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돈 교수(실천신대, 목회사회학연구소장)

조성돈 교수(실천신대, 목회사회학연구소장)
조성돈 교수(실천신대, 목회사회학연구소장)

기독교윤리실천운동이 ‘한국교회 사회적 신뢰도 조사’를 3년 만에 실시했다. 이번 조사는 2008년 이후 6번째 이루어진 조사로, 핵심은 한국교회를 신뢰하느냐는 질문이었다. 이번 조사에서 한국교회를 신뢰한다는 사람들이 31.8%였다. 신뢰하지 않는다고 응답한 사람은 63.9%였다. 이전 조사와 비교해 본다면 그렇게 큰 변화가 있었다고 할 수는 없었다. 그런데 자세히 보면 우리가 주목해야 할 부분들이 있다.

첫째는 ‘전혀 신뢰하지 않는다’는 그룹이 많이 늘었다. 3년 전에는 20.1%였던 사람들이 올해는 32.4%로 확연하게 늘어난 것이다.

이 32.4%에 대해서 우리가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이들은 그냥 감정적인 또는 일시적인 부정 입장을 가진 사람들이 아니라 확신 가운데 한국교회를 전혀 신뢰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이는 사람들이라는 것이다. 이들은 한국교회를 신뢰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미워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래서 어떤 사안이 있으면 그러한 감정이나 생각을 행동으로 옮길 가능성이 높다. 즉 여론을 선도해서 한국교회에 대해 공격 성향을 만들 수 있는 여지가 있다.

이것은 상당히 위험한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국민의 64% 가량이 신뢰하지 않는다고 대답한 것은 이들은 한국교회의 어떤 소리에도 귀를 기울일 마음이 없다는 것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그런데 30%가 넘는 이들은 그 정도의 수준이 아니라 능동적으로 그 소리를 못 내도록 할 의향을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면 이들은 왜 이럴까? 그 대답은 두 번째 주목해야 할 부분에서 드러난다. 이번 조사 결과, 이념성향이 중요한 역할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교회에 대한 신뢰는 이념성향에 의해서 극적으로 갈렸다. 자신의 이념성향이 ‘중도’라고 대답한 사람들은 한국교회에 대해 긍정 30.2%, 부정 64.2%로 약 2배 정도 차이를 보였다. ‘보수’라고 대답한 사람들은 긍정과 부정의 차이가 43.7%와 51.8%로 약 8%정도였다.

즉 보수의 입장에 있는 사람들은 한국교회에 대해서 상당히 긍정적인 입장을 보인 것이다. 그런데 진보의 입장을 가진 사람들은 긍정과 부정이 23.2%와 74.6%로 3배 이상의 차이를 보였다.

이것은 한국사회가 이념적으로 양극화 되어 그 입장에 따라 모든 것을 아주 다르게 보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리고 한국교회는 이념성향에 따라서 다르게 볼 수 있을 정도로 이념의 전쟁 한가운데 자리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특히 한국교회는 보수의 모습으로 비춰지는 것 같다. 그래서 보수가 한국교회에 대해서 친밀성을 드러낸 것이고, 진보의 입장에서는 한국교회에 대해 적대감을 보인 것으로 볼 수 있다.

결국 전체적으로 보면 한국교회가 정치적 현실에서 초월적 입장이 아니라 그 주체로 여겨지고 있다. 그래서 정치적 입장을 가진 사람들이 한국교회에 대해 호불호를 확실히 보여주는 것이다. 즉 교회를 종교기관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정치적 집단으로 보고 있다는 것을 반영한다. 한국교회가 앞으로 계속 이렇게 간다면 종교적 이유가 아니라 이념적인 이유로 안티기독교를 계속 배출해 나갈 것이다.

교회는 이 사회 현실에서 멀리 있을 수도, 가까이 있을 수도 없다. 교회는 항상 그러한 딜레마에서 주님의 뜻을 구해왔고, 주님은 우리에게 뱀처럼 지혜로워야 한다고 말씀하셨다. 이 불안한 시대에 교회가 어떻게 하나님 나라를 드러낼 수 있을지 기도로 답을 구해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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