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 욕망에 가린 ‘정체성 회복’ 고민 컸다


대망의 2020년이 밝았다. 한국교회가 소금과 빛의 역할을 감당하기 위해 과거를 돌아보고 오늘을 진단하고 미래를 예견해 보는 것은 의미가 있을 것이다. <2020, 리포트> 기획의 첫 회는 타임머신을 타고 1990년대 말로 돌아가본다. 21세기를 목전에 두었던 1997년부터 2000년까지 <기독신문> 사설 내용들을 중심으로 한국교회가 고민했던 것이 무엇이었는지 알아본다. <편집자 주>

 국가와 관계

1997년 2월 19일 <기독신문>은 ‘국가 위기상황과 한국교회 역할’이란 제목의 사설을 실었다. 한국교회가 사회에 대해 관심을 갖고 예언자적 사명을 감당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나라살림이 바로 내 살림이다>(3.15일자) 사설에서는 IMF 사태를 예견이라도 하듯 우리나라의 무역적자가 55억 달러라면서 노사의 양보와 국민의 절약정신을 강조했다.

1997년 12월 IMF가 터지고 명예퇴직이라는 미명 아래 가장들이 길거리로 쫒겨날 때는 금 모으기 운동 동참과 교계의 긴축재정을 강조했으며 이런 때일수록 교회는 위축되지 말고 사랑실천을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통일문제에 많은 관심을 보이면서 남북정상회담을 지지했으며 비록 구호금이 불투명하게 전달된다고 하더라도 대북지원은 중단하면 안된다고 밝혔다. 노근리사건 진상규명, 의문사 수사를 촉구하기도 했고, 수해와 지진 등 재난이 있을 때는 교회의 참여를 독려하면서 교단에게 상시재난대비 체제를 마련해야 한다고 제안하기도 했다.

단군상 건립 및 무속행위 반대, 낙태와 유전자 복제 실험 중단, 국가고시 주일시험 폐지 등을 외치기도 했다. 사설에 나타난 이러한 한국교회의 입장은 국가의 정책에 적극적으로 지지를 보내면서도 국가의 발전은 경제적인 부나 군사적인 무기 축적을 통해서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깨우치고자 함이었다.

21세기를 앞둔 한국교회는 성경적 가치관 구현이 조국 대한민국을 위한 이상적 목표라는 생각을 가지고 국가 시책을 최대한 긍정적으로 보며 빈곤층이나 차별 문제 등 국가 시책의 빈틈이 있는 곳을 그리스도의 사랑으로 채우겠다는 생각을 가졌다.
 
 교세감소

1990년대 말 한국교회가 내적으로 가장 관심을 가졌던 문제는 교세의 감소와 그 대책이었다. 1997년 3월 12일 ‘기독교인구 감소, 어디서 잡을 수 있나’ 사설의 내용을 잠시 들여다 보자. 사설은 1995년 통계청 인구조사 결과를 소개하면서 기독교인구 비율이 19.7%로 불교(23.2%)에 비해 뒤졌다면서 분발을 촉구했다. 또 기독교세 증가율도 1960년대 16%였던 것에서 1993년에는 무려 0.6% 수준으로 하락했다고 알렸다.

1998년 6월 10일에는 ‘왜 교회를 떠나는가’를 통해 “우리나라 역사상 처음으로 기독교인 수가 불교인 수를 앞질렀다는 반가운 조사결과가 나왔다”고 소개했다. 한국갤럽의 조사결과 기독교인은 전체 인구의 20.3%로 불교의 19.2% 천주교의 7.4%를 앞질렀다. 그러면서 사설은 다만 개종인구의 58.4%가 개신교에서 타종교로 이동한 것이어서 염려스럽다고 지적했다. 교세 감소에 대한 우려는 매년 반복되는 사설주제였다. 2000년 ‘교세냐 교법이냐’(2000.6.7)에서는 “1990년대에 이르러 한국교회의 성장이 마이너스로 돌아섰단다”라면서 교세회복의 방법은 교회성장의 방법을 모색하는 것이 아니라 성경적 가치와 교회법과 질서를 지킴을 통해 내실을 회복하는데 있다고 강조했다.

그 당시 지적됐던 교회의 문제점 가운데 눈에 띄는 것은 연합기관의 분열과 신뢰 저하였다. ‘개신교 대표기관이 없다’(1997.4.2.)에서는 교회연합기관이 수십개지만 대표성이 있는 기관은 없다고 언급했다. ‘기독교는 기구를 통합하라’(1997.8.13.)는 교회에 대한 공격을 막기 위해서 대표성있는 연합기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기총 새대표회장에게 바란다’(1998.2.11.) ‘교단연합 큰 틀 안에서’(1998.12.23.) ‘개신교는 한 목소리를 내야 한다’(1999.4.21.)등의 사설도 하나의 연합기구를 만드는 것이 한국교회가 발전할 수 있는 길이라고 외치는 내용이었다. 교단적으로는 금권선거 방지가 가장 큰 문제로 지적했다. 총회 임원선거 뿐만 아니라 상비부 선거도 타락했는데 총회선거관리위원회는 금권선거나 부정선거를 적발하지 못한다면서 개탄했다.

