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공동체 목회로 나아가자

벼랑 끝 전통목회 ‘지역공동체 살리는 목회’로 돌파하라

농어촌 소멸 위기에 교회 생존 불투명 … ‘마을목회’ 확산에 주목
목회자 이중직 등 교단차원 공동체 목회 연구와 인재양성 힘써야

“목회현장에 대한 연구가 없다. 그러니 정책이 나올 수 없다. 사실상 방임 상태다. 총회가 손을 놓고 있는 사이에 교회들은 계속 사라지고 있으며, 그 속도는 더욱 빨라지고 있다. 농어촌 지역의 교회들은 전통적인 목회로 생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총회교회자립개발원(법인이사장:오정현 목사) 연구위원인 이박행 목사는 “10년 안에 농어촌 교회들의 폐쇄가 총회에서 심각한 문제로 대두될 것”이라고 단언했다. 교회폐쇄 문제가 본격적으로 나타난 이후, 총회는 대응할 수 없는 상황에 놓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박행 목사의 경고를 무시할 수 없는 이유가 있다. 최근 국립산림과학원이 발표한 <2020 산림·임업 전망, 귀산촌정책>에 따르면, 전국 466개 읍면 중에서 인구소멸 고위험 지역이 무려 364개(78.1%)로 나타났다. 인구소멸 위험에 진입한 지역도 87개였다. 전체 466개의 읍면 중 96.8%인 451곳이 인구소멸의 위험에 처한 것이다.  

총회교회자립개발원이 주최한 ‘농어촌교회 자립화를 위한 워크숍’에서 강태봉 목사가 자립을 이룬 경험을 발표하고 있다. 강태봉 목사가 시무하는 거금도월포교회는 지역 특산물인 유자를 활용한 가공식품과 미용제품을 만들어 교회 자립은 물론 주민들에게 경제적 유익을 주고 있다. 한국교회와 사회는 강 목사처럼 목회를 하면서 지역을 살리는 ‘공동체 목회’를 주목하고 있다. 그러나 총회는 목회이중직의 틀 안에 갇혀 미래목회를 준비하지 못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총회교회자립개발원이 주최한 ‘농어촌교회 자립화를 위한 워크숍’에서 강태봉 목사가 자립을 이룬 경험을 발표하고 있다. 강태봉 목사가 시무하는 거금도월포교회는 지역 특산물인 유자를 활용한 가공식품과 미용제품을 만들어 교회 자립은 물론 주민들에게 경제적 유익을 주고 있다. 한국교회와 사회는 강 목사처럼 목회를 하면서 지역을 살리는 ‘공동체 목회’를 주목하고 있다. 그러나 총회는 목회이중직의 틀 안에 갇혀 미래목회를 준비하지 못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인구소멸이 농어촌만의 문제일까. 한국고용정보원은 지난 연말 대통령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에 연구보고서 <한국의 지방소멸위험지수 2019 및 국가대응전략>을 제출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전국 228개 시군구 중 인구감소로 소멸위험에 처한 지역이 97곳으로 나타났다. 주목할 점은 인구소멸의 문제가 도시로 확산하고 있다는 것이다. 소멸위험 지역에 강원 동해시, 경기 여주시, 경남 사천시, 충북 제천시 등 수도권과 지방의 주요 도시가 포함됐다.

저출산 고령화로 인한 인구감소, 그로인한 지역 공동체의 와해와 교회의 폐쇄. 이박행 목사는 분명히 다가오는 지역 공동체와 교회의 위기 앞에서, 총회가 하루빨리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외친 것이다.

지역 공동체와 교회는 한 몸

저출산 고령화 문제를 교회가 어떻게 막을 수 있느냐고 반문할 수 있다. 인구감소로 인한 교회폐쇄 문제는 대책이 없다고 지적할 수 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결과가 아니다. ‘공동체의 와해와 교회의 폐쇄’ 문제를 총회와 교회가 선교적 목회적 과제로 인식하고 있느냐가 중요하다. 

사회학자 정재영 교수(실천신대)는 현재 한국사회를 “삶을 지탱하고 방향을 잡아줄 기준을 찾지 못해 갈등과 혼란을 경험하는 ‘아노미’ 상태”라고 규정했다. 압축적 근대화 과정에서 경제주의 사고방식과 성공주의가 삶의 기준으로 자리 잡았고, 이로 인해 극심한 가치관의 혼란을 겪고 있다고 설명했다. 저출산과 공동체 와해 문제 역시 가치관의 혼란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가치관의 혼란을 겪고 있는 한국사회에 필요한 도덕과 정의를 교회가 선교적 과제로 인식하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이 선교적 과제를 목회 차원에서 실현하기 위한 방안으로 ‘교회의 지역 공동체 운동’이 주목받고 있다. 이 운동은 ‘마을목회’로 잘 알려져 있다. 카페목회 작은도서관사역 지역엔지오(NGO)와 협동조합 등이 ‘마을목회’에 해당한다. 마을목회는 개인의 성공에 매몰된 가치관을 공공의 유익을 위한 관점으로 변화시킨다는 점에서, 개혁주의 신학에 부합한다. 교회가 지역 사회에 영향을 미치고 전도와 선교의 목적을 이룰 수 있다는 점에서, 목회적 강점을 갖고 있다.

