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과진리교회’ 호칭 파괴하며 ‘친밀한 권위’ 인정
장년·청년세대 “동등하게 존중받고 함께 사역한다”

예수님은 평화의 왕으로 이땅에 오셨다. 반면 우리는 세대갈등, 빈부갈등, 이념갈등, 남녀갈등, 동서갈등, 남북갈등, 한일갈등으로 사분오열되고 있다. 예수님의 몸인 교회는 다를까? 교회도 보이지 않는 갈등과 분쟁으로 홍역을 앓고 있다. 이에 교회 갈등의 대명사인 ‘세대갈등’을 극복할 방안을 마련했다.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장년과 청년이 한 가족이 되고, 형제자매가 된 교회의 스토리를 소개한다. <편집자 주>

#장면1 교회 마당에 마련된 농구코트. 사내들의 거친 숨소리와 환호성이 들린다. “엠제이(MJ)랑 창식이 형! 파울 아니에요?” “어? 그래, 미안해.” 빛과진리교회에서는 김명진 담임목사를 엠제이라고 부른다. 장로는 ‘형제’ 또는 ‘형’으로 불린다.

자유투에 이어지는 격렬한 몸싸움. 20대 청년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것 자체가 무모해 보이지만, 빛과진리교회에서는 흔한 일상이다.

경기 후 모두가 둘러앉아 찬물을 들이킨다. “창식이 형 뱃살 관리해야 할 것 같아요.” “그러게 말이야.” 굵은 땀방울로 뭉친 사내들의 의리는 세대 차이를 해소시킨다. 20대와 60대가, 청년과 당회원이 장벽 없이 대화를 나누는 모습이 부럽기도 하다.

교육관 6층 당회원실. “빛과진리교회에는 세대갈등이 없다”라는 말이 사실인지 확인하기 위해 즉석 게임을 시켜봤다. 한 청년이 “교회 공식 몸풀기 게임을 하자”고 제안하자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장로들과 청년들이 ‘단체 묵찌빠’ 게임을 시작했다. 생각을 공유하고, 시간을 공유하고, 삶을 공유하기에 그들에겐 갈등이 없다.
교육관 6층 당회원실. “빛과진리교회에는 세대갈등이 없다”라는 말이 사실인지 확인하기 위해 즉석 게임을 시켜봤다. 한 청년이 “교회 공식 몸풀기 게임을 하자”고 제안하자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장로들과 청년들이 ‘단체 묵찌빠’ 게임을 시작했다. 생각을 공유하고, 시간을 공유하고, 삶을 공유하기에 그들에겐 갈등이 없다.

#장면2 교회 주방. 20대 청년과 50대 여 집사의 손놀림이 바쁘다. “자매님, 지난번에 했던 불닭 볶음밥 정말 맛있더라.” “그건 자매님의 특제 소스 덕분이죠.” 권사들이 주방에서 누리는 권세를 ‘국자 권력’이라고 부른다. 하지만 빛과진리교회에서는 국자 권력이 없다.

드디어 식사 시간. 담임목사라고, 장로라고 예외가 없다. 모두 배식을 받기 위해 줄을 서야 한다. 오히려 대기 줄은 세대를 잇는 줄이며, 세대 간 대화의 장이다.

설거지. 누구나 싫어하는 잔반 처리와 설거지는 남자 형제들의 몫이다. 60대 장로도, 20대 남자 청년들도 마치 매일 하던 일처럼 자연스럽게 앞치마를 두른다. 주방에서는 서열도 권력도 없다. 서로를 위해 기쁨으로 봉사하는 사랑만 넘친다.

빛과진리교회는 ‘청년 교회’로 불린다. 3500명의 성도 중에 3000명이 청년으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이다.

청년 교회이기 때문에 청년 중심의 의식구조가 강하다. 대표적인 것이 교회 구성원 전체가 ‘형제’와 ‘자매’로 부른다는 것이다. 20년 넘게 교회에 출석하고, 60대 중반을 넘겨도, 직분이 장로나 권사여도 예외가 없다. 심지어 친밀도가 높으면 20대 청년이 60대 장로에게 ‘형’이라고 부른다.

“호칭 자체가 갈등 또는 친밀감을 보여주는 열쇠라고 생각합니다. 장로에게 형제라고 부르는 것 자체가 세대 간의 장벽을 허무는 첫 출발점입니다.” 김창식 장로의 말이다.

그렇다고 질서도 없고 엉망이라는 뜻이 아니다. 하나님은 질서의 하나님이시기에 빛과진리교회 또한 질서와 교회의 권위를 철저하게 고집한다. 특히 제자훈련이 강력하기에 청년들은 당회원들을 ‘스승’이라고 여기고, 당회원들은 청년들을 목숨을 기꺼이 바칠 수 있는 ‘제자’라고 아낀다. 임기천 장로는 “친밀함 속에는 영적 권위를 인정한다는 의미가 녹아 있다”고 설명했다.

사실 20대 청년들도 60대 어른에게 형제, 자매라고 부르는 게 쉽지만은 않았다. 하지만 호칭의 변화는 세대갈등을 허물고,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 안에서 한 가족임을 강하게 인식시켰다.

