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여동 성덕교회, 균형잡힌 목회 행보 이어가
“하나님나라 함께 세워가는 믿음의 동역 진력”

성덕교회 최범규 목사(오른쪽 첫 번째)가 성도들과 어버이주일을 기념하고 있다. 최 목사는 “지난 10년은 내가 무엇을 놓쳤는지, 어떤 옷을 입어야 하는지, 어디에 서 있어야 하는지를 배우는 시간이었다”며 “앞으로도 하나님 앞에서 겸손한 자로 서 있겠다”고 말했다.
성덕교회 최범규 목사(오른쪽 첫 번째)가 성도들과 어버이주일을 기념하고 있다. 최 목사는 “지난 10년은 내가 무엇을 놓쳤는지, 어떤 옷을 입어야 하는지, 어디에 서 있어야 하는지를 배우는 시간이었다”며 “앞으로도 하나님 앞에서 겸손한 자로 서 있겠다”고 말했다.

지식은 실천으로 이어질 때 값어치가 있다. 목회도 마찬가지. 한국 교회의 많은 병폐와 오류들을 인식하고, 날마다 스스로를 겸비(謙卑)하며, 부단히 바른 길을 가려고 노력해야 비로소 열매가 맺힌다. 서울 거여동 성덕교회 최범규 목사는 그런 겸비한 목사들 가운데 하나다.

2010년 11월 성덕교회 5대 담임목사로 부임한 최 목사는 ‘균형의 목회’를 꿈꿨다. 하나님 사랑과 이웃 사랑에 균형을 맞춰, 성도들이 자칫 기복적인 신앙이 되거나 인본주의 신앙에 빠지지 않기를 바랐다.

“초대교회가 안으로 성령의 은혜를 받고, 밖으로 세상에 나가서 칭송을 받았잖아요. 그것이 균형 잡힌 그리스도인이라 봐요.”

최범규 목사가 부임한 후 성덕교회 분위기는 한층 밝아졌다.
최범규 목사가 부임한 후 성덕교회 분위기는 한층 밝아졌다.

그러기 위해서는 자신이 먼저 본이 돼야 했다. 기도의 자리에 가장 앞장 서는 것은 물론이고, 성경에 비추어 날마다 자신을 반성했다. 으레 성도들의 몫으로 여기는 전도 활동에도 빠지지 않았다. 매주 수요일에 커피 전도를 하는데, 최 목사는 직접 물품을 나르고 전도지를 행인들에게 나눴다. 최 목사는 “목사들이 먼저 발을 떼지 않는데, 성도들이 할 리가 만무하다. 목사는 명령권자가 아니다”며 “목사는 가장 먼저 가서, 가장 나중에 와야 할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설교에 있어서는 성도들에게 하나님의 말씀을 바로 전달해주고 싶었고, 그 방편으로 교리설교를 택했다. 많은 강단에서 소위 감성팔이 설교가 넘치고, 반대로 성경이 빠진 설교도 적지 않은 가운데, 성도들이 듣고 싶어하는 것을 들려주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말씀을 바로 들려주고 싶었다.

“교리설교는 청교도의 전통이기도 해요. 자유주의 신학은 교리설교를 거부하죠. 한국교회가 무너진 이유 중 하나가 교리 중심의 설교가 사라졌기 때문이라고 봐요.”

돈으로 상징되는 맘몬주의 역시 최 목사가 넘어야 할 장벽이었다. 2015년 성덕교회는 교회당을 새로 건축하거나 이전해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2010년 최 목사가 부임할 당시, 성덕교회는 가락동에 있었는데, 붉은 벽돌로 지어진 교회당이 너무 노후화돼 수리비를 감당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른 것이다. 여러 가지를 고려한 끝에 거여동에 있는 5층짜리 상가건물을 구입해 교회당으로 사용키로 했다. 교회당을 새로 건축하고도 싶었지만, 무리하게 빚을 내고 싶지 않았다. 기존 상가건물로 옮기는 일이긴 했지만, 리모델링 비용은 만만치 않았다. 건축헌금 작정이 자연스러운 수순이었지만, 최 목사와 당회는 건축헌금 작정을 하지 않기로 했다.

“교회는 시대상황을 잘 알아야 해요. 교인들이 살기에 빠듯한데, 거기에 짐을 더 부담시키는 것은 아니라고 봤어요. 같은 건축헌금이라도 본인이 원해서 하는 것과 교회가 강요해서 하는 것은 다르죠. 얼마 전 임직식을 할 때도 그랬어요. 정해진 임직헌금은 없다, 감사헌금은 형편에 따라 알아서 하라고 했어요.”

노년 성도부터 주일학교 아이들이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노년 성도부터 주일학교 아이들이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더불어 하는 목회에도 관심을 기울였다. 최 목사는 평소 책 읽기를 즐겨하는데, 그것이 목회자를 살리고 살찌운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부임한 지 2년 후쯤 근처 개척교회 목회자들과 함께 송파목회자독서회를 만들었다. 사비로 책을 구입해 목회자들에게 나누고, 매주 수요일 아침에 성덕교회에 모여 아침식사를 같이 하고 책 읽은 소감들을 나눴다. 한국교회가 자꾸 개교회 중심으로 흘러가는 상황에서, 작게나마 더불어 하는 목회, 하나님나라를 함께 세워가는 동역자 의식을 실천하고 싶었다.

10여 년의 담임목회 기간은 겸손을 배우는 시간이기도 했다. 부목사 시절 가졌던, 자신이 담임목회를 하면 얼마든지 교회를 성장시킬 수 있을 것 같던 교만을 하나님은 여지없이 꺾으셨다. 한 영혼을 참 그리스도인으로 세우는 일이 얼마나 고되고 값진 일인지를 경험하며 한 영혼을 향한 하나님의 마음을 알게 됐고, 은연중에 숫자를 따지고 다른 교회와 비교하는 자신을 보며 가슴을 쳤다.

2010년 부임 당시 성덕교회 예배는 조용했고, 최 목사가 느끼기에 차갑기까지 했다. 부임 전에 이런저런 어려움이 많았던 때문이었다. 10년 후 성덕교회 성도들은 눈에 띄게 밝아졌다. 최 목사는 “하나님께서 필요하셔서 나를 성덕교회로 부르셨을 것”이라는 믿음으로 부임했는데, 그 믿음이 시간이 지나는 동안 실제가 돼가고 있는 것이다.

최 목사는 “성도들 얼굴이 밝아지는 반면에 나는 갈수록 목회가 힘들고, 부족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며 “하나님의 교회는 하나님이 일하신다는 믿음으로, 순수한 마음으로 교회를 섬기고픈 마음”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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