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려보다 ‘예배 본질 반성 기회’ 긍정적 반응 … 예배 소외계층 위한 대책 필요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다수의 교회가 3월 초 주일오전예배를 예배당에서 드리지 못하고 가정예배로 전환했다. 또 오전 예배를 드린 교회들의 상당수도 예배당에 나오지 못한 성도들을 위해 실시간 또는 홈페이지 게재 형식 등으로 예배 영상을 제공했다.

물론 적지 않은 교회들이 당회의 결정에 따라 평소대로 주일예배를 진행했으며, 특히 영상 시스템이 부실한 중소형교회들의 경우는 기존 예배 형태를 고수한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처음 시도했던 주일 가정예배였지만 우려에 비해 긍정적인 반응들이 많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영상예배를 진행했던 교회들의 경우 많은 목회자와 성도들이 “그동안 소중함을 모르고 주일예배를 드렸다는 생각에 반성을 크게 했으며, 예배를 드리면서 공예배를 다시 자유롭게 드릴 날을 사모하며 눈물로 기도했다”고 말했다.

수원제일교회(김근영 목사)는 여타 교회들보다 빠르게 2월 26일부터 새벽예배를 가정예배로 전환했고 매일 밤 11시 교회 홈페이지에 30분 분량의 동영상을 올렸다. 교회는 가정예배를 통해 온 가족이 예배를 회복할 수 있게 되기를 바라면서 예배 동영상과 함께 청소년을 위한 웹툰을 게재했다. 김근영 목사는 “많은 성도들이 가정예배를 드리는 모습을 사진으로 찍어 교역자들에게 전송했다”면서 “사진들을 보면 비록 집 안이었지만 의복을 정돈한 채 온 가족이 모여 있는 모습들이었다”고 말했다.

삼일교회(송태근 목사)는 3월 2일부터 ‘송태근 담임목사의 묵상일침’을 교회 홈페이지와 유튜브를 통해 게재하고 있다. 매일 저녁 9시 영상으로 만나게 되는 송 목사의 묵상일침은 약 6~7분 가량 진행되는데 송 목사는 첫째날 영상을 올리면서 “매일 정기적인 시간에 영상 업로드를 통해서 성경 한 구절을 읽고 또 그 구절에 대한 묵상의 의미를 여러분들과 함께 나누고 기도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송태근 목사의 이런 시도는 코로나 사태로 인해 자주 만날 수 없게 된 성도들을 위로할뿐더러 오히려 이 기회를 활용해 성도들의 신앙을 든든히 붙들어주려는 시도로 해석되고 있다.

산정현교회(김관선 목사)도 주일 오전 8시에 교역자들과 중직자 일부가 예배당에 모여 예배하고 이를 녹화해서 성도들이 가정예배를 드릴 수 있도록 했다. 김관선 목사는 “천재지변과 같은 불가피한 상황을 맞아 지역교회들이 당회 차원에서 내린 결정들을 서로 존중해줄 필요가 있다”면서 “이번 기회에 지역사회에 교회다움을 나타낼 수 있는 방법들이 무엇인지 생각해 보자”고 권했다.

서현교회(이상화 목사)도 오프라인 예배를 소수가 모여 드리면서 그 실황을 예배당으로 나오지 못한 성도들을 위해 온라인으로 중계했다. 이상화 목사는 “영상예배를 병행하는 것은 분명 한시적이고 제한적인 방편”이라면서 “우리가 예배하는 곳이 어디든 예배당이 되어야 하며, 우리 삶의 현장을 예배의 장소가 되게 해야 한다는 점을 가슴에 새기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코로나19 사태에 대한 개신교인 여론조사’ 진행에 참여했던 조성돈 교수(실천신대)는 “상당수 교회들이 주일예배를 영상 가정예배로 전환한 것은 불신앙적 동기라기보다 안전에 대한 의식과 공적으로 함께해야 한다는 공동체의식의 발로였다고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조 교수는 “이번 기회를 거울 삼아 개인이나 가족 단위로 예배를 드리는 이들을 배려하여 온라인뿐만 아니라 공동의 기도문이나 예배문을 마련해 개별적 예배와 신앙생활이 가능하도록 준비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노충헌 기자

사랑의교회 성도들이 동영상을 통해 주일가정예배를 드리고 있다. 3월 초 많은 교회들이 지역 사회를 섬기는 차원에서 주일예배를 가정예배로 전환했다.
사랑의교회 성도들이 동영상을 통해 주일가정예배를 드리고 있다. 3월 초 많은 교회들이 지역 사회를 섬기는 차원에서 주일예배를 가정예배로 전환했다.

주일예배 전환에 대한 신학적 고찰
“임시적 특별조치 취할 수 있다”
예배 전환 결정 주체는 분명히 ‘교회’

 

개혁주의 신학자들이 주일예배 전환에 대한 신학적 고찰과 가이드라인을 제시해 현장 목회자들과 성도들에게 도움이 되고 있다.

신학자들은 먼저 정한 장소에서 정한 시간에 성도들이 모여 예배하는 것이 신앙의 원칙이지만, 전염병 창궐이나 천재지변, 핍박 등 부득이한 경우 일시적으로 주일예배를 가정예배나 영상예배로 전환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총신대 신학대학원위원회는 “필요한 경우 예배 장소를 변경하여 가정에서 혹은 영상 송출을 통해 주일예배를 드리도록 하는 ‘임시적 특별조치’를 취할 수 있다”며 “이는 예배 회피나 말씀에 대한 불복종은 아닐 것이다. 비상적인 상황에 대해여 하나님의 영광을 지키고, 교회 성도들의 건강을 보호하며, 지역사회의 보존을 위해 협력하는 신앙 실천의 한 형태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합신총회 신학연구위원회도 “전염병과 같은 예외적인 경우, 흩어진 장소에서 드리는 공예배의 이해를 가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신학자들은 주일예배의 전환에 있어 결정 주체는 분명히 ‘교회’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의 권고나 여론의 동향, 그리고 성도 개인의 판단에 기초한 결정이 아니라, 성경의 가르침과 교단헌법의 원칙에 기초한 목회적 결정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총신대 신학대학원위원회는 “각 교회는 당회의 논의 혹은 그에 준하는 총회가 정한 방식을 통해 결정을 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려신학대학원 교수회도 “공예배 외의 특별한 형태의 예배들은 편의적이거나 자의적으로 시행되어서는 안 되며, 당회의 결정과 감독에 따라 질서 있게 시행되도록 해야 한다. 성도들은 당회의 결정이 미흡하더라도 하나님의 말씀에 어긋나지 않는 한 순종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주일예배를 전환하는 방식에 있어서는 가정예배가 영상예배에 우선되며, 영상예배에 있어서는 동일한 시간대에 예배하는 것이 요청된다고 설명했다. 총신대 신학대학원위원회는 “예배당에서의 예배가 힘든 경우라면, 가정예배를 우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가정예배는 공예배의 확장이자 구체적 실천 장소”라고 설명하고, “영상으로 드리는 예배는 하나님의 임재와 교제라는 예배신학적 측면에서 임시적이며 보충적 조치”라고 덧붙였다. 예배학 전공자인 정장복 한일장신대 명예총장도 “각 가정에서 동일한 시간에 동일한 순서로 예배하면서 동일한 메시지를 경청”할 것을 당부했다. 영상예배라 할지라도 동일한 시간에 예배해야 한다는 것이다.

조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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