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병호 교수(총신대학교 신학대학원 조직신학)

1. 선택의 공로 없는 은혜와 유기의 마땅한 형벌

하나님 자신의 영광의 현시를 위하여 그의 작정으로 어떤 사람들과 천사들은 영원한 생명에 이르도록 예정되었고 다른 사람들은 영원한 죽음에 이르도록 미리 정해졌다. 이와 같이 예정되고 미리 정해진 이 천사들과 사람들은 특별히, 불변하게 지명되었다. 그리고 그들의 수는 확실하고 확정되어 늘어날 수도 줄어들 수도 없다.”(3.3-4)

문병호 교수(총신대학교 신학대학원 조직신학)
문병호 교수(총신대학교 신학대학원 조직신학)

하나님은 타락한 인류 가운데서 얼마를 미리 아시고 정하셔서 자기의 자녀로 삼으셨고(롬 8:29), 나머지는 그렇게 하지 않고 내버려 두셨다(롬 1:1:24, 26, 28). 이 선택(選擇)과 유기(遺棄)의 작정을 예정이라고 한다. 칼빈이 말하듯이, 선택은 하나님이 ‘공로 없는 은혜’(gratia immerita)를 베푸시는 것이고, 유기는 ‘마땅한 형벌’(poena debita)을 가하시는 것이다(<기독교 강요>, 3.23.11).

하나님은 어떤 사람들은 ‘영원한 생명에 이르게’ 하셨고, 나머지는 ‘영원한 죽음에 이르게’ 하셨다. 어떤 사람들은 ‘양’으로 택하셔서 ‘영생’을 얻도록 하셨고, 나머지는 ‘염소’로 내버려 두셔서 ‘영벌’을 받도록 하셨다(마 25:31~46). 어떤 사람들은 ‘긍휼의 그릇’으로, 나머지는 ‘진노의 그릇’으로 삼으셨다(롬 9:22~23). 어떤 사람들에게는 ‘너는 내 아들이라 오늘 내가 너를 낳았도다’라고(시 2:7), 다른 사람들에게는 ‘내가 너희를 도무지 알지 못하니’라고 말씀하신다(마 7:23). 어떤 사람들은 의의 종으로서 그리스도의 멍에를 메고 생명 안에서 왕 노릇하게 하시지만(롬 5:17; 6:18; 마 11:29), 다른 사람들은 ‘죄의 종’으로서 사탄이 왕 노릇하는 죽음의 종으로 살도록 하신다(롬 5:21; 6:16, 20; 히 2:15). 어떤 사람들은 은혜 아래에, 다른 사람들은 법 아래에, 즉 저주 아래에 있게 하신다(롬 6:14; 갈 3:10).

천사들도 일부는 선하게 택함을 받았고 나머지는 그렇지 못하여 악하게 되었다(딤전 5:21). 천사들은 언약에 속하지 않으므로, 악한 천사들은 제각각 타락하였다(벧후 2:4; 유 1:6). 그러나 인류는 아담을 머리로 삼는 언약의 당사자로서 대표의 원리에 따라 그 한 사람의 죄로 모든 사람이 타락하게 되었다. 다만 그 중 택함 받은 자들 얼마는 그리스도를 머리로 삼는 새 언약의 은혜로 아무 값없이 구원을 얻게 되었다(롬 5:12~21; 고후 5:21; 히 8:6, 13).

“하나님이 우리를 구원하사 거룩하신 소명으로 부르심은 우리의 행위대로 하심이 아니요 오직 자기의 뜻과 영원 전부터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우리에게 주신 은혜대로 하심이라”(딤후 1:9).

그리스도의 구원의 복음을 듣고 청함을 받은 자는 많지만 택함을 입은 자는 적다(마 22:14). 오직 남은 자만 구원을 얻고 나머지에게는 하나님의 공의로 파멸이 작정되었다(사 10:22; 롬 9:27). 하나님은 그리스도의 음성을 듣지 않거나 듣고도 부인하는 자들은 ‘멸망의 자식’으로 영벌의 심판에 이르게 하신다(요 8:47; 17:12; 유 1:4).

