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천목사(분당중앙교회)

최종천목사(분당중앙교회)
최종천목사(분당중앙교회)

2019년이 며칠 있으면 역사의 무대 뒤로 사라질 것이다. 2020년을 맞이하기 위한 나름의 마음이 있으리라. 새 시대와 새 역사는 반드시 달력의 숫자가 바뀌었다고 오는 것은 아니다. 숫자는 다만 숫자일 뿐이고, 그 숫자에 담긴 내용에 의해 새 구간 새 시대가 될 수도 있고, 지루한 어제의 반복이 더 지루함을 가중시킬 갑갑한 우리 앞의 시간이 될 수도 있다. 이제 남은 며칠간이라도 정리할 것을 정리하고, 한 해 동안 비록 작은 것이라도 이루어 받은 힘을, 그리고 정리하여 비우고 새것을 수용할 그릇의 넓음을 가져야한다. 올 한 해를 돌아보며 수많은 정리할 사항 중 다만 한 가지를 꼭 짚고 넘어가려고 한다.

힘이 없을 때는 이기고 싶다. 그러나 힘이 있을 때는 여유가 생기고, 페이스를 조절하려고 한다. 상대의 마음과 얼굴을 살피며 한번쯤 슬며시 져줄 수 있는 여유와 아량이 있어야 진정한 힘이 생긴다. 상대에게 굴욕과 좌절을 주고 승리하면, 어떤 형태로든 반드시 보복이 따른다. 그 보복에 대해서조차 짓밟아 이기려하고, 근원조차 싹을 잘라야겠다고 표독하게 마음먹으면, 내 인성은 잔인의 극을 달리고 어느새 괴물이 되어 스스로 붕괴되는 길은 필연이다.

상대가 없는 나 자신과의 고독 속에 진전하는 절대 절명의 전투는 목숨 걸고 싸워서 승리하고 나 자신을 극복해야만 한다. 그러나 상대가 있어 누군가 승자와 패자가 결정되고 그것이 실존의 상황과 정서까지 영향을 미치고, 엎어진 사람이 죽지 않고 언젠가 비척거리고 일어나는 싸움이라면, 그 이후까지를 생각하는 것이 지혜롭다. 결국 인간세계의 삶은 상생이고 상존이다. 같이 살아가는 세상이고 삶이고, 서로를 인정하고 수용함으로 삶은 어울려 살아간다. 미세먼지 가득한 날도 어쩔 수 없이 마스크 쓰고 밖에 나가 활동할 수밖에 없는 삶의 일들이 우리에게는 반드시 있다.

요즘 세상 돌아가는 모습을 보면, 이러한 사실을 잊은 것 같다. 절대 그냥 죽는 사람 없고, 그냥 지는 사람도 없다. 인생은 누구나 뒤끝이 있다. 뒤끝 없는 사람은 없다. 그 잔상 속에 남아 있는 패배의 인상은 사람을 왜곡시키고, 원수를 남기고, 나를 너를 그리고 우리 모두를 파멸의 길로 접어들게 한다. 이겨도 원수를 남기지 않아야하고, 져도 원수를 가슴 속에 남겨두지 않아야 한다. 우리 인간 사회에는 이루기 어려워도 “우아한 승리, 우아한 패배”를 연출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역사란 흘러가는 장강이라 주어짐을 받아들이는 것이기도 하고, 그 역사의 우아함과 소중함을 인정해 기여코자 하는 이들에 의해, 일부 적은 부분이 그들의 노력과 피땀으로 만들어지는 역사의 부분도 있다.

인생의 보복의 심정은 나와 너 우리 모두에게 결국은 영향을 끼쳐 공멸의 길로 떨어지게 하고, 그 가운데 반드시 나도 포함된다. 내가 죽어서라도 그가 망하는 모습을 보고 싶은 삶과 사회는 비극의 삶과 사회이고, 이러한 상처를 차단하는 것이 바른 지식인이 선도해야할 몫이다. 하나님이 아닌 이상 영구한 힘도 영구한 승리도 없다. 자연의 섭리는 웨이브다. 그 굴곡인 싹이 남, 잎이 나고 번성함, 열매 맺음, 물들어 화려한 순간을 넘어 잎 마르고 떨어짐, 나뭇잎 한 장 없이 빈 가지로 누구에겐가 앞을 보여주는 자신을 버림으로 시야를 열어주는 자연에의 헌신, 그리고 소멸과 새로운 생성에의 기여. 이것은 연이어지는 생성과 소멸을 통해, 또 다른 생성과 소멸로 영원을 이루는 하나님 섭리의 법칙이다. 백년 천년 가는 생명도 없고, 힘도 권력도 없고, 박수 받을 위업과 인생도 없고, 그냥 일정한 부분 누구에겐가 도움 되면 감사한 유한된 삶이다. 자연은 언제나 순서를 바꾸었고, 가장 약한 생물의 개체가 가장 번성하여 자연의 균형을 이루었다. 그것에 넘침은 욕망이고, 욕망은 허무한 물거품 되어 스러졌을 뿐이다.

나와 달라서 그가 필요한 것이고, 지금은 내게 승리가 필요해 이길 뿐이다. 언젠가는 그가 승리하는 것이 더 긴 안목의 내 승리를 담보해줌을 알기에, 나와 다른 자가 필요하고 그가 승리함도 필요함을 아는 자만이 비교적 긴 기간의 평안을 누릴 것이다. 낮에는 일해서 행복하고, 밤에는 쉬어서 행복하고, 어쩔 수 없이 산을 올랐으면 내려와야 하고, 다음 날 그 산을 또 다시 올라가야함을 알기에 빈 가슴 공허한 마음이라도 허허 웃으며 악수하고 손잡아 줄 수 있는 삶이 축복이다. 이 세상 모든 일은 결국 내 뜻대로는 안 되고, 하나님의 뜻대로 흘러간다. 그 하나님을 신뢰하고 바라보고 가는 것이 믿음이다. 완승도 없고, 완패도 없다. 하나님의 법칙, 자연의 법칙은 순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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