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교육걱정없는세상, 30여 학부모와 온라인 간담회
학부모들 학습효과ㆍ학습격차ㆍ소외계층 문제 우려
"올바른 미디어 사용법ㆍ에티켓 교육이 선행돼야"

4월 9일 중3과 고3의 온라인 개학이 시작된 시점에서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이 30여 명의 학부모들을 온라인 화상회의에 초대해 온라인 수업에 대한 의견을 듣는 간담회를 열어 소통하고 있다.
4월 9일 중3과 고3의 온라인 개학이 시작된 시점에서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이 30여 명의 학부모들을 온라인 화상회의에 초대해 온라인 수업에 대한 의견을 듣는 간담회를 열어 소통하고 있다.

“온라인 개학 전까지도 담임교사와 제대로 된 소통을 하지 못하고 일방적인 공지사항만 전달받았어요.” “아이가 온라인 수업에 집중하지 못해 학습효과가 현저히 떨어져요.” "수업에 앞서 바른 미디어 사용이나 온라인 수업 수칙에 대한 교육이 되었다면 좋았을 텐데요."

코로나19 사태로 4월 9일 중3과 고3의 온라인 개학이 전격 시행됐다. 학교별로 온라인 개학식을 진행하고 각 학급 담임교사가 출석을 확인한 후 수업이 진행됐지만, 처음 시도하는 원격 수업 방식인 만큼 당분간 학부모의 우려와 걱정은 불가피해 보인다.

이날 온라인 개학을 맞이한 학부모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기 위해 사교육걱정없는세상(공동대표:정지현 홍민정)은 오후 1시 30분부터 1시간가량 온라인 화상회의 방식으로 학부모들에게 의견을 나누는 ‘방구석 1열 간담회’를 열었다. 간담회에는 30여 명의 학부모들이 참여해 화상회의 서비스인 플랫폼인 ‘줌(Zoom)’을 이용한 실시간 소통에 나섰다.

중학교 1학년과 3학년, 고등학교 3학년 세 자녀를 둔 기숙영 씨는 교사-학생-학부모 상호 간의 의사소통 문제와 온라인 수업의 학습효과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기 씨는 “중3 아이는 EBS 강의를 듣거나 과제를 내는 것만으로 출석을 체크하는 등 온라인상에서도 교사와 소통이 없다”고 우려를 표명했다. 덧붙여 “고3 아이의 경우는 온라인 수업을 하면서 과제에 대한 과중한 부담과 함께, 본인이 스스로 학습을 잘 해나가고 있는지에 대한 자신감이 없다며 불안함이 크다고 한다”고 말했다.

6살, 초등1, 초등5 세 아이를 키우고 있는 심혜진 씨는 “개학 전에 학부모 교육을 ‘줌’으로 먼저 실시했는데, 줌을 사용하는 목적이 소통인데도 불구하고 실시간 화상 수업을 하면서 학부모의 마이크를 모두 끄게 하고 질문에도 답하지 않는 등 강사가 일방적인 강의를 해 실시간 수업의 효과에 대해 의문이 들었다”며 “온라인 수업은 보조수단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고3 아들을 둔 구은정 씨도 “아이들마다 학습에 대한 이해도와 집중도가 다른데 계속 온라인으로 수업을 하는 것이 학습효과가 있을지 모르겠다”며 “담임교사와 얼굴도 못하고 통화만 했는데, 과연 교사가 반 아이들에 대한 파악이 된 것인지도 의문이다”고 호소했다. 그리고 “학기 초인만큼 반 아이에 대한 개별적 학습 상담과 지도가 있으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초등4와 중2 자녀 학부모인 채아름 씨도 “저학년 학생들에게는 온라인 출석 체크도 부모 도움 없이 하기가 힘들 수 있다”며 “선생님의 전화 한 통이 더 교육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학교에서 제공하는 온라인 수업을 들으며 혼자 학습하고 있는 학생의 모습.
학교에서 제공하는 온라인 수업을 들으며 혼자 학습하고 있는 학생의 모습.

