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 안에 이단 그림자가 짙게 깔려있는 현실은 기독교 진리 수호 의식의 부재에서 오는 결과다. 본지는 이단 대책과 흐릿해진 진리의식 회복 방안을 논의하기 위한 특별 좌담회를 마련했다. '편집자 주'

진행 : 박에스더 편집국장

참석자

예장총회 홍성개 목사(동도교회)

예장고신 이용호 목사(유사종교연구위원회 상담소장)

-최근 한국교회 이단 문제와 관련, 가장 관심사는 한국기독교총연합회가 만민중앙교회 이재록씨를 이단으로 규정한 사실이다. 이같은 한기총 결정에 대해 어떤 견해를 갖고 있는가.

△홍성개 목사:이재록씨 이단 규정은 한기총 설립 이래 가장 의미있는 결정이었다. 이단은 △성경 가감 △예수의 구속사역 제한 또는 부인 △직통 계시 △비윤리적이고 반사회적 집단 △시한부 종말론 등을 주장하는 집단이다. 이재록씨는 이런 다섯가지 경우에 대부분 해당한다.

△이용호 목사:많은 교단들이 지금까지는 이씨를 이단으로 규정하지 않았지만 한기총의 이번 결정은 그의 이단성을 명약관화하게 드러냈다. 본인은 한기총 이단연구위원의 한사람으로서 공교회 연합기구인 한기총이 어려운 일을 해낸 것에 자부심을 갖는다.

-이재록씨 문제를 다룬 MBC 'PD수첩'은 한국교회는 물론 일반 사회에도 큰 충격을 안겨주었다. 교계는 'PD수첩' 내용을 놓고 「교계가 못한 일을 해냈다」는 쪽과 「선교를 저해했다」」는 의견이 공존하고 있다. 이 문제를 어떻게 보는가.

△이 목사: 한기총은 교리적인 측면에서 이씨 문제점을 들춰냈을 뿐 도덕이나 개인윤리 차원에서는 다루지 않았다. 그러나 MBC는 사회학적인 관점에서 이씨 문제에 접근했다. 사회고발프로그램인 'PD수첩'은 이씨 문제가 비윤리적이고 반사회적인 비리라고 판단해 자료를 수집하고 프로그램을 편성했다. 결과적으로 PD수첩은 방송중단 사태 등으로 엄청난 시청률을 보였으며 이재록씨로 인한 더 이상의 피해자가 일어나는 것을 방지하는 효과를 나타냈다. 교회가 하지 못한 일을 해낸 것이다.

△홍 목사:물론 매스컴이 어떤 때는 건전한 교회를 파헤쳐 나쁜점들을 드러내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이번 사건만은 내부 고발을 근거로 폭로된 사건이며 객관적으로 많은 해악을 갖고 있던 집단의 문제점을 드러낸 만큼 기성교단에 적지않은 「공로」를 끼쳤다고 할 수 있다.

-만민중앙교회의 MBC강제점거 사건에 대한 수사가 지지부진하다. 사건의 중요성에 비추어 여러 가지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데 그냥 보고만 있어야 하는가.

△이 목사:한기총은 이사건과 관련 성명서를 발표한바 있다. 이 사건의 비호세력을 철저히 다스려 달라는 것과 비호세력이 발견될 경우 그 명단을 공개하겠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또 반사회적이고 비도덕적이고 사기성이 있는 종교활동은 종교법을 통해 법으로 제재해야 한다는 입장을 천명했다. 그러나 현재 수사진행 상황을 보면 교계에서 다시 한 번 신속하고 엄정한 수사를 촉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하는 것은 중요한 의미가 있을 것으로 본다.

-기독교계 일부 사설 신문들은 이재록씨에게 해명의 기회를 줘야하고, 한기총 연구는 문제점이 많다는 쪽으로 여론을 몰아가고 있다. 또한 이재록씨가 일부 언론에 물의를 일으켜 죄송하다고 사과했다며 면죄부를 주는 경우도 있다. 과연 용납될 수 있는 행동인가.

△이 목사:한기총 이단대책위원회는 이재록씨에 대한 연구결과에 이의가 있다면 얼마든지 공개토론회 석상에서 논의하겠다고 제안했다. 그러나 이씨는 엉뚱하게도 이 제안에는 관심이 없는 대신 자신을 두둔하는 일부 사설언론을 모아놓고 자기 입장을 강변하고 있다. 또 이재록씨를 직간접으로 두둔하는 개인이나 언론들은 이씨와 상당히 깊은 관련성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심지어 「한기총 이대위 5000만원 요구설」까지 보도했는데 이것은 말도 안된다. 한기총 이대위 차원에서 이 문제를 다뤄야 한다고 본다.

