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시아적 이미지를 지닌 캐릭터가 등장하는 봉준호 감독의 영화 <설국열차>(아래)와 <기생충>의 포스터. 그의 영화 속에서 한국교회가 소망의 존재로 부각되는 날을 언제쯤 올까.
메시아적 이미지를 지닌 캐릭터가 등장하는 봉준호 감독의 영화 <설국열차>(아래)와 <기생충>의 포스터. 그의 영화 속에서 한국교회가 소망의 존재로 부각되는 날을 언제쯤 올까.

“패러사이트!”

2020년 2월 9일 미국 로스앤젤레스 돌비극장에서 네 번씩이나 울려 퍼진 이 단어는 한국인들의 기억에 오래오래 믿을 수 없을 만큼 놀랍고 자랑스러운 기억으로 남아있을 것이다. 마치 1981년 9월 30일 독일 바덴바덴에서 열린 IOC총회가 1988년 하계올림픽 개최지를 확정하며 “서울, 코리아!”를 외쳤던 순간처럼 말이다.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parasite)>이 거머쥔 것은 일명 오스카상이라고도 불리는 미국 아카데미영화상(이하 아카데

미상)이다. 그 중에서도 최고상이라 일컫는 작품상과 감독상 각본상 등 4개 주요부문을 한꺼번에 차지하는 성과를 거둔 것이다.

TV가 널리 보급되지 못하고 한국영화의 중흥기가 찾아오기 훨씬 전, 우리의 눈을 사로잡은 영상물의 최고봉은 뭐니뭐니해도 역시 미국영화였다. 그 중에서도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사운드 오브 뮤직> <대부> <쉰들러리스트> <포레스트 검프><타이타닉> 등 역대 아카데미 작품상 수상작들은 한국에서도 엄청난 반향을 일으켰다.

물론 세계 3대 영화상이 프랑스의 칸, 이탈리아의 베니스, 독일의 베를린 영화상을 지칭하며 아카데미상은 봉준호 감독 본인의 표현처럼 ‘로컬(local)’ 즉, 한국의 대종상이나 마찬가지로 지역영화상에 불과하다는 비판도 있지만, 한국인들의 뇌리에 각인된 ‘세계 최고의 영화는 아카데미상 수상작’이라는 등식을 완전히 바꾸지는 못했다.

<기생충>의 아카데미 정상 등극은 그래서 남은 갈증을 일거에 해소시킨 쾌거인 동시에, 자국 중심주의에서 벗어나지 못하던 아카데미에서 외국영화로는 최초의 작품상 수상이라는 기록을 남김으로 세계영화사 더 나아가 문화사에 한 획을 긋는 성과까지 거두었다는 평가를 듣는다.

잘 알려져 있다시피 역대 아카데미 작품상 수상작들 중에는 <벤허> <불의 전차> <반지의 제왕>처럼 기독교적 색채와 복음의 메시지가 강렬한 작품들도 다수 존재한다. 수많은 이들을 감동시키고, 성경의 가르침에 귀 기울이도록 이끈 이들의 목록에 한국영화도 한 자리를 차지하기까지에는 앞으로 얼마나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할까.

한국영화사에서 평단과 대중들에게 두루 인정받은 기독영화 작품들은 이장호 감독의 <낮은 데로 임하소서>(1982) 등 극히 소수에 불과하다. 오히려 한국교회의 신뢰도 하락과 더불어 <할렐루야>(1997)나 <도가니>(2011)처럼 교회와 기독교인들을 풍자적이나 부정적으로 묘사한 작품들이 더 주목을 받는 추세이다.

그럼에도 좋은 기독영화를 제작하려는 분투는 계속되어왔고, 지난해에는 <교회오빠> <폴란드로 간 아이들> <천로역정> <북간도의 십자가>처럼 여러 주목받는 작품들을 탄생시키기도 했다. 여전히 한국기독영화의 토양은 척박하지만, 그 가운데서도 땀 흘리는 사역자들의 헌신이 쌓여 언젠가는 아카데미의 갈채를 받는 또 다른 진주를 이뤄내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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