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 갈등 치유 힘쓰며 통일시대 준비해야”

박삼열 목사 “한국교회, 현실의 부정적 이미지 쇄신 못하면 통일 후 부작용 겪게 될 것”
고원석 목사 “동독, 통일 후에도 개신교 교세 늘지 않아 … 주도적 종교교육 고민해야”

한국실천신학회(회장:김상백 교수)가 2월 7일 인천 카리스호텔에서 ‘통일, 화해, 치유의 실천신학’을 주제로 제5회 정기학술대회를 개최했다. 발표자들은 현재 남한 사회에 존재하는 남한 사람과 탈북민간의 갈등이나 남한 내 교회간 갈등과 잘못된 모습이 해결되지 않은 채 통일이 되면 똑같은 갈등과 문제가 북한에서 재현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발표자들은 남한교회는 십자가의 영성을 추구하여 교회본질을 회복하기 위해 노력해야 하며, 탈북민에 대한 태도를 개선하고, 독일의 경험을 통해 통일후 발생할 부작용들을 대처하는 준비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실천신학회에서 조엘 테제도 박사(왼쪽 두번째)가 주제강연을 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에 대한 우려 때문에 발제와 논찬자, 참석자 대부분이 마스크를 착용하고 학회에 참석했다.
한국실천신학회에서 조엘 테제도 박사(왼쪽 두번째)가 주제강연을 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에 대한 우려 때문에 발제와 논찬자, 참석자 대부분이 마스크를 착용하고 학회에 참석했다.

첫 번째 주제강연을 한 조엘 테제도 박사(Asia Pacific Theological Semainary)는 ‘분열된 사회에서 샬롬의 길을 만들기‘라는 제목으로 “아시아의 사회 정치적 갈등 속에서 종교는 사회적 정치적 경계를 변화시킬 수 있는 힘이 있다”면서 “종교는 분열된 인간 사회에 평화와 치유를 가져올 수 있는 영적 사회적 보고(寶庫)일 뿐만 아니라 삶의 질을 형성하는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조엘 박사는 “이런 역할을 감당하기 위해 교회는 성도들이 사회에서 더 나은 시민이 되도록 교육하는 공공신학을 중요시해야 하며, 샬롬의 신학을 갖고 정의롭고 평화로운 사회로 기능하도록 하기 위해서 타인과 공동체를 돕는 실천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두 번째 주제강연을 한 박삼열 박사(Graduate Theological Union, USA)는 ‘한반도 통일의 필요성과 남북한 화해를 위한 로고테라피(Logotherapy) 가능성’을 주제로 “한국교회가 개교회 중심주의, 물량주의, 대형교회 부패 등 부정적 이미지를 쇄신하지 못하고 통일이 되면 북한 마저 교파간, 교회간 무분별한 교회개척 전쟁과 그로 인한 부작용을 겪게 될 것”이라고 염려했다.

또 박 박사는 “상당수 탈북민들이 태국 등 제3국에 임시 머물며 영구정착지를 선택할 때 한국보다는 미국 등 다른 선진국을 원하고, 또 이미 한국에 정착한 이들 중에도 상당수가 다시 한국을 떠나기를 원한다고 한다”면서 “주요 이유는 탈북민들이 한국사회에서 ‘편견과 차별’을 겪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박 박사는 “한국교회는 갈등과 편견을 넘어 화합의 길을 찾아야 한다”면서 “어거스틴이 취했던 일종의 성경묵상법인 신음의 교회론을 취할 것”을 제안했다. 어거스틴은 시편을 반복 묵상하면서 ‘교회를 향해, 교회와 함께, 교회 안에서’ 말씀하시는 그리스도의 음성을 들었다. 그리고 그 말씀 안에서 성경 본문을 깨달을 뿐만 아니라 자신의 정체성과 교회 상황에 눈을 돌리고 그것을 그리스도의 몸으로 회복시키는 길을 모색했다. 박 박사는 “설교자의 역할이 중요하다”면서 “설교자가 어거스틴이 체험했던 대로 시편 기자의 통곡의 영성을 갖고, 성도들 뿐만 아니라 교회 밖 약자들과 만나 아픔을 나누고 거기서 경험한 그리스도의 치유의 손길을 강단에서 전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자기애의 건강한 치유와 하나님 상 회복에 대한 목회상담적 돌봄-북한이탈주민을 대상으로’라는 논문을 발표한 임미화 박사(웨신대 교수)는 “북한이탈주민을 한반도 통일준비에 있어서 하나님께서 먼저 보내신 마중물로 보아야 한다”면서 “통일 시대 준비의 가장 중요한 사안은 제도나 정책이기 보다 그들에 대한 관심과 환대”라고 밝혔다. 임 박사는 “교회는 북한 이탈주민에게 관심을 갖고 그들이 건강한 자기애로 치유되고 건강한 하나님에 대한 표상을 형성하도록 돌봄을 제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구 동독 종교교육의 변화와 과제, 그리고 시사점’의 주제로 논문을 발표한 고원석 박사(장신대 교수)는 “독일이 통일이 된 후 본래 개신교 본산지였고 공산화되기 전 80% 이상의 개신교인이 있었던 동독지역의 경우 2010년 통계를 볼 때 개신교인구는 17%로. 무종교인은 78%인 것으로 나타났다”고 소개했다. 통계 자료에 따르면 구 동독지역의 1950년 종교인구는 전체 주민의 92%(개신교 81%, 가톨릭 11%)로 추정된다. 그러나 공산주의체제를 겪으면서 동독지역 그리스도인은 급감해 1991년 조사에 따르면 개신교인은 29%, 가톨릭은 6%, 무종교인은 65%를 형성했다. 최근까지 개신교세는 오히려 줄어드는 상황이고 무종교인은 계속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독일은 현재 16개 주 가운데 12개 주가 각 종파의 신앙고백에 근거한 종교수업(개신교/가톨릭 종교수업)을 실시하고 있다. 그러나 교세가 지지부진한 관계로 중등학생들의 개신교 종교교육 참여자들의 숫자가 적고, 종교수업을 이끌어가야 할 교사들도 없거나 부족하며, 학교들도 종교교육을 개설하기 보다 윤리교육 과목 안에서 종교적 주제를 다루도록 유도하고 있다. 고 박사는 “통일 자체가 모든 것을 해결해 주지 못하며 오랜 공산치하에 있으면서 신앙을 부인하는 교육을 받았던 이들이 갖게 된 비종교성을 어떻게 극복시킬지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고 성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실천신학회는 학술대회 개회예배를 초기기독교예배(3~4세기)를 기초로 구성해서 드렸다. 또 제25회 정기총회를 갖고 임원진을 개선했다. 유행 중인 신종코로나바이러스에 대한 우려 때문에 발제자와 참석 학자들의 거의 대부분이 마스크를 착용하고 학회를 진행하는 진풍경을 연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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