-한기총의 이재록씨 이단 규정과 관련, 앞으로 교단과 개 교회 및 목회자들이 어떤 입장을 취해야 하는가.

△홍 목사:한기총과 같은 연합기관과 교단 총회 등이 이단을 규정하는 공교회 조직이다. 교단 총회가 이번 한기총 결정을 받아들이기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본다. 교단은 일년에 총회를 한 번밖에 하지않고 교권운동이 강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교단총회는 한기총과 같은 연합기관의 이단규정 결정을 반드시 총회를 통과시키기 전에라도 실제적으로 효력을 거둘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어느 한 대표기관의 규정을 공포즉시 다른 교단이 스스럼없이 수용한다면 이단이 많이퍼진 한국교단의 현실에서 볼 때 의미있다고 본다.

연합기관인 한기총이나 교단 혹은 사설단체라도 이단을 연구하는 기관들은 완전히 하나로 결속이 돼야 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연계는 이단 연구를 효율적으로 지속시킬 수 있고 정확한 결과를 도출할 수도 있다. 건전한 교단의 이단연구위원회와 사설이단연구소 및 한기총 등이 연합적인 운동을 벌일 때 큰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본다.

△이 목사:개인은 물론 심지어 교단도 이단을 대처하는 데는 분명한 한계가 있다. 이제는 함께 뭉치지 않으면 대처할 수 없다. 이번 일을 통해서도 알 수 있듯이 아무리 이단규정이 곧 그 단체의 해체나 세력 약화를 가져오는 것은 아니다. 우선 대개의 이단들은 방대한 조직과 막대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권력과 결탁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MBC도 'PD수첩' 방영과 관련 정치권의 압력을 받은바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성교회를 보호하기 위해서는 이단규정을 계속해나가야만 한다. 이단이 완전히 사라진 한국교회 건설은 사실상 불가능하지만 피아를 분명하게 구분하는 작업을 통해 건전한 교회들의 오염을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단사이비운동을 효과적으로 근절시킬 수 있는 대응 방안은 무엇인가.

△홍 목사:칼빈은 제네바시에 교리학교를 세워 제네바시에 들어오는 사람들에게 교리교육을 시켰다. 우리 한국교회는 현 상황에서 종교의 재개혁이 필요하다. 신학교에서부터 다시 교리교육운동을 벌여야 한다고 본다. 현재의 신학교육은 주경신학과 조직신학 등이 약화되고 있다.

교인들에게 올바른 교리를 가르칠 수 있는 교회를 만드는 작업이 신학교나 교단을 통해 이뤄져야 한다. 적어도 목사 장로만은 확고한 교리를 알고 있는 인물이 돼야 하다.

또 목회자와 장로들의 재교육도 필요하다. 반드시 총회가 기구를 설치해 교단에 속한 목회자나 장로들에게 은퇴할 때까지 재교육을 시켜야 한다. 그리고 이번 한기총의 이단규정과 같은 중요한 결정이 내려졌을 때는 지역별이나 노회별로 이단규정 자료들을 모으고, 교단의 이단대책위원회가 주석을 붙여 노회별로 교육을 실시하거나 자료를 제공해야 피해를 막을 수 있다. 목회자 자신의 변화되는 노력도 역시 필요하다.

△이 목사:교인들에게 「이단사이비 집회에 가지 마라」, 「테이프 듣지마라」, 「비디오 보지 말아라」하는 식의 단속은 이미 한계에 와 있다. 이제는 성도들 스스로 판단할 수 있는 면역성을 길러줘야 한다. 이것을 길러주는 요체가 바로 지도자 문제다.

그러나 지도자 자질문제는 어떤 면에서 치료불능 상태라고 할 수 있다. 이단문제는 목회자 양산이 빚어낸 부작용이고 당연한 결과다. 주위에 널려 있는 무인가신학교 정리가 필수적이다. 또 제대로된 신학교육을 통해 바른 지도자를 배출하고 그 지도자가 교인들에게 분별력있고 이단에 대한 면역성을 키워주는 교육을 시행해야만 예방될 수 있다.

-저질 신학교를 정리하고 목회자와 교인들에 대한 철저한 교리교육, 그리고 이단을 옹호하는 저질 언론들을 몰아내는 것은 바로 이단을 퇴치하는 지름길이다. 건전한 신학과 신앙이 자리잡을 수 있도록 한국교회가 노력해야 할 때가 바로 지금이라고 생각한다.

저작권자 © 주간기독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SNS 기사보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