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신천지 바이러스 ‘주의’] 친분 이용하거나 다양한 동아리로 위장해 포섭 … 포교활동에 내몰아 학업·취업 포기, 노동력 착취 ‘심각’

최근 신천지가 대학생은 물론 고3수험생들을 대상으로 포교 활동을 확장하고 있다. 대학 입시를 도와준다거나 대학 선배라는 이름으로 친근하게 다가온 신천지에게 포섭된 청년들은 짧게는 몇 개월, 길게는 10여 년에 걸쳐 포교를 위해 노동력을 착취당하고 있다. 도대체 왜 청년들은 신천지에 이끌리는 것일까? 이들을 한국교회가 품을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이런 의문을 풀기 위해 최근 몇 개월 사이 신천지를 탈퇴한 청년들의 목소리를 직접 들어봤다. <편집자 주>

 

“대학 합격 축하해”

입시지옥에서 막 벗어나 대학 입학으로 들떠있던 김진이(가명) 씨.

“수능 끝나고 대학 합격자 발표가 난 직후였어요. 친구에게서 같이 밥 먹자고 전화가 왔어요.”

주말에 친구를 만나 밥을 먹으면서 “입학 전에 일본여행이나 다녀올까 해”라고 계획을 말하자, 그 친구는 “아는 언니가 일본 사람인데, 지금 한번 전화해 볼까?”라고 자연스럽게 연락을 취했다. 그리고 카페로 자리를 옮긴 후 아는 언니라는 일본인이 동석했다.

그날 안면을 튼 이후 일본인 언니와 몇 차례 함께 여행계획을 짜며 친목을 쌓았다. 그러던 중에 “네가 입학하는 그 학교에 다니는 선배 한 분이 내가 한국 생활하는 데 도움을 많이 주었는데, 너도 만나볼래? 대학생활 적응도 쉬운 일이 아닌데, 학교 선배를 미리 알아두면 좋잖아?”라고 대학선배라는 사람을 소개했다.

그렇게 대학에 입학하기도 전에 신천지 신도들에게 포위당했다. 그들이 소개하는 대학 동아리에 가입하고, 수업도 함께 듣고, 어느새 성경공부도 함께하게 됐다. 성경공부를 한 지 4개월 즈음 지났을 무렵, 성경공부를 함께하는 사람들이 ‘우리는 신천지’라고 밝혔다고 한다.

“이미 세뇌를 당한 상태라 신천지라고 해도 의심하지 못했어요. 신천지임을 알게 된 후 본격적으로 센터에서 성경공부를 배우면서 전도사라고 불리는 사람들이 저를 비롯한 수강생들을 데리고 나가서 길거리 포교 방법을 알려줬어요.”

포교를 위해 대학 동아리 활동, 신천지 카페 운영, 설문조사나 인문학 세미나, 가짜 NGO 부스 운영, 포교 대상에 개인적인 접근, SNS 오픈 채팅방 운영 등 온갖 방법을 총동원했다고 했다.

대학 3년간 학과 공부도 뒷전으로 하고 신천지로 활동했다가 최근 탈퇴 후 휴학 중인 김진이 씨는 “대학교에 신천지 신자가 200명이 넘게 활동하고 있어서 복학하기가 두렵다”고 밝혔다.

“사람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는 방법을 총동원해요”

독서가 취미이고 출판업에 관심을 가지고 있던 이유나 씨(가명)는 대학 캠퍼스에서 한 기독교 출판사의 설문조사에 응했다가 신천지가 됐다.

“대학생을 타깃으로 한 큐티책 발간을 준비하고 있다고 했어요. 기독교인이 아닌 무교인이거나 타종교인들의 의견도 취합하고자 설문조사를 한다고.”

설문조사 이벤트에서 당첨됐다는 연락을 받고 만난 두 번째 자리에서 이 씨가 ‘천주교 신자’라고 하자, “신앙생활에 도움을 주겠다”며 복음방으로 이끌었다고 한다. 그 후 그녀는 5년간 신천지에서 ‘대학부’에 속해, 대학 캠퍼스에 미술동아리, 만화 동아리, 다이어트 동아리, 상담 동아리 등 다양한 동아리를 만들어 포교활동을 했다. 대학교 졸업 후에는 직장인을 대상으로 한 포교에도 나섰다.

“재테크, 메이크업, 네일아트 등 직장인들의 관심사에 맞춘 세미나 및 문화 공연 등으로 공략했어요. 의심하지 않도록 강의를 소개하는 주요 홈페이지에 공식적으로 공지를 한 후, 신청은 신천지 신자가 하고 지인을 끌어들이는 방식이었어요. 의심을 사지 않으려고 세미나를 주최하는 단체의 가짜 홈페이지와 명함도 제작했어요. 행사 후에는 설문조사를 진행하거나 후속 프로그램을 신청하도록 신상정보를 작성하게 유도했습니다.”

포교 과정에서 의심하는 사람이 있으면 무당이나 타로점 등의 방법도 사용했다고 한다.

