눈송이가 / 뛰어듭니다 // 당신의 불꽃은 / 나의 눈송이를 / 자취도 없이 품어 줍니다.’ (김현승의 ‘절대 신앙’ 전문)

대표적인 기독교 시인인 김현승의 작품을 논하며, 저자는 “화자인 ‘나’는 하나님을 향한 절대적인 신앙을 표현하고, 하나님은 ‘나’에 대한 절대적인 사랑을 보여준다. 순수하고 순결한 신앙인의 모습이다”라고 평했다.

저자는 단순히 시 한 편에 대한 이해에 그치지 않는다. 때로는 시어(詩語) 하나에, 때로는 시가 보여주는 너른 심상(心想)을 살피며 시인의 이야기에 귀 기울였고, 시인과 교감했으며, 마침내 어깨 높이의 언어로 시인을 소개할 수 있었다.

“그의 초기 시에서도 밑바닥에 깔려 있는 사상은 전통적인 기독교로부터의 사랑과 구원의 간구였으며, 그것은 원죄의식을 끌고 가는 고독이었다. 그 고독은 하나님 앞에 가장 가깝게 가려는 스스로의 수단이었다. 그래서 김현승은 ‘고독의 시인’이다.”

책은 크게 3부로 구성됐다. 제1부는 2018년 6월부터 <창조문예>에 연재한 일종의 시인론이며, 제2부는 2018년 11월 말부터 매주 <기독교신문>에 ‘한국 기독교시 다시 읽기’란 제목으로 연재한 것이다. 그리고 제3부의 ‘한국 기독교문학 형성기의 활동’은 <한국기독교문인협회 50년사>에서 초창기 기독교문학단체의 활동만 발췌해 게재했다. 지루한 이론서가 아니라, 하나님의 마음이 깃들어 있는 사랑의 시를 감상할 수 있는 각별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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