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선교사 아카데미’, 비자발적 철수 선교사 재파송 초점 맞춘 방향성 고민 ‘호응’

지난해 서울나눔과섬김의교회에서 열린 ‘중국 선교사 아카데미’ 장면. 아카데미에서는 중국에서 비자발적으로 철수한 선교사들과 중국 선교 관심자들이 모여 성경과 신학, 인문학적 연구를 통해 이 시대에 요구되는 바른 선교사, 바른 목회자로 살아갈 것을 다짐하고 있다.
지난해 서울나눔과섬김의교회에서 열린 ‘중국 선교사 아카데미’ 장면. 아카데미에서는 중국에서 비자발적으로 철수한 선교사들과 중국 선교 관심자들이 모여 성경과 신학, 인문학적 연구를 통해 이 시대에 요구되는 바른 선교사, 바른 목회자로 살아갈 것을 다짐하고 있다.

중국 선교사들의 비자발적 철수가 최근 몇 년간 이어지는 가운데, 한국선교계의 관심은 비자발적으로 철수한 선교사들에 대한 위로와 휴식, 그리고 재파송에 초점을 맞췄다. 이런 가운데 성경과 신학, 그리고 인문학 연구를 통해 새로운 선교를 준비하는 학습 모임이 있다. 지난해 시작된 ‘중국 선교사 아카데미’(회장:김택호 목사)가 그것. 중국 선교사 아카데미는 GMS를 비롯해 여러 선교단체 소속으로 중국에서 사역했던 선교사들과 중국 선교 관심자들이 멤버십을 이루고 있으며, 대부분이 총신과 합신에서 신학을 공부했던 이들로 개혁신학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아카데미 운영에 적극 관여하고 있는 이창헌 선교사(GMS)는 “2017년 10월부터 비자발적 철수 선교사들을 중심으로 매주 기도모임을 가졌고, 그 후에 독서토론회와 기도회를 병행하다가 선교사 아카데미로 발전하게 됐다”고 결성 배경을 설명했다. 이 선교사는 1997년부터 중국에서 사역하다, 2018년 중국 정부로부터 입국 거절을 당했다.

아카데미는 지난해 서울나눔과섬김의교회(김택호 목사)에서 8주 과정의 커리큘럼을 두 차례 진행했다. 참석자들은 매주 주제에 따라 책을 읽고 발제와 토론 등을 함께했다. 제럴드 싯처의 <영성의 깊은 샘>, 폴린 호가스의 <세상 속으로 들어온 말씀>, 짐 월리스의 <회심> 등 선교사들이 그간 접하기 어려웠던 ‘복음과 역사문화’, ‘하나님 나라 신학과 성경해석’, ‘인문사회학’ 주제의 도서들을 함께 읽고 나눴다.

아카데미에서 자문역을 맡고 있는 오형국 목사(샬롬교회)는 “선교사들은 선교지에서 지내다보니 신학적이나 문화적으로 주변부에 속해 있다. 선교적이나 신학적으로 첨예한 이슈들에 민감하지 못하고, 오늘날의 영적인 필요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비자발적 철수로 낙심하고 좌절에 빠져있을 것이 아니라, 그 시간을 새로운 기회로 활용하도록 돕고 싶었다”고 말했다.

아카데미는 커리큘럼에서 다룬 이러한 주제들이 결과적으로 선교사들에게 ‘성찰’과 ‘혁신’을 가져오고, 선교 사역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아카데미에서 부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는 문지웅 목사(서향교회)는 “재파송을 받기까지 다음 사역을 위해 어떤 철학과 콘텐츠를 준비하느냐가 중요한데,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대부분이 짧게는 6개월에서 길게는 1년만에 별다른 준비 없이 떠밀리듯 다시 선교지로 나간다. 수십 년 전에 배웠던 사역을 중국에서 했었는데, 시대 흐름에 맞게 선교적 콘텐츠가 업데이트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카데미는 중국 선교의 새로운 방향성을 고민하고 모색하는 시간이기도 했다. 6년 전까지 중국에서 사역했던 문지웅 목사는 “중국교회는 현재 자신학화된 신학 교육과 선교 교육에 대한 필요를 많이 느끼고 있다. 그것도 기초 수준의 교육이 아니라 양질의 콘텐츠를 갖춘 보다 전문적인 교육을 요청하고 있다. 여러 방법들을 통해 한국 선교계와 선교사들이 이 역할을 감당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오형국 목사도 “중국교회에 지도자들을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 선교사들이 할 일이 지도자를 키우는 것이다”며 업그레이드된 신학 교육을 한국 선교계의 중국 선교 과제로 강조했다.

아카데미 참석자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이창헌 선교사는 “한국에 있는 비자발적 철수 선교사들과 교제하며 함께 방향성을 고민할 수 있어 감사했다. 특별히 인문학적 소양을 키울 수 있어 좋았고, 작년 여름 실천성경해석학 세미나를 통해 성경을 어떻게 읽고 해석해야 하는지에 대해 다양한 학자들의 도움을 받을 수 있어 좋았다”고 말했다.

아카데미는 지난해 12월 한국 내 중국인 선교를 어떻게 할지를 주제로 공개포럼을 열기도 했다. 작게나마 한국교회에 도움이 되면 좋겠다는 바람이었다. 포럼에는 예상보다 훨씬 많은 70여 명이 참석해 성황을 이뤘다.

아카데미는 앞으로 지난해와 같은 책 읽기 커리큘럼을 진행하는 것 외에 철수 선교사 네트워크 구축, 공개포럼 등을 진행할 계획이다. 오형국 목사는 “아카데미에 나오는 선교사들은 그나마 자기의 필요를 스스로 인식하는 분들이다. 다른 나라로 재파송됐을 때 그곳에서 어떤 기독교인을 만들고, 어떤 교회를 세울 것인지를 미리 고민해야 한다. 기복적 성장주의, 영성의 변질, 외형주의 등 과거의 실수를 반복해서는 안 된다”며 선교사들의 성찰을 당부했다.

이창헌 선교사는 “한국교회와 선교 현장을 폭넓고 깊게 이해할 수 있는 과정이 개설되면 좋겠다. 미래 발전과 아울러 변화에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함께 고민하고, 해답을 찾아가면 좋겠다”고 아카데미에 대한 바람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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