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공연계도 취소와 환불 등 어려움을 겪고 있다. 광야아트센터가 올린 환불 안내문.
코로나19로 공연계도 취소와 환불 등 어려움을 겪고 있다. 광야아트센터가 올린 환불 안내문.

어제 저희가 사는 강원도 문막에 뱀이 나타났습니다. 모두에게 조심하라 일렀지만, 한편으론 기뻤습니다. 봄이 왔으니까요! 그 지긋지긋한 코로나도 봄을 주시는 우리 주님의 한결같은 인애를 이길 수 없음에 감사했습니다.

봄은 왔지만, 문화예술계는 그 어느 때보다도 길고도 심각한 보릿고개를 맞이하고 있습니다. 지난 토요일 오후, ‘그래도 토요일이니까 사람이 좀 있겠지’ 하는 기대감으로 대학로를 둘러 보았습니다. 마로니에 공원은 텅 비어 있었고, 극장 입구엔 공연 축소 내지 중단 안내문들이 적지 않게 붙어 있었습니다. 대학로 ‘좋은공연안내소’에 들러 예매 가능한 공연들을 물어보니 20여 편에 불과했습니다. 신문지상에는 연일, 어떤 공연이 출연료를 줄 수 없어 중단되었다느니, ‘공연 돌려막기’를 해오던 공연제작사가 파산했다느니 하는 기사들이 줄지어 오르내리고 있습니다.

공연 돌려막기란 카드를 돌려막기하듯 이번 공연에서 진 채무를 다음 공연을 통해 일부 막아놓고, 그 공연에 진 빚과 지난 번 공연에 남아 있는 빚을 서둘러 그 다음 공연을 무리하게 올려 조금 갚아 연명해가는 공연계의 오랜 관행입니다. 결과는 물론 비참합니다. 채무는 눈덩이처럼 불어나게 되고, 급기야 제작자들이 극단적 선택을 하기도 합니다. 저 역시 복음을 생명으로 만나, 문화사역의 주체가 주님으로 바뀌기 전까지 동일한 전철을 밟아왔던 공연제작자였기에 그 내막을 잘 알고 있습니다.

주님이 제작자가 되신 후에 저희 단체는 세상에서 보면 바보 같은 길을 가기로 결정했고, 10여 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같은 방식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믿음의 선배들로부터 배우고 익힌 저희 단체의 모토 중 하나는 ‘허락하심이 최선입니다!’입니다.

그 모토를 따라서 저희가 선택한 제작방식은 일종의 ‘믿음재정(Faith Mission)’이었는데, 공연준비기간에 300명의 이름 없는 소액 헌금 제작자를 모아서 그 모여진 금액만큼의 공연을 만들어 올리는 그야말로 무식한 제작방식이었습니다. 모여진 재정만큼만 세트를 제작하고 의상을 만들어 무대에 올렸지요. 공연이 만들어져가는 모든 순간에 저희는 ‘허락하심이 최선입니다’를 달고 살았습니다. 물론 저희 식구들이 부족한 재정을 몸으로 많이 때웠더랬지요. 건축물 폐자재를 주워오기도 하고, 벼룩시장을 벼룩처럼 뛰어다니며 저렴하게 의상을 구해와 밤새 재봉틀을 돌리곤 했습니다. 우리 주님은 그러한 수고들을, 몸으로 드리는 산제사로 받아 주셨습니다.

복음과 한국교회를 섬기는 문화예술사역자들에게 감히 말하고 싶습니다. 지금이야말로 절호의 찬스입니다. 어설프게 흉내 내며 따라왔던 세상의 방식을 버리고, 믿음의 길로 접어 들 수 있는 기회입니다. 그저 뱁새답게 뚜벅뚜벅 허락하신 만큼만 걷기로 결단해야만 합니다. 만약 우리가 그렇게 믿음의 길로 나아간다면, 그 믿음의 길로 인도하신 우리 주님만은 반드시 인정하고 칭찬해 주실 것입니다. 그것이 우리 사역의 궁극적 목적 아닙니까?

어렵겠지요, 혼란스럽겠지요. 사람의 인정과 평판을 추구해온 만큼 상실감도 커지겠지요. 하지만 ‘믿음으로 산다는 것’이 무엇인지 알게 되실 거예요. 그리고 그 믿음의 삶을 통해 우리가 계획한 대로 되지 않는 기쁨, 나아가 우리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기쁨을 만끽하게 되실 거라 확신합니다.

‘허락하심이 최선입니다!’ 라고 외치며 당당히 믿음의 길로 걸어가는 그 멋진 행진 소식이, 문화예술계 뿐만 아니라 한국 교계의 모든 영역에서 들려오기를 소망합니다. 주안에서 모두 건승하시길 기도합니다.

강원도 문막에서 대학로를 바라보며, 감사의 마음 담아 관영이가 띄웁니다.
<문화행동 아트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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