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도선교회, 십자가 종탑 설치 사역 이어가

대도시에서는 십자가 불빛을 공해로 여기기도 하지만 섬에서는 사정이 다르다. 낙도에서 외로이 살아가는 사람들과 거친 바다를 항해하는 선박들에게 섬 교회의 십자가는 친숙한 이정표이자, 든든한 위안이며, 평화의 복음을 전하는 전도지 역할까지 한다.

낙도선교회(대표:박원희 목사)는 지난 2년간 수원 은광교회를 비롯한 여러 후원자들의 협력 가운데 전국 20여 낙도교회의 십자가 종탑을 세우는 사역을 진행했다. 소안동부교회, 청산장도교회, 관사도교회, 부상안디옥교회, 마삭도교회 등에 십자가 불빛이 환하게 빛나기 시작했다.

낙도선교회가 진도 관사도교회에 십자가 종탑을 세우는 모습.
낙도선교회가 진도 관사도교회에 십자가 종탑을 세우는 모습.

올해 1월 이정심 전도사가 첫 교역자로 부임한 청산장도교회에는 4명의 주민 중 2명이 출석한다. 낙도선교회는 이 교회를 위해 올 겨울 사택을 수리하고, 십자가 종탑도 세웠다. ‘이 작은 교회에 굳이 종탑이 필요했을까’라는 물음에 박원희 목사는 이렇게 답한다.

“섬 교회에 십자가 종탑은 하나님을 나타내는 징표입니다. 단지 교회가 있다는 사실을 알리는 것을 넘어 그 자체가 복음의 능력으로, 전도의 도구로서 훌륭한 기능을 합니다. 하나님이 이 섬에 계시다는 것을 드러내는 증표 역할을 하는 것입니다.”

진도 백동교회 김태용 목사는 이와 관련된 사례 하나를 들려준다. 마을에 교회 다니는 이들을 몹시 비웃고 무시하는 주민 하나가 있었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인가 자기 집 앞마당을 비추는 십자가 불빛에 마음이 흔들리는 것을 느꼈다. 마치 십자가가 본인 곁에 자꾸만 다가오는 것 같았다. 결국 그는 자진해서 예배당에 발을 들이게 됐고, 현재는 백동교회 권사로 섬긴다.

이런 사연들이 있기에 강력한 태풍으로 무너진 십자가 종탑을 백동교회로서는 반드시 다시 세워야만 했다. 김태용 목사는 “십자가가 쓰러졌을 때 마치 교회가 무너진 것처럼 마음 아팠는데, 이제 다시 세워진 종탑을 보며 든든함을 느낀다”며 육지 교회들의 도움에 고마워했다.

완도 망남원천교회의 이야기는 더욱 극적이다. 교회당 옆 우물은 개척당시부터 사역을 방해하던 동네 무당이 자주 찾아와 신내림을 받던 장소였다. 그 자리에 십자가 종탑을 세운 이후 놀랍게도 두려움을 느끼고 자취를 감추었던 무당은 폭풍우로 종탑이 쓰러지자 다시 등장해 굿판을 벌이기 시작했다.

이번에는 종탑이 무너지는 일이 없도록 철근을 활용해 튼튼하게 다시 세웠다. 이후 무당은 완전히 마을을 떠났다. 수년 간 끈질기게 이어지던 망남원천교회의 영적 싸움은 그렇게 종지부를 찍었다.

낙도선교회는 후원자들과 함께 전국 300여 섬 교회의 종탑에서 십자가 불빛이 꺼지지 않도록 앞으로도 계속 보살필 방침이다. 이 또한 낙도교회들이 복음의 최전선에서 진리의 등대로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돕는 길이라 확신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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