정재영 교수는 2008년부터 마을목회를 주목해야 한다고 요청했다. 정 교수는 “2008년 당시 목회자들은 대체적으로 ‘이런 것까지 해야 하느냐’는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선교적 교회에 대한 관심이 높아가고, 예장통합 교단이 총회 차원에서 ‘마을목회’를 정책적으로 추진하면서 계속 확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공동체 살리는 목회사역 개발 중

정재영 교수의 말처럼, 예장통합 교단은 지역 공동체를 살리는 ‘마을목회’를 가장 앞서서 진행하고 있다. 예장통합 교단이 총회 차원에서 마을목회에 관심을 가진 것은 2015년이다. ‘예장마을만들기네트워크’라는 이름으로 공동체 목회를 진행하는 교회들이 연합한 후, 2016년 총회 산하 기관들이 한자리에 모여 마을목회 콘퍼런스를 열었다.

이 콘퍼런스에서 총회 기관들과 교회들은 한국사회의 저출산 고령화의 위기, 교회학교 학생과 청년의 감소 문제, 교회의 성장 정체와 비판 고조 등을 포괄적으로 논의한 후, “교회 중심의 교회를 넘어 마을 중심 교회로, 성장 중심 교회가 아니라 봉사 중심의 교회로, 작지만 영향력 있는 교회가 되어야 한다”고 방향을 정했다. 콘퍼런스 후 예장통합 교단은 2017년 제102회 총회에서 ‘마을목회’를 총회 차원에서 추진하는 핵심 정책사업으로 설정했다.

지금도 예장통합 교단은 총회와 신학교와 노회가 함께 마을목회 관련 사업을 이어나가고 있다. 총회는 산하에 마을목회위원회를 조직해 마을목회 관련 연구와 정책을 총괄하고 있다. 신학교는 선교적 목회적 관점에서 마을목회를 연구하고 목회자들에게 사역 방향을 제시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노회는 총회의 정책과 신학교의 연구 결과를 교회들이 목회현장에서 실천하도록 지원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이런 노력으로 예장통합 교단은 지역 공동체를 살리는 다양한 마을목회 사역을 개발해서 진행하고 있다. 농어촌 지역의 노회와 교회들은 생명의 관점에서 유기농법운동을 전개하는 생명농업생산자협의회를 조직했고, 이를 소비자들과 나누기 위해 온생명소비자생활협동조합을 설립했다. 또한 인구감소에 처한 지역을 살리기 위해서 귀농귀촌상담소까지 운영하고 있다. 도시 지역의 경우, 카페목회 작은도서관운동 차원을 뛰어 넘었다. 지역공동육아커뮤니티, 도심 내 독거노인돌봄센터, 지역 청년을 위한 일자리 마련을 위한 창업지원 및 사회적기업 등 비즈니스 사역까지 나아가고 있다. 해마다 마을목회 우수사례를 공모해서 지원금을 전하는 등 마을목회를 확산시키기 위한 노력도 잊지 않고 있다.

“공동체 목회 헌신할 인재 양성해야”

이박행 목사는 총회도 하루빨리 ‘지역 공동체를 위한 목회’를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총회에서 결의한 미래자립교회 목회자 이중직에 대한 신학적 연구 △총회 산하 4개 신학대학원 내에 도시 및 농어촌 목회를 위한 교육과정 개설하고 인재 양성 △지역 공동체 목회 성공 사례 발굴과 경험 확산 △도농교회 협력 네트워크 마련 등을 빨리 시행해야 한다고 밝혔다.

현재 총회는 미래자립교회 목회자에 한해서 이중직을 허용하고 있다. 이것은 ‘교회에서 생활비를 책임지지 못하는 작은 교회의 목회자는 일해서 생활을 유지하라’는 의미이다. 총회가 이중직을 부정적으로 인식하는 상황에서, 목회자들이 당당하게 목회와 지역 공동체를 위한 사역을 병행하기는 불가능하다.

이박행 목사는 “신학교에서 이중직 목회에 대해, 지역 공동체 목회에 대해 고민하고 연구해야 한다. 총회가 신학교에 의뢰해서 연구결과를 받고, 각 지역에서 심포지엄을 열어서 교육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목사는 총회와 신학교가 도시와 농어촌 지역을 위한 목회에 관심을 가진다면, 아직 희망이 있다고 말했다.

“소명의식을 가진 인재들이 신학교에서 배출되고, 인재들이 각 지역에서 공동체를 살리는 목회를 일궈가야 한다. 늦기 전에 각 지역별로 공동체 목회를 확산하는 거점교회를 조직해서 교회들을 네트워크 해야 한다. 아직 늦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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