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창식 목사(달서교회)

박창식 목사(달서교회)
박창식 목사(달서교회)

제104회 총회 정치부 서기를 맡아 300건 넘는 안건을 상정하면서 가장 크게 다가온 것은 아픈 노회들이 많다는 점이었다. 노회문제가 총회에 상정될 정도면 이미 곪을 대로 곪아터진 중증상태라고 할 것이다. 아직 드러나지 않고 갈등이 진행 중인 노회들까지 생각하면, 지금은 가히 장로교회의 꽃이라고 할 수 있는 노회제도가 위기를 맞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갈등하는 노회들을 바라보면서 17세기 웨스트민스터 총회의 일파였던 독립파의 주장이 다시 설득력을 얻는 것 같아 씁쓸한 생각이 들었다. 주지하다시피 웨스트민스터 총회는 ‘장로회파’와 ‘독립파’ 간에 의견 대립이 있었다. 독립파는 장로교회의 직제는 인정하나, 장로교회의 노회나 총회와 같은 상회는 인정하지 않았다. 노회도 타락한 인간들의 모임이기 때문에 만약 노회가 타락하여 순수하고 깨끗한 교회에 악영향을 미친다면 어떻게 되겠느냐 하는 염려 때문이었다.

오늘날 우리 노회들에서 당시 독립파의 염려가 현실로 드러나는 듯해 노회제도를 사랑하는 장로교회 목사의 한 사람으로 마음이 아프다. 장로교회의 아버지인 앤드류 멜빌이 1578년 작성한 <스코틀랜드 제2치리서>에 나타난 노회제도에 비춰, 우리가 무엇을 잃고 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첫째, 노회의 머리가 예수 그리스도인가? 제2치리서가 말하는 교회의 정치체제에 대한 근본적인 근거는 예수 그리스도가 교회의 유일한 머리라는 사상이다. 존 낙스가 로마가톨릭교회로부터 교회를 지키기 위해 메리 스튜어트 여왕과 투쟁했고, 앤드류 멜빌이 주교제로부터 장로회제도를 지키기 위해 제임스 6세와 투쟁했다. 이 투쟁의 핵심은 바로 교황이나 왕이 교회의 머리가 아니라 예수 그리스도만이 유일한 교회의 머리라는 사상이다.

이에 제2치리서는 “천사나 사람을 막론하고 교회의 머리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것은 있을 수 없으며 그것은 적그리스도가 고귀한 용어를 찬탈하여 사용하는 것”이며, 심지어 “적그리스도의 왕국에서 고안된 것”이라고까지 천명했다. 하지만 오늘날 노회 현장에서 예수 그리스도의 머리되심이 진정으로 고백되고 있는가? 오히려 교권주의가 난무하고 있지는 않는가? 교단 역사에서 교권주의가 부각될 때마다 그리스도의 머리되심은 부인되었고 역사를 퇴행적으로 이끌었던 것을 기억해야 한다. 교권주의는 칼빈주의를 말하나 실제는 알미니안주의이며, 하나님의 주권을 말하나 실상은 인본주의 사상이다. 노회들이 건강성을 회복하는 지름길은 노회의 구성원들이 성경적 가르침대로 머리되신 주님 앞에 겸허히 엎드리는 길 밖에 없다.

둘째, 노회의 치리 행사가 교회의 위로가 되고 있는가? 제2치리서는 노회의 본질적 기능을 “교회는 하나님께서 부여해 주신 특정한 권세를 가지고 있어서 그 권세에 따라 전체 교회의 위로를 위한 정당한 통치권을 행사한다”고 피력한다. 교회통치권 행사의 기본 목적이 교회의 위로에 있다는 것이다.

노회의 결정사항이 각 교회에 위로와 격려가 되었다는 모습이 얼마나 아름다운가? 언제부터인가 노회들에서 성경적인 위로의 기능은 사라지고 오히려 상회로 인해 고통을 겪고, 하회가 상회를 염려하는 사태가 벌어지는 현실은 안타깝다. 이런 행태는 개혁교회 역사에서 항상 염려했던 교권화의 부작용이 아닐 수 없다. 우리는 개혁교회의 후예로서 이 제도를 더 건강하게 발전시켜야 할 시대적인 책임을 안고 있다.

다시 노회들마다 머리되신 그리스도의 뜻에 순복하며, 모든 치리행정이 교회들의 힘이 되고, 교회들은 노회를 존경하는 진정한 교회를 이루어가기를 간절히 기도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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