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현 목사(필름포럼 대표, 창조의정원교회)

성현 목사(필름포럼 대표, 창조의정원교회)
성현 목사(필름포럼 대표, 창조의정원교회)

영화 <기생충>이 결국 일을 냈다. 한국영화 101년 만에 아카데미상 후보로 처음 오른 것에 만족하지 않고, 감독상과 작품상을 포함한 4개 부문을 수상한 것이다. 또한 자막을 읽어야 하는 외국영화로 아카데미에서 감독상과 작품상을 받은 이 역시 봉준호 감독이 최초다. 한 마디로 전 세계에 가장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유럽과 북미의 영화제가 기꺼이 <기생충>의 손을 들어줌으로 이제는 한국의 문화가 변방이 아닌, 전 세계인과 소통하는 중심에 서 있음을 알리는 기념비적인 사건이 벌어진 것이다.

수상을 둘러싼 요인을 검토해 보면 좋은 결과 이전에 임계점에 도달한 내외적인 상태가 있었음을 알 수 있다. 작품마다 봉준호 감독의 영화는 ‘웰메이드’라는 수식어가 붙을 만큼 객관적인 완성도를 유지해 왔고, <괴물>부터는 할리우드의 오락적 감수성이 더해졌다. 여기에 <설국열차>와 <옥자>를 거치며 다국적 환경 속에서 소통하는 방식이 능숙해졌다.

<기생충>에서는 지상·반지하·지하라는 시각적 이미지와 냄새라는 감각을 통해 빈부격차의 사회적 현상을 언어를 뛰어넘어 전 세계가 공감하도록 만들었다. 영화 외적으로는 가족의 실직이나 중병으로 언제든 하층민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생존의 위기가 대두되는 상황에서 찾아오는 불안과 분노의 정서를 잘 포착해 냈다. 여기에 다양성을 강하게 요구받던 미국 아카데미협회가 찾던 작품의 요건을 두루 갖췄고, 박찬욱 감독의 영화 <올드보이>나 BTS와 같은 K-POP의 인기 등이 한국문화에 대한 진입장벽을 낮춰왔음도 무시할 수 없다. 따라서 이번 아카데미 4개 부문의 수상은 이러한 영화 외적인 요인과 봉준호 감독 개인의 영화적 역량이 시너지 효과를 내며 만들어낸 결과라고 보는 게 타당할 것이다.

문화는 일회적으로 모방할 수 있지만, 창작을 통해 지속적인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은 단기간에 이루어질 수 없다. 알려진 바와 같이 봉준호 감독은 사회학 전공자로 그의 영화 초기작부터 끊임없이 자신이 천착해온 문제를 다양한 방식으로 변주해 오며 실패와 성공의 경험을 쌓아왔다. 선과 악이라는 이분법적 구도로 단순화시키지 않고, 인간과 사회 안에 내재한 악을 간과하지 않으며 ‘이야기’라는 형식을 빌려 영상언어로 시대와 꾸준히 소통해 왔다.

사실 영화라는 매체는 가장 자본 집약적인 산업이기에 치열한 경쟁과 겉으로 보여주기 위한 포장이 가장 심한 분야라고 할 수 있다. 그런 토양 위에서 한 예술가가 자신이 가지고 있던 시대에 대한 문제의식을 동시대의 문화 문법을 가지고, 꾸준히 대중과 소통하며 영향력을 확장시켜 온 것을 우리는 주목해야 한다.

영화 <기생충>의 아카데미 수상소식은 그 어느 때보다도 기독교에 대한 사회적 신뢰도가 낮고, 교회마다 젊은 세대가 줄어들고 있다며 탄식하고 있는 한국교회에 적잖은 도전과 과제를 안겨줬다. 교회 안의 언어와 사고에 안주해 있다 보니 공공사회 속에서 불통의 이미지가 고착화되고, 개교회 성장위주의 프로그램은 세상의 아픔과 사회문제에 필요한 치유와 구원의 메시지를 전달하기에 함량미달인 경우가 많다. 이제라도 복음에 담긴 공공성을 회복하고, 개교회 성장에만 초점을 맞춘 프로그램의 반복을 재고해야 한다. 복음의 생명력을 신뢰하며 소통과 변혁의 길로 나서야 한다. 아직 늦지 않았다. 세상은 여전히 구원과 치유의 메시지를 간절히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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