택함을 받은 자의 수는 확실하고 확정되어 불변하다. 그 총수(總數)를 ‘비가시적 교회’(ecclesia invisibilis, 혹은 무형교회, 25.1)라고 칭한다. 그리스도는 자기 안에서 택함 받은 자들을 구원하시려고 자신을 대속물로 주셨다(엡 1:4; 딤전 2:5~6). 아들은 아버지가 자기에게 주신 자들을 하나도 잃어버리지 아니하신다(요 6:39; 18:9). 그는 선한 목자로서 자기의 음성을 듣는 양을 위하여 목숨을 버리신다(요 10:11~15).

선택은 각 개인에게 특별하게 주어지며 불변하다. 하나님은 혈통을 낫게 여겨 구원하시는 것이 아니다(요 1:13). 부모의 믿음이 구원의 조건이 될 수 없다. 하나님은 각자 ‘너’를 ‘지명하여’ 부르시고 ‘내 것’이라고 칭하신다(시 43:1). 택함 받은 자는 각자의 이름이 하늘의 생명책에 기록된다(히 12:23; 빌 4:3). 이 선택은 ‘창세 전’, ‘영원 전’에 된 것이며(엡 1:4; 딤후 1:9), 영원히 변하지 않는다. 하나님은 ‘거짓’도 ‘변개함’도 없으시다(삼상 15:29). 아무도 우리를 주님의 ‘손’에서 빼앗을 자가 없다(요 10:28). “누가 우리를 그리스도의 사랑에서 끊으리요”(롬 8:35).

2. 선택의 무조건성과 불가항력적인 은혜에 대한 송영

하나님이 그의 영원하고 불변하는 의도와 그의 뜻의 비밀스러운 계획과 선한 기뻐하심에 따라 인류 가운데 생명으로 예정된 자들을 그리스도 안에서 선택하셔서 영원한 영광에 이르게 하셨으니, 이는 그가 혹은 믿음이나 선행 혹은 그 둘 중 어느 하나에 있어서의 견인 혹은 피조물 가운데 어떤 다른 것을 그렇게 하도록 자신을 움직이는 조건들이나 원인들로서 예견해서가 아니라 그의 순전히 값없는 은혜와 사랑으로부터 말미암는 바, 모든 것이 그의 영광스러운 은혜에 대한 찬미에 이르게 하신다.”(3.5)

“하나님이 그의 영원하고 불변하는 의도와 그의 뜻의 비밀스러운 계획과 선한 기뻐하심에 따라 인류 가운데 생명으로 예정된 자들을 그리스도 안에서 선택하셔서 영원한 영광에 이르게 하셨으니, 이는 그가 혹은 믿음이나 선행 혹은 그 둘 중 어느 하나에 있어서의 견인 혹은 피조물 가운데 어떤 다른 것을 그렇게 하도록 자신을 움직이는 조건들이나 원인들로서 예견해서가 아니라 그의 순전히 값없는 은혜와 사랑으로부터 말미암는 바, 모든 것이 그의 영광스러운 은혜에 대한 찬미에 이르게 하신다”(3.5)

하나님이 ‘영생을 주시기로 작정된 자는 다’ 믿게 된다(행 13:48). 우리는 ‘일한 것이 없이 하나님께 의로 여기심을 받는 사람의 복’을 누린다(롬 4:4, 6). 믿음과 회개도 택함에 따르는 은혜이지, 택함에 이르는 조건이 아니다. 회개에는 아무 공로가 없다. 불법이 사함을 받고 죄가 가리어짐을 받는 것은 하나님이 그 죄를 인정하시지 않고 정죄하시지 않기 때문이다(롬 4:7~8; 시 32:1~2). 하나님은 믿음을 의로 여기시나(롬 1:17; 3:22; 2:16; 4:5), 믿음도 구원의 은혜의 선물로 주어진다(엡 2:8; 3:7). ‘하나님께로부터 난 자’만이(요일 5:1) 예수 그리스도를 믿는다. 그리스도를 믿고 영접하는 것은 혈통으로나 육정으로나 사람의 뜻이 아니라 하나님으로부터 났기 때문이다(요 1:12~13).