“솔직히 우리 아빠보다 연세가 많으신 어른에게 형제라고 부르는 것이 어색했어요. 세상에서 쉽게 사용하는 단어가 아니잖아요? 그래서 시간이 좀 걸렸죠. 하지만 적응하니 이것만큼 좋은 게 없는 것 같아요.” 이혜연 청년의 말이다.

“교회는 권위적이고 고리타분할 것이라는 편견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빛과진리교회는 장로님들과 농구를 하면서 친구처럼 지내고 세대갈등도 없었습니다. 저에게는 신선한 문화충격이었죠. 운동을 하면서 자주 대화를 하니깐 벽이 허물어졌고, 소통도 잘 됐습니다.” 허정석 청년의 말이다.

호칭이 매개체가 되건, 운동이 매개체가 되건, 주방 봉사가 매개체가 되건 핵심은 장년세대와 청년세대가 동등하게 존중을 받고, 함께 일하며 소통한다는 점이다. 정주리 청년은 “과거에 다니던 교회에서는 청년이 어른을 섬기는 것을 당연시 여겼다”면서 “그러나 빛과진리교회에서는 장년과 어린이가 함께 율동하고 찬양한다. 교회의 궂은일도 청년과 어른이 함께 봉사한다. 장년세대의 헌신이 멋있어 보였다”고 했다.

“세상 어른들 사실 권위적이잖아요? 그 인식이 깨지는 게 쉽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나이 많은 형제가 저를 위해 헌신하고 봉사하는 모습, 진짜 허물없이 대해주는 자세, 권위가 아닌 동등함의 관계가 생각을 바꾸게 했습니다.” 이임표, 김용래 청년의 말이다.

“청년은 관리의 대상이 아닙니다. 하나님의 나라를 위해 함께 동역하는 관계라고 생각합니다.” “꼰대 기질을 가지기 시작하면 청년과 멀어집니다. 청년에게 변화하라고 말하지 말고 내 생각을 바꾸면 됩니다.” “청년들도 교회의 주요한 사역과 의사 결정 때 참여시키면 주인의식을 갖게 됩니다.” “시간을 함께 해야죠. 운동과 같은 취미를 공유하고, 생활을 공유하면 됩니다.” 빛과진리교회 김원봉 김창식 마경민 임기천 장로의 말이다.

“버릇 없으니까 청년이다”

청년들은 계급 아닌 영적 질서에 순종한다

당회와 청년이 ‘인싸’가 되는 비결은 소통과 동등함이다. 소통은 위에서부터 시작한다. 권위주의를 벗어던지고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동등함을 입는다면 청년은 교회 인사이더가 될 것이다. 김명진 담임목사(뒷줄 왼쪽 세 번째)와 당회원들, 청년들이 영적 인싸임을 증명하고 있다.
당회와 청년이 ‘인싸’가 되는 비결은 소통과 동등함이다. 소통은 위에서부터 시작한다. 권위주의를 벗어던지고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동등함을 입는다면 청년은 교회 인사이더가 될 것이다. 김명진 담임목사(뒷줄 왼쪽 세 번째)와 당회원들, 청년들이 영적 인싸임을 증명하고 있다.

“우리 교회는 청년들과 대화를 나누지 않습니다.” “갑자기 대화의 장을 마련하라고 하면 교회가 시끄러울 것 같습니다.” “우리 교회는 역사와 전통이 있는 교회인데…. 될까요?”

취재를 위해 적잖은 교회에 연락을 취했지만 돌아오는 답변은 “당회와 청년의 간극이 커 불가하다”는 말이었다.

청년세대가 교회의 권위주의에 신음하고 있다. 그 신음이 지속되면 세대갈등이 되고, 청년들은 아웃사이더가 돼 교회를 떠나게 된다.

그렇다면 해법은 무엇일까? 빛과진리교회 김명진 담임목사는 “청년의 행동과 생각을 그냥 좋아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기성세대에게 자주 하는 말이 있다. ‘버릇없으니깐 청년이다’로 청년들의 돌발적이고 창조적인 생각을 긍정적으로 받아주라는 뜻”이라고 강조했다.

“우리도 과거에 어른들에게 버릇 없다는 말을 듣고 살았습니다. 그런데 우리가 장년이 되어서 똑같은 말을 하면서 청년들과 멀어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 교회는 기성세대에게 ‘청년의 행동과 생각을 그냥 좋아하라’고 부탁합니다.”

그렇다고 교회의 질서를 깨라는 뜻은 절대 아니다. 김명진 목사는 “빛과진리교회는 오히려 목회자와 장로의 영적 권위를 존경한다”면서 “청년들은 계급에 머리를 숙이는 것이 아니라 교회의 영적 질서에 기쁜 마음으로 순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김명진 목사는 청년사역의 시작은 ‘소통’과 ‘동등함’이라고 강조했다. “소통은 위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동등한 의식을 갖는 것이 청년사역의 시작”이라고 말한 그는 “나이가 많거나 적거나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한 지체이며, 가족이고 형제이며 자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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