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자립교회 86% 도시 집중 … “도시개척 전략 필요하다”

총회, 자립화 사역 대상 지역 농어촌으로 한정
“도농교회 자립화 위한 포괄적 대책 마련 시급”

몇 년 전 총회교회자립개발원은 세례교인헌금 자료를 바탕으로 전국 교회의 지역 분포와 자립교회(조직교회) 현황을 조사했다. 당시 총회 산하 1만1507교회 중 대도시 지역의 교회는 7032곳이었다. 서울특별시와 수도권인 경기도의 20개 시(군 지역 제외), 인천 부산 대전 대구 광주 울산 등 6개 광역시에 소재한 교회가 61.1%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현황자료를 지역별로 더욱 세분해서 조사했다. 수도권과 대도시를 넘어 각 지방의 주요 도시들로 범위를 넓혀서 도시와 농촌 지역의 미래자립교회 비율을 살펴봤다. 지방 도시 중 교회 수가 가장 많은 전주시(327교회)를 비롯해 천안시(92) 청주시(55) 목포시(109) 여수시(154) 경산시(82) 포항시(43) 강릉시(44) 등 주요 도시만 따져도 1000교회를 넘었다. 총회 산하 1만1000여 교회 중 8000교회 이상이 도시에 위치한 것이다.

미래자립교회의 86%는 도시에
총회 산하 교회의 70% 이상이 도시에 있다면, 미래자립교회 역시 농어촌 보다 도시 지역에 더 많을 것이다. 세례교인헌금 자료를 바탕으로 한 조사에서 1만1507교회 중 조직교회는 5140교회, 미조직교회는 6367교회였다.

일반적으로 미조직교회는 대부분 미래자립교회이다. 6367교회 중 행정구역 상 도시 지역의 교회는 5473곳, 농어촌 지역은 894곳이었다. 미래자립교회의 86.0%가 도시 지역에 있다는 것이다. 또한 서울과 수도권 및 6개 광역시 등 대도시의 미래자립교회가 3071곳(48.2%)으로 절반에 육박했다.

전국 교회 자료를 조사한 교회자립개발원 연구위원 김천 목사는 “교회자립개발원 사역을 하기 전까지는 농어촌 교회의 미자립 문제가 더 심각하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교회자립개발원에서 현장 목회자를 만나면서 도시 지역의 미자립 교회 상황을 인식했다”고 설명했다. 김 목사는 노회에서 보낸 교세통계보고와 총회 세례교인헌금 자료를 교차해서 조사했다. 그 결과 도시 지역의 미자립 교회의 상황을 수치화 할 수 있었다. 이때부터 교회자립개발원 이사회와 연구위원들은 예상보다 심각한 도시 미래자립교회의 상황을 인식하게 됐다.

도시 교회개척과 선교전략이 없다
사실 교회의 도시 집중화 현상은 오래됐다. 한국사회가 산업화에 들어선 70년대부터 도시 집중화는 진행되고 있다. 그 결과 현재 농어촌 등 지방은 급격한 인구감소에 직면했다. 한국고용정보원은 <한국의 지방소멸 보고서>(2018)에서 “현재 전국 시·군의 40% 정도가 30년 뒤에 사라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영양군 청송군 의성군 군위군 청도군 합천군 고흥군 남해군 등 89개 지역을 ‘소멸위험지역’으로 지정했다.

농어촌의 인구감소와 도시의 팽창 속에서, 총회는 교회 자립화 사역의 대상 지역을 농어촌으로만 한정하고 있다. 총회 내에 도시 교회 개척 및 선교 전략을 위한 부서는 단 하나도 없다. 총회 상비부에 농어촌부는 있어도 도시 교회를 위한 부서는 없다. 전도부와 이만교회운동본부에서 조금 관심을 갖고, 선교적 교회(미션얼 처치)로 부흥한 도시 교회들을 소개하는 세미나를 개최했을 뿐이다.

기회는 있었다. 지난 102회기 총회는 총회기구혁신위원회를 구성해서 시대에 맞게 총회 산하 기구의 효율성을 재고하려 했다. 그러나 총회기구혁신위원회는 관련 상비부와 기관들의 반대에 부딪혀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총회기구혁신위원회 서기를 맡았던 김관선 목사는 도시 지역의 미래자립교회 비율이 86%에 이른다는 결과를 접하자 크게 놀랐다. 김 목사는 “도시의 미자립 비율이 높은 것은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높을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 총회가 기구혁신위원회를 통해서 이런 문제를 파악하고 대책을 마련하려 했던 것인데…”라며 안타까워했다.

교회자립개발원과 함께 총회가 나서야
교회자립개발원은 도시 지역의 미자립 교회 문제를 인식하고 있었다. 류명렬 목사(교회자립개발원 이사회 서기)는 “이사들과 연구위원들도 도시 교회의 미자립 비율에 충격을 받고 대책을 마련하기 시작했다. 도시와 농촌 교회를 구분해서 자립화 방안을 연구하고, 2017년부터 본부 주최로 도시교회와 농어촌교회 자립화 세미나와 현장교육을 따로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교회자립개발원은 한걸음 더 나아갔다. 2019년 이사회(본부) 중심의 자립화 사역에 한계를 느끼고, 전국을 8개 권역으로 나누어 자립화 사업과 교육의 주체를 권역위원회로 이양했다. 각 권역위원회는 자립아카데미를 개설해서 지역에 맞는 교회 개척과 자립화 방안을 교육하고 있다. 지난 1월 경기권역위원회가 전국에서 처음으로 자립아카데미 1기를 수료했다.

류명렬 목사는 하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고 말했다. “여전히 총회 산하 교회 현황을 정확히 파악할 정도의 데이터가 없다. 실태 파악을 정확히 해야 정확한 진단과 대책이 나온다. 이를 위해 총회가 적극 나서주길 바란다. 현재 전도부 농어촌부 이만교회운동본부 등에서 각종 세미나와 교육을 진행하는데, 총회 부서들도 정확한 데이터를 갖고 현실에 맞는 교육을 해야 한다.”

미래자립교회 위한 포괄적 대책 마련
미래자립교회의 86%가 도시 지역에 있다고 해도 농어촌 교회들을 포기할 수 없다. 결국 총회와 교회자립개발원이 도시와 농어촌의 미래자립교회 문제를 종합적으로 재검토하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김관선 목사는 교회자립개발원의 권역위원회 사역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각 권역과 지역에서 미래자립교회를 위한 지원 체계를 먼저 갖추고, 부족한 부분을 대도시의 교회들이 지원하는 것이 효율적이라고 말했다. 미래자립교회의 대부분이 도시 지역에 있는 상황에서, 앞으로 서울과 대도시 교회들은 그 지역의 미래자립교회를 지원하고 자립화를 돕는 것을 최우선으로 해야 한다는 의미다.

나아가 김관선 목사는 “지금은 교회가 개척하고 생존하기 힘든 시대다. 교회 개척과 자립을 위한 혁신적인 방안을 고민하고 시도해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예를 들어 도시의 상가에서 개척하는 경우, 2~3 교회가 예배 공간을 공동으로 마련해 주중예배는 함께 드리고 주일예배는 따로 드리는 방법까지 고민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김 목사는 “어떤 지역에 가면 건물마다 교회가 있다. 이런 상황에선 그 교회들이 서로 경쟁할 수밖에 없다. 복음을 전하는 선교적 관점에서 과감한 시도를 해야 한다. 총회와 노회가 먼저 이런 방안을 고민하고 필요한 부분을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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