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병호 교수(총신대학교 신학대학원 조직신학)

문병호 교수(총신대학교 신학대학원 조직신학)
문병호 교수(총신대학교 신학대학원 조직신학)

1. 웨스트민스터 총회와 표준문서 수립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서(The West-minster Confession of Faith, 신도게요서)는 선지자와 사도의 가르침, 어거스틴, 칼빈의 맥을 잇는, 오직 성경에 속한 것(of the Bible)만 성경적(Biblical)이라고 믿는 참 신학과 참 신앙의 최고 결정체이다.

웨스트민스터 총회는 1642년부터 5년 6개월 22일 동안 1163차례 회의와 수많은 소위원회로 모였다. 121명의 영국국교회의 청교도 목사들과 약간 명의 회중교회와 감독교회의 파송자들, 3명의 에라스티안(Erastian:교회가 국가 권력에 종속되어야 한다고 보는 사람)과 스코틀랜드 장로교회가 파송한 여섯 명의 대표(이 중 4명은 기초 위원으로서 활약)가 참석했다. 총회에는 30명의 평신도 국회의원도 참석했다.

총회는 기도, 예배, 금식으로 이어졌다. 회의 자체가 경건의 훈련이었다. 그 결과, 1647년 11월 회의를 마칠 무렵에 웨스트민스터 표준문서(The Westminster Standards)라고 칭하는 문건들이 각각의 목적에 부합하게 제정되었다.

신앙고백서(The Confession of Faith)는 성경의 가르침을 종합적이고 체계적으로 기술하여 하나님의 자녀가 신자와 성도와 교인으로서 서 있어야 할 마땅한 자리를 돌아보며 고백하게 했다.

소요리문답(The Shorter Catechism)은 젊은이들의 교육을 위하여 계획되었다. 참 신학과 신앙을 후대에 전승하며, 무엇보다 교회의 한 지체로서 입교하는 자를 가르치는 학습교재로 이를 사용하게 하였다.

대요리문답(The Larger Catechism)은 설교자들을 위하여 계획되었다. 소요리문답이 배우는 자와 말씀을 듣는 자를 위한 것이라면, 대요리문답은 가르치는 자와 말씀을 선포하는 자를 위한 것이었다. 그렇다고 해서 대소요리문답의 내용에 차이가 있거나, 그 심오함이 더하거나 덜하다고 보아서는 안 된다. 총회는 신앙고백서에 못지않게, 아니 그 이상으로, 대소요리문답을 신앙교육서(catechism)로 수립하는 데 시간을 할애하였다.

이와 더불어, 총회는 공예배 지침서(Directory of Public Worship), 장로교정치양식(Form of Presbyterian Government), 시편찬송(Psalter)도 만들었다. 그리하여 명실상부한 장로교 정체(政體)와 장로교 예배양식 및 찬송을 수립하는 일대 쾌거를 이루었다.

2.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서의 의의와 가치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서는 종교개혁 이후 125년 동안의 프로테스탄트 신학을 집대성했다.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서는 칼빈의 신학과 이를 계승, 심화시킨 개혁파 언약신학을 근간으로 한다. 그 근저에는 개혁교회를 지탱하는 다섯 가지 원리가 면면히 흐른다.

오직 성경으로(sola Scriptura), 오직 믿음으로(sola fide), 오직 그리스도로(solo Christo), 오직 은혜로(sola gratia), 오직 하나님께 영광을(soli Deo gloria)!

이 다섯 가지를 아우르는 근본 원리는 ‘오직 성경’이다. 성경은 성령의 감동으로 기록된 하나님의 말씀으로서 믿음과 삶의 유일한 규범이다(딤후 3:16). ‘오직 믿음’은 ‘오직 그리스도’를 믿는 것이다. 구약은 오실 그리스도, 신약은 오신 그리스도를 계시한다. 그러므로 그리스도를 믿는 것이 성경을 믿는 것이고, 성경을 믿는 것이 그리스도를 믿는 것이다(롬 10:17). 그리스도는 구원의 의를 다 이루셨다(요 19:30). 다른 의는 없다. 오직 그리스도의 의만이 우리 구원을 위한 대속의 값이 된다. 그러므로 믿음으로 믿음에 이르고(롬 1:17), 은혜 위의 은혜(요 1:16), 즉 ‘오직 은혜’이다. 이 은혜가 불가항력적이니, ‘오직 하나님께 영광을’ 올리게 된다(롬 11:36).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서의 요체가 여기에 있다.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서를 지지하는 두 축이 되는 사상은 하나님 주권과 성경의 성령 영감에 따른 무오성(無誤性)에 있다. 그리스도 안에서 무조건적 사랑을 베푸시는 전적인 구원의 은혜를 통하여 하나님의 주권은 최고로 계시된다. 성경은 하나님이 친히 원 저자가 되셔서 성령으로 영감된 인간 저자를 통하여 기록하게 하신, 기록된 하나님의 말씀이다.