교사와 학생 간 면대면 수업과 관리가 어려운 상황에서 ‘줌’ 등 실시간 화상 프로그램의 장점을 적극 활용해 교사와 학생 간 개별 상담, 교사와 학부모간 의사소통 등이 보다 활발해질 필요가 있다는 요구이다.

이에 더해, 늦은 개학과 온라인 수업의 한계로 인해 학생 간 학습 격차 및 소외계층 발생에 대한 우려도 제기됐다.

중3과 초등6학년 두 딸을 둔 남태일 씨는 “학부모나 보호자가 관리하지 못하는 아이들, 특히 미디어 사용에 익숙치않은 저학년들이 실시간 쌍방향 온라인 수업을 제대로 해나갈 수 있을지 걱정”이라면서 “서울 강남과 목동의 아이들은 방학부터 온라인 개학 시기까지 이미 1년 치 공부를 미리 했다고도 하는데, 쌍방향 수업이 아닌 일방적인 온라인 수업만 받는 아이들과는 학력격차가 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코로나19의 가장 큰 피해 지역인 대구에 거주하고 있는 김재윤 씨도 “코로나19로 대형학원들은 수업을 멈췄지만, 오히려 과외와 소수 인원의 학원 수업을 받는 학생들이 늘고 있다”고 토로했다. 게다가 교육부 지침에 애매하게 표시된 ‘수행평가’로 학부모들의 고민이 크다며 “5월 초에 등교해서 8월 방학할 때까지 중간고사, 기말고사, 수행평가를 집중해서 실시하면 학생들을 평가의 지옥에 몰아넣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 밖에도 온라인 수업에 앞서 미디어 사용에 대한 올바른 사용법이나 에티켓에 대한 교육이 선행돼야 한다는 의견도 다수 제기됐다.

중2 자녀를 둔 조혜영 씨는 “저희 아이는 온라인 개학에 대해 ‘아이들이 참여 안 할 텐데’라며 아예 기대를 안 하고 있다”며 “차라리 이 기회에 올바른 미디어 사용법이나 미디어를 적극 활용하는 교육으로 내용을 채우면 좋겠다”고 말했다.

권세윤 씨도 “온라인 수업에 앞서 지켜야 할 예절 교육이 먼저라는 것에 공감한다”고 동의했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측은 “온라인 수업으로 수업 이행 여부 확인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 학생들의 학습 격차를 최소화하고 맞춤형 개별 지도 등 세심하고 주체적인 현장의 대책이 절실하다”며 “학부모를 비롯한 교사, 학생, 학교 등 교육 주체가 교육부의 결정 과정에서 소외되지 않고 함께 대안을 수립하며 힘을 모아야만 지금의 교육 난제들을 지혜롭게 풀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좋은교사운동, 취약계층 온라인수업 기기 지원

기독교사 연합단체인 좋은교사운동(대표:김영식 김정태)이 취약계층 학생을 위한 온라인 수업 기기 지원에 나섰다.

좋은교사운동은 “교육부가 사상 처음으로 온라인 등교를 실시하면서 학생들이 경제적인 어려움으로 교육의 기회를 잃을 것을 우려해 지원을 결정했다”며 “회원 교사들의 교원 성과급 가운데 일부를 취약계층 학생들의 생활자금과 온라인 수업에 필요한 기기 지원에 사용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또 교육부의 온라인 개학에 관한 성명서를 발표하고 “이번 결정이 학생들의 학습 공백 장기화를 실제로 방지하는 효과를 얻기 위해서는 선제적인 교육 조치가 추가돼야 한다”며 “교육부는 취약계층에 온라인 수업 기기 지원을 통해 온라인 개학에 따른 학생별 디지털 격차를 줄이고 교사들의 원격수업 역량 강화 교육 등 질 높은 원격수업이 이뤄질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는 데 적극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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