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장교 목사(서성로교회)

김장교 목사(서성로교회)
김장교 목사(서성로교회)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인 혼란과 위기는 일찍이 경험해보지 못한 미증유의 공황적 상황이다. 그 가운데 건물을 임대해 운영하는 교회들이 임대료 문제로 어려움을 겪는 것을 발견하고, 총회의 기관과 단체, 개교회가 분연히 일어난 움직임이 임대료 지원 사업이었다. 미래자립교회 임대료 지원 캠페인은 가슴 벅찬 사랑의 메시지였다. 그런데 호사다마라고 하였던가. 많은 곳에서 섬기고자하는 원론은 좋았으나, 창구일원화가 되지 않아 각론에서는 혜택받은 교회 쏠림 현상, 즉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여지없이 나타났다.

임대료 지원 연결 활동을 했던 필자는 무려 3~4군데로부터 지원받은 교회들을 발견했다. 이로 인해 정작 도움을 받아야 할 교회들이 전혀 도움을 받지 못한 교회도 발견했다. 도움을 주는 곳에서 특정 노회, 특정 교회를 지정해 지원하면서 중복혜택은 더욱 가중되었다.

우리는 재난을 대응할 시스템이나 매뉴얼을 갖고 있지 않다. 이제라도 갑작스런 재난에 대비해 선행적 관리체계를 갖춰야 한다. 여기에는 구호활동에 대한 창구일원화도 포함돼야 한다. 왜냐하면 창구일원화 부재로 인한 역행적 현상이 나타나게 되면, 진정으로 섬기고자 하는 마음이 희석되기 때문이다.

개별적으로 지원할 때 도움을 받는 기관, 단체, 교회의 형편들을 제대로 파악하기 힘들다. 이번 코로나19 상황에서 진행한 임대료 지원 사업에도 비임대교회이지만 임대교회보다 더 힘든 위기에 직면한 교회나 목회자가 많았지만 혜택을 제대로 받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했다. 여러 문제를 고려해 노회별 또는 지역별로 지원 대상에 대한 정확한 자료가 구비되도록 시스템과 매뉴얼을 만들어야 한다.

지원방식에도 인식전환이 필요하다. 이제는 중앙집중식 모금방식을 선호하지 않는다. 이번 임대료 지원 사업처럼 지원교회나 단체가 도움받을 대상에 직접 전달하는 방식이 주목을 받았다.

다만 여기에는 연결역할을 할 창구가 반드시 필요함을 체험했다. 개별 지원을 하게 되면 혜택 여부 선별작업에 어려움이 따른다는 사실이다. 구호물자 또한 공급자 중심이 아닌 사용자 중심으로 이뤄지기 위해서는 연결자 역할이 필요하다. 수요를 생각지 않는 무작위적인 공급이 결국 공적인 낭비로 드러나고, 지원받은 단체는 구호품 처리로 피로감과 불편함을 토로하는 현상이 나타난 것에 주목해야 한다.

긴급한 상황에서 완벽한 지원은 불가능하다. 그러나 적어도 혜택을 받을 대상이 어느 곳에서도 도움을 받지 못하는 일은 없어야 하지 않겠는가. 이번 코로나19 사태에서 한국교회가 보여준 공존공생의 노력은 박수받기에 충분하다. 이번 재난을 경험삼아 혜택의 사각지대를 최소화할 보편타당한 구호체계를 갖추는 작업을 시작하자. 아울러 효과적 구호활동을 위해 섬기는 손길을 통해서 우리의 생각을 이루기보다는 교회를 세우고, 하나님의 영광을 드러내는 마음가짐을 가졌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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