이러한 두 축을 중심으로 언약신학의 핵심인 그리스도가 구원의 모든 의를 다 이루심, 그가 하나님 우편에서 보혜사 성령을 부어주심으로 그 의를 우리의 것으로 삼아주심, 그리하여 살아남과 살아감, 즉 칭의와 성화의 이중적 은총을 전적인 은혜로 누림, 그 영의 역사로 형성된 교회가 말씀의 선포와 가르침을 통하여 머리이신 그리스도께로 자라감, 교회와 국가가 하나님의 주권 아래서 이루는 조화가 오직 성경의 가르침에 따라서 가장 엄정하고, 심오하며, 은혜롭게 전개된다. 그러므로 이는 가히 성경의 진리를 가감없이 고백한 최고의 신경이라고 할 것이다.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서에는 신약과 구약을 구속사적 관점에서 파악하고 그것을 교회정치의 영역까지 적용하고자 했던 스코틀랜드 장로교의 영향이 가장 현저했다. 스코틀랜드 총회는 1647년 이것을 신앙고백서로 채택했다. 이후 미국과 영국의 여러 장로교회와 일부 회중교회와 침례교회도 이를 채택했다. 우리나라의 장로교단은 1907년에 ‘조선예수교장로회신조(12신조)’를 채택했는데 이는 웨스터민스터 신앙고백서의 영향을 받은 인도장로교회의 신조문을 본 떠 만든 것이었다. 이후 1974년 총회 헌법에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서가 실리게 되었다.

3.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서의 구성과 교리적 분류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서는 총 33장으로 구성되며, 우리가 따르는 조직신학의 종합적-체계적 방법에 비추어 다음과 같이 일곱 부분으로 분류된다.

첫째, 제1장 ‘성경’(Of the Holy Scripture), 제19장 ‘하나님의 율법’(Of the Law of God)은 신학서론에 해당한다. 다만 찰스 핫지(Charles Hodge)는 율법이 은혜의 방편인 말씀의 일부라는 점에 착안해서 교회론에서 이를 다룬다.

둘째, 제2장 ‘하나님과 삼위일체’(Of God and the Holy Trinity), 제3장 ‘하나님의 영원한 작정’(Of God’s Eternal Decree), 제4장 ‘창조’(Of Creation), 제5장 ‘섭리’(Of Providence)는 신론에 해당한다.

셋째, 제6장 ‘인간의 타락과 죄와 형벌’(Of the Fall of Man, of Sin and of the Punishment thereof), 제9장 ‘자유의지’(Of Free Will)는 인간론에 해당한다.

넷째, 제7장 ‘하나님의 언약’(Of God’s Covenant with Man), 제8장 ‘중보자 그리스도’(Of Christ the Mediator)는 기독론에 해당한다. 

다섯째, 제10장 ‘효과적인 부르심’(Of Effectual Calling), 제11장 ‘칭의’(Of Justification), 제12장 ‘양자됨’(Of Adoption), 제13장 ‘성화’(Of Sanctification), 제14장 ‘구원적 신앙’(Of Saving Faith), 제15장 ‘생명에 이르는 회개’(Of Repentance unto Life), 제16장 ‘선행’(Of Good Works), 제17장 ‘성도의 견인’(Of the Perseverance of the Saints), 제18장 ‘은혜와 구원의 확신’(Of Assurance of Grace and Salvation), 제20장 ‘그리스도인의 자유와 양심의 자유’(Of Christian Liberty and Liberty of Conscience), 제21장 ‘예배와 안식일’(Of Religious Worship and the Sabbath-Day), 제22장 ‘합법적인 맹세와 서원’(Of Lawful Oaths and Vows), 제23장 ‘국가 위정자’(Of the Civil Magistrate), 제24장 ‘이혼과 결혼’(Of Divorce and Marriage)은 구원론에 해당한다. 이 가운데 제10~18, 20장은 성도의 구원 자체에 관계되고, 제21~24장은 구원 얻은 성도의 삶에 관계된다.

여섯째, 제25장 ‘교회’(Of the Church), 제26장 ‘성도의 교제’(Of Communion of Saints), 제27장 ‘성례’(Of the Sacraments), 제28장 ‘세례’(Of Baptism), 제29장 ‘성찬’(Of the Lord’s Supper), 제30장 ‘교회의 권징’(Of Church Censures), 제31장 ‘대회와 협의회’(Of Synods and Councils)는 교회론에 해당한다.

일곱째, 제32장 ‘사후(死後) 상태와 죽은 자의 부활’(Of the State of Men after Death, and of the Resurrection of the Dead), 제33장 ‘최후 심판’(Of the Last Judgment)은 종말론에 해당한다.

4. 라틴어 역본에 비춘 번역과 해설과 적용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서는 1647년에 영어본이 출판되었다. 여기에는 성경 인용과 텍스트가 함께 실렸다. 라틴어 번역은 G. D.라고만 역자가 표기되어 1656년과 1659년 캠브리지, 1660년 글라스고우, 1670년, 1694년, 1708년, 1711년 에든버러에서 각각 출판되었다. 라틴어 역본은 원본인 영어본의 뜻을 더욱 분명히 알려준다. 

이번 연재에서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서의 영어 원본을 라틴어 역본에 비추어 가급적 자구에 충실하게 번역하고, 그 역본에 기초하여 신학적인 해설을 한 후, 이를 목양과 성도의 삶에 신앙적으로 적용하고자 한다. 이렇게 함에 있어서,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서에 인용된 성경을 개혁신학의 맥락에서 충실하게 주해하는 데 힘을 쏟을 것이다.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서는 한국 장로교회뿐만 아니라 한국교회 자체의 신학적, 신앙적 근간이다. 차제에 이를 다시금 되새겨 한국교회가 다시금 올바른 신학과 신앙에 서고, 그 가운데 하나가 되는 계기를 마련하게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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