“무당이나 타로 마스터로 위장한 신천지가 미리 확보한 신상정보를 바탕으로 포교 대상의 과거와 현재 상황을 기가 막히게 맞춰요. 그런 후에 신천지에서 진행하는 기독 상담이나 성경공부를 하지 않으면 본인이나 주변 사람이 죽거나 위험에 처한다고 겁을 줘요.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동원하는 거죠.”

“왕 같은 제사장이 되고 싶었어요”

군대 전역 후 진로 문제로 방황하던 김성우 씨(가명)는 동네 친구 소개로 신천지 신도를 만났다. 대구의 대학에 복학 후 본격적으로 복음방에서 성경공부를 했고, 졸업 후에는 직장을 구하지 않고 신천지 활동에 몰두하는 ‘사명자’로 활동했다.

“신천지에서 따로 지원금을 받은 것은 없어요. 매달 부모님에게 받은 용돈 30만원 중 용돈과 교통비까지 아껴서 포교에 사용했습니다.”

그렇게까지 포교에 힘쓴 이유는 “14만4000명의 제사장으로 뽑히면 눈물과 고통, 애통이 없는 삶이 펼쳐질 것이라는 믿음 때문이었다”고 고백했다.

김 씨가 신천지 조직에서 맡았던 주 임무는 ‘중간 상담 역할’이었다고 한다.

“대학 수험생이 논술시험을 보러오거나 대학교 오리엔테이션 기간에 대학 선배라고 접근해서 말을 걸고 연락처를 받곤 했어요. 그 때가 다들 기대감에 들떠있어서 경계심이 가장 낮은 시기거든요. 연락처를 받은 학생 중 포교가 쉬워 보이는 아이들은 따로 명단을 작성해서 함께 공유해요. 그리고 그 명단에 있는 학생이 입학하면, 어떤 대화를 해서 호감을 살지 3~4명이 팀을 이뤄 역할을 나누고 대본도 함께 짜서 접근했어요. 그러다 포교에 성공하면 ‘또 한 생명을 살렸다는 성취감’을 느끼곤 했습니다.”

그는 하루에 4명 정도 상담을 해서 포교가 될 만한 사람인지 감별해 상부에 보고했다고 한다. 효과적인 포교와 인력낭비를 막기 위해 경계심이 강하거나 오랫동안 교회를 다녔거나 우울증 병력이 있는 학생들을 걸러냈다고 했다. 반면 무신론자이거나 교회에는 다니지 않지만 신앙생활에 관심이 있는 사람을 타깃으로 노렸다.

“신천지는 외부에 밝혀진 포교 방법은 폐기하고 새로운 방법을 끊임없이 찾기 때문에 완전히 뿌리 뽑기가 어렵습니다.”

“성경공부가 퍼즐처럼 재밌었어요”

대학 입학 직후, 학교 광장에서 친구를 기다리고 있던 신요한 씨(가명)에게 EBS 기자 명찰을 목에 건 여성이 다가와 말을 걸었다. ‘행복’을 주제로 프로그램을 기획 중이라며, 대학 신입생을 대상으로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는데 잠깐 응해달라는 요청이었다. 그 후 그가 기독교인이라는 것을 알자, ‘성경 인문학’이라는 주제의 세미나에 초청했다. 그가 복음방에서 성경공부를 시작하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저는 모태신앙으로, 태어난 후 부모님과 함께 교회를 다니고 있었어요. 교회에서 신천지를 경계하라는 이야기도 들었지만, 저에게 접근한 방법이 포교방식이라는 것을 모르고 ‘설마’라고만 생각했어요. 그러다 성경공부를 시작했는데, 성경풀이가 정말 재미있었어요. 일방적으로 ‘믿으라’고만 하지 질문을 허용하지 않는 교회와 달리, 신천지에서는 제가 궁금했던 신앙적 질문을 하나하나 차근차근 풀어서 설명해주었어요.”

오히려 신앙에 대한 관심이 있었기 때문에 그는 신천지에 매료되었다는 것이다. 포교에 전념하려고 군 입대까지 미뤘었다는 신 씨는, 자신을 맡았던 구역장이 회심하면서 주변에 신천지임이 드러났다.

“저를 담당했던 구역장이 회심 직후 자신이 관리했던 신천지 교인 명단에 있던 사람들의 부모와 교회에 연락했고, 그 바람에 저도 부모님께 신천지임이 밝혀져서 이단상담소에 상담을 받게 됐습니다.”

곧 군 입대를 앞두고 있는 신씨는 고민이 있다.

“이단상담소를 통해 신천지의 실체를 알게 됐고, 저와 비슷한 처지에 있는 회심자들과 함께 이곳 교회를 다니면서 다시 신앙을 회복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제가 신천지로 활동했던 이력이 있어서 군 제대 후에 일반 교회에 다시 나갔을 때 교인들이 저를 경계하지는 않을지, 제가 다시 교회에 잘 적응할 수 있을지 고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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