선택은 전적으로 하나님의 ‘뜻’과 ‘경륜’과 ‘계획’에 따른 것이다. 하나님의 ‘기뻐하심’이 선택의 유일한 조건이다(엡 1:5, 9, 11; 딤후 1:9). 하나님이 기뻐하셔서 흉악한 강도도 구원하시고(눅 23:43), 이방 백부장이 그리스도가 하나님의 아들이라고 고백하게도 하신다(막 15:39). 하나님은 우리에게 아무 조건도 요구하지 않으신다. 우리의 전적인 불능과 무능과 오염과 부패를 아시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우리가 그 불가항력적 은혜에 감복하여 ‘영광의 찬송’이 되게 하신다(엡 1:6, 12, 14).

하나님이 그 아들에게 주신 자는 누구나 다 그리스도께 나아간다(요 6:37). 식견이 있어 그리스도를 믿게 될 자 아무도 없다. 하나님이 먼저 사랑하셔서 미리 아시고 미리 정하시고 때가 되어 부르신 자들이 그 부름에 따라 믿게 된다(롬 8:29~30; 요일 4:10). 하나님은 그 뜻을 오히려 어린아이들에게 나타내신다(마 11:25~26).

3. 선택에 필히 따르는 효과적인 소명과 칭의와 성화와 영화

하나님은 택함 받은 자들을 영광에 이르도록 지정하신 것과 같이 자신의 뜻의 영원하고 가장 자유로운 의도로써 그렇게 하실 모든 방편을 미리 정하셨다. 그리하여 선택된 자들은, 아담 안에서 타락한 가운데, 그리스도에 의해서 구속되고, 그리스도를 믿는 믿음에 이르도록 때에 맞게 역사하시는 그의 영에 의해서 효과적으로 부름을 받으며, 의롭다 칭함을 받고 입양되고 거룩하게 되고 그의 권능으로 믿음을 통하여 구원에 이르도록 보호를 받는다. 그러나 오직 택함 받은 자들 외에 다른 그 누구도 그리스도에 의해서 구속되고, 효과적으로 부름을 받으며, 의롭다 칭함을 받으며, 입양되며, 거룩하게 되며, 구원되지 않는다.”(3.6)

하나님의 택함 받은 자들에게는 보혜사 성령이 부어진다(요 14:16; 행 2:33). 보혜사 성령은 그리스도의 의를 우리의 것으로 삼아 주시는 영, 그리스도와 함께 자녀이며 상속자가 되는 영, 그리스도의 공로에 의지해서 하나님을 ‘아빠 아버지’라고 부르는 영이다(롬 8:9, 15, 17).

우리는 모두 ‘하나님 아버지의 미리 아심을 따라 성령이 거룩하게 하심으로 순종함과 예수 그리스도의 피 뿌림을 얻기 위하여 택하심을 받은 자들’이다(벧전 1:2). 하나님은 창세 전에 우리를 택하셔서 ‘거룩하고 흠이 없게’ 하신다(엡 1:4). 우리는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선한 일을 위하여 지으심을 받은 자’이다(엡 2:10).

성령이 임하면 새 생명을 얻고 새 생활을 얻는다. 살아남과 살아감이 모두 전적인 은혜이다. 그리스도가 자기 자신과 함께 모든 것을 주셨으므로 그리스도의 영을 받은 자는 부르심을 받아 믿게 되고 의롭게 되고 거룩하게 되고 영화롭게 된다(롬 8:30). “하나님이 처음부터 너희를 택하사 성령의 거룩하게 하심과 진리를 믿음으로 구원을 받게 하심이니”(살후 2:13), 칭의와 성화와 영화, 그 구원의 전 과정이 ‘은혜 위의 은혜러라’(요 1:16).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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