21세기교단부흥발전기획단이 마련한 중장기 계획이 시행도 되기 전에 흐지부지된 것을 안타깝게 여기면서 정책총회가 되어야 앞서갈 수 있다고 호소했다. 1990년대 한국교회는 사명을 다하기 위해 교회가 영향력을 가져야 하며 그 영향력은 교세 증감으로 가늠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교세가 안정적으로 성장하려면 눈에 보이지 않는 더욱 수많은 중요하고 쉽게 변하기 어려운 요인들, 즉 교회의 정체성 회복과 관련된 해야 할 것과 하지 말아야 할 일들,이 개혁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백석대 석좌 이상규 교수는 “1990년대 한국교회는 1970년대 이후의 성장, 곧 세속적 성공에 취해 정신적 비무장상태였다”면서 “세속적 부와 영예추구, 교회와 교회 기관의 분열, 교회 혹은 교인 상호간의 대립과 법적 소송, 대형교회의 목회 세습, 지도자들의 윤리적이지 못한 생활, 외부적 도전에 대한 둔감 등 기독교적 정체성을 상실한 모습으로 사회적 지탄을 받기도 했다”고 평가했다.

이 교수는 “2020년대 들어서 기독교는 물리적인 반대가 아니라 제도적 법률적 탄압에 직면할 수 있는 상황에 처해있다”면서 “기독교회는 이론적으로 신앙의 자유를 확보하는 데 주력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변화 수용하면 더 큰 영향력 얻어”


‘컴퓨터 선교’ 선구자 이영제 목사 “도전하자”

한국컴퓨터 선교회 대표 이영제 목사가 교회는 항상 시대의 변화를 읽고 변화하는 시대에 맞게 복음을 제시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한국컴퓨터 선교회 대표 이영제 목사가 교회는 항상 시대의 변화를 읽고 변화하는 시대에 맞게 복음을 제시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1986년 이영제 목사(한국컴퓨터선교회 대표, 주앙교회 담임)가 한국컴퓨터선교회를 창립했을 때 사람들은 컴퓨터와 선교가 어떻게 연결될 수 있는지 의아해했다. 컴퓨터의 유용성을 알게 된 이들은 누구나 한번쯤 한국컴퓨터선교회 홈페이지를 클릭했고, 거기 엄청난 자료들이 축적돼 있다는 사실을 알고 놀랄 수 밖에 없었다.

이영제 목사는 선교와 전도를 위한 CD, 지도, 자료들을 속속 만들어냈으며 유명 기업의 경영자들에게까지 컴퓨터에 대해 강의를 했을 정도로 선구자의 길을 걸었다. 최근에는 평생 쌓았던 노하우를 토대로 ‘바이블웨이성경공부’ 과정을 개설했으며 <가족성경>을 발간하기도 했다.

“과거에 컴퓨터로 선교가 될 수 있느냐는 질문을 많이 받았습니다. 저는 그 때 이렇게 대답하곤 했지요. ‘저도 잘 모릅니다. 그런데 미국이 서부를 개척하던 때 너도 나도 금광을 캐겠다면서 사람들이 이동했습니다. 거기에 금이 있다면 횡재한 것이고 만일 금이 없었다면 그 사실을 다른 사람에게 알려주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지 않았겠습니까? 컴퓨터라는 생소한 분야에 도전하겠다고 생각할 때 저의 심정이 그러했습니다.”

이영제 목사는 “1960년부터 한국사회에 컴퓨터라는 물결이 몰려오고 있는 것을 보았다”면서 “그 물결이 한국교회에 득이 될 지 실이 될지를 자신할 수 없었지만 따라가지 않으면 나중에 교회가 뒤쳐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에서 뛰어들었다”고 회상했다. 이 목사는 “언제든지 새로운 문화가 다가오면 거부감과 두려움을 갖게 되고 초기에는 그것을 악용하는 이들이 활개치기도 한다”면서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 반드시 대응문화도 따라오기 때문에 일시적으로 성행하는 뒤틀린 문화현상 때문에 변화를 거부할 필요가 없다”고 강조했다.

이 목사는 “21세기를 앞둔 1990년대 한국사회와 교회는 미래에 대한 두려움과 기대를 동시에 가졌다”면서 “그러나 결과적으로 변화를 두려워하기 보다 기대하면서 변화의 물결에 적응하려고 했던 쪽이 더 큰 영향력을 갖게 됐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 목사는 “당시 많은 교회들이 변화를 거부하면서 ‘교회성장’을 그 이유로 내세웠다”면서 “교회성장은 한국교회의 거의 절대적인 신념이었지만 지금은 교회성장을 목표로 한 많은 세미나와 프로그램들이 한계가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됐다”고 덧붙였다.

이 목사는 “한국교회가 가야할 길은 성경적인 교회상 또는 선교적 교회의 모습을 구현하는 것”이라면서 “이 길이 하나님이 지시하신 일이라는 확신을 가지고 내적인 개혁과 외적인 변화에 두려움 없이 도전하자”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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