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창건 목사의 제주교회이야기]

제주의 교회들에 보내는 육지 교회의 따스한 응원을 느낄 수 있었던 감귤프로젝트 추진 당시의 모습.
제주의 교회들에 보내는 육지 교회의 따스한 응원을 느낄 수 있었던 감귤프로젝트 추진 당시의 모습.

제주도를 대표하는 특산물들이 여럿 있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상징적인 것으로 감귤을 들 수 있다. 제주 어디를 가든 쉽게 눈에 띄는 이 감귤이 제주 교회들에 힘을 불어놓는 효자 역할을 한 일이 있으니 바로 2002년 시작된 제주노회의 감귤프로젝트이다.

전에 언급한 바 있듯이 제주의 복음화는 아직도 10%에 미치지 못하는 상태이다. 그 원인을 여러 곳에서 찾을 수 있지만 뿌리 깊은 미신문화의 영향이 가장 크다. 대표적인 게 제주에서만 특이하게 나타나는 ‘신구간(新舊間)’이라는 풍속이다.

24절기 중 마지막인 대한 후 5일째부터 입춘이 오기 3일 전까지 일주일을 가리키는 이 기간 동안 제주에서는 많은 이들이 이사를 하거나 집을 고친다. 육지에서 흔히 ‘손 없는 날’이라고 부르는 것과 비슷한 풍습인데, 제주 토착민들에게는 신구간에 대한 의식이 워낙 깊숙이 뿌리내리고 있다.

뿐만 아니라 사면이 바다인 제주도에는 온갖 귀신들을 섬기는 토속신앙이 남아있는데, 그 수효가 무려 1만 8000여 개에 이른다고 한다. 제주도에 세워진 330여 교회는 이들 우상과 무속 신앙, 그리고 각종 이단들과 매일처럼 치열한 영적 전투를 벌이고 있다고 보면 된다.

특히 지역적 기반이 약한 예장합동 제주노회 소속 교회들은 초창기 제주선교 시절처럼 대부분 경제적으로 열악한 상황에서 구령사업에 임하고 있다. 처음 제주에 왔을 때 예장통합 제주노회에 비해 20분의 1도 안 되는 예산으로 한 해 살림을 운영하는 형편이었고, 그 격차는 여전히 크게 벌어져 있다.

이런 상황을 조금이라도 타개해보고자 감귤프로젝트라는 도전에 나선 것이다. 제주 현지에서 감귤농가를 운영하는 성도들의 협력을 얻어 좋은 품질의 감귤을 육지의 교회들에 싸게 공급하고, 그 수익금으로 제주의 미자립교회들을 뒷받침하는 방식이었다.

전국으로 보낸 협력 요청에 맑은샘광천교회 충정교회 동광교회 제천성도교회 등 여러 교회들이 적극 응답해준 덕분으로 감귤프로젝트의 첫 해 판매량은 1만여 상자를 달성했다. 당시 수익금을 가지고 한 교회의 개척이 이루어졌고, 여러 목회자 자녀들에게 장학금이 지급되며, 지역교회들의 갈증을 풀어주는 연합세미나도 개최할 수 있었다.

당초 7년을 예정하고 출발했던 감귤프로젝트는 이후 발생한 여러 변수들로 인해 아쉽게도 오래 이어지지는 못했지만, 전국 교회들과 동역을 통해 따뜻한 형제애를 맛보며 교분을 나눌 수 있었던 것은 지금까지 감사한 기억으로 남아있다.

감귤프로젝트는 제주의 교회들에게 ‘우리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서로 단합하는 결속력도 안겨주었다. 이들과 더불어 필자 또한 주님이 허락하시는 날까지 제주의 복음화율을 높이는 일에 꾸준히 헌신할 것이다. 앞으로도 우리를 통해 제주의 기독교회사가 새롭게 이어지며, 더욱 흥왕할 수 있도록 잊지 말고 응원해주시라.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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