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우한에서 발병해 여러 나라로 퍼져가고 있는 코로나바이러스 사태가 우리 사회에도 ‘발등의 불’이 됐다. 확진 판정을 받는 환자들이 하나 둘씩 늘어나면서 감염의 공포가 점점 높아지고 있으며, 전세기로 우한에서 돌아온 우리 교민들을 격리 수용하는 과정 중 벌어진 혼돈과 마찰 또한 큰 관심사로 부각됐다.

극심한 두려움은 사람들로부터 판단력을 앗아간다. 그 결과 주변 모든 것들을 의심하고, 자기보호 본능이 과잉해 사소한 일에도 심한 적개심을 드러내곤 한다. 소위 ‘가짜 뉴스’에 휩쓸려 오히려 상황을 더욱 나쁜 쪽으로 만들어가는 경우도 발생한다. 더욱이 총선을 앞두고 이번 사태를 정치적 셈법으로 바라보는 세력이 악의적으로 현상을 왜곡할 가능성 또한 적지 않다.

이러한 시국에 교회의 역할을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전 세계적인 재앙 앞에 무력한 인간 자신의 모습을 되돌아보는 것과, 당면한 위기가 속히 진정되고 해결책이 마련되도록 기도하는 것은 두말할 나위 없이 그리스도인들이 당연히 취해야 할 태도이다. 경각심을 갖되 덩달아 흥분하지는 말 일이며, 앞장서 안전수칙을 지키는 모범도 보여야 한다.

무엇보다도 사람들을 불안으로부터 진정시키며, 참 소망과 위로를 전하는 것이 우리의 할 일이다. 성경은 교회를 누룩에 비유하며, 진리와 평화를 퍼뜨리는 매개체로 살아가도록 주문한다. 역으로 말하자면 정확한 진위도 파악하지 못한 채 그럴듯한 소문을 전파하는 매개체 노릇으로 사회에 더 큰 혼돈과 혐오를 불러오는 것이 교회가 차마 할 일은 아니라는 말이다.

어쩌면 코로나바이러스보다 더 무서운 게 공포바이러스일지도 모른다. 파급효과가 더욱 크고 인위적으로 생산과 보급이 이루어진다는 점에서 더욱 악한 존재라 할 수도 있다. 인류와 코로나바이러스 사이의 전쟁이 얼마나 갈지는 모르지만 결국, 반드시 멈출 날이 올 것이다. 하지만 거짓과 탐욕으로 무장한 공포바이러스는 이후에도 우리 주위에서 더 치열하고 집요하게 창궐할 것이 분명하다. 세상 끝까지 우리가 치러야 할 전쟁의 상대는 다른 데 있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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