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창건 목사의 제주교회이야기]

배형규 목사의 순교라는 가슴 아픈 사건을 뒤로 하고 시작된 2008년은 제주선교 100주년의 해였다. 이기풍 선교사가 조선독노회 파송으로 제주 땅을 밟은 지 딱 1세기가 된 시간을 제주의 교회들 뿐 아니라 한국교회 전체가 큰 감사와 의미를 담아 보냈다.

제주도기독교교단협의회는 이 뜻깊은 해를 알차게 맞이하기 위해 3년 전 제주기독교100주년기념위원회(위원장:김정서 목사)를 조직한 후, 공모를 통해 로고와 엠블럼을 확정하고 사업설명회를 개최하며 제주특별자치도로부터 예산지원을 받는 등 준비에 만전을 기했다.

그 결과 4월 27일 서귀포 월드컵축구경기장에서는 370여 교회, 20개 단체에서 2만5000여 명의 성도들이 함께 한 가운데 제주기독교 100주년 기념예배가 열렸다. 특히 이날 행사에는 예장합동 김용실 총회장을 비롯해 각 교단 대표들이 함께 한 가운데, 7% 수준에 불과한 제주복음화율을 전도 나눔 헌신으로 끌어올리자는 내용의 제주기독교 100주년 선언문을 발표했다.

제주선교 100주년을 기념해 1세기의 제주교회 역사를 담은 타임캡슐을 매립하고 있다.
제주선교 100주년을 기념해 1세기의 제주교회 역사를 담은 타임캡슐을 매립하고 있다.

또한 선교 2세기를 맞은 제주교회의 과제를 모색하는 기독교지도자 세미나를 개최하고, 제주교회 및 기독교단체 총감과 100주년 기념 영상물을 제작하는 등 바쁜 일정이 이어졌다. 기념사업의 대미는 12월 29일 대한민국 최남단 마라도에 제주기독교 100주년 기념비와 이기풍 이도종 배형규 목사의 순교비를 건립하고, 이기풍선교기념관에는 100년의 역사를 담은 타임캡슐을 매설하는 행사로 장식했다.

교단별로도 활발한 기념사업들이 펼쳐졌다. 예장합동 제주노회에서는 총신대 박용규 교수의 집필로 <제주기독교회사>를 발간해 굴곡 많았던 제주기독교 100년 역사를 한 권의 책에 담았다. 또한 제주선교 100주년 기념집회를 마련해 복음사명을 다시 점검하고, 38개 교회에서 100개 교회로 부흥하자는 소망을 나누기도 했다.

예장통합 제주노회도 산하 교회 전체가 함께 모여 기념예배를 갖는 것을 비롯해 제주기독교소아암재단 설립, 제주기독교 100주년 기념화보 출간 등의 사업을 펼치면서 ‘주는 교회’ ‘세계선교에 이바지하는 교회’로의 도약을 다짐했다.

하지만 그해 가장 뜻깊었던 사건은 예장합동 예장통합 기장 합신 등 한국장로교회를 대표하는 4개 교단이 각각 제주에서 총회를 개최하던 중, 9월 24일 제주국제컨벤션센터에 함께 모여 연합예배를 드린 것이다.

‘60년만의 연합과 일치’라는 의미를 담은 이날 집회에 참석한 4개 교단 총회 총대와 교회연합기관 대표, 제주지역 목사와 장로 등 5000여 명은 한국장로교회 제주선언문을 발표했다. ‘은혜의 100년 섬김의 100년, 겸손과 사랑으로 세상에 희망을’이라는 제목의 선언문에서 교단 분열의 과거사를 참회하고, 복음의 교훈을 성실하게 실천할 것을 결의했다.

당시의 다짐과 결의는 12년이 지난 현재에도 유효하며, 제주의 교회를 더 높은 비전으로 인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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