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춘복 목사, 은퇴 10년 전 후임 정해 미래 준비
“윤영배 담임목사 도와 건강한 성장 이어가달라”

남현교회 이춘복 원로목사(오른쪽)와 후임 윤영배 담임목사가 함께 교인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남현교회 이춘복 원로목사(오른쪽)와 후임 윤영배 담임목사가 함께 교인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지난 11월 30일 서울 개봉동 남현교회에서는 감사와 축복, 눈물이 가득했다. 이춘복 목사 원로 추대와 윤영배 담임목사 위임을 감사하는 예배의 자리였다. 이날 이춘복 원로목사는 강단에 오르는 대신 영상으로만 인사를 전했다. 성도들 앞에 눈물을 보이고 싶지 않아서다.

“내가 눈물을 흘리면 성도들이 측은하게 생각할 것 아니에요. 나는 정말 감사하고 기쁜데…. 나는 내가 달려갈 길을 후회 없이 달려왔을 뿐이에요.”

이 목사는 1981년 교회를 개척해 40여 년을 남현교회와 더불어 살았다. 수많은 하나님의 은혜의 역사 가운데, 이 목사는 스스로를 다잡는 몇 가지 원칙을 세웠다. 첫째는 비움의 목회였다. 교회의 모든 어려움은 담임목사의 욕심에서 나온다는 생각으로, 스스로를 낮추고 또 낮췄다.

“목사가 욕심을 비우면, 자기도 편하고 성도도 편해요. 비교의식 경쟁의식 때문에 스스로를 괴롭게 할 필요가 없어요. 나는 처음부터 하나님께 성도 30명만 주시면 만족하겠다고 했어요. 하나님이 허락하시는 대로 다만 진실하게 목회하자고 생각했죠.”

이춘복 목사가 1981년 11월 29일 개척한 남현교회는 현재 성도 수 3000명의 대형교회로 성장했다. 윤영배 목사는 “원로목사님이 너무나 잘해 오셔서 제가 누를 끼치지 않을까 염려될 뿐”이라며 “다만 원로목사님이 해 오신 길을 따라가려 한다”고 말했다.
이춘복 목사가 1981년 11월 29일 개척한 남현교회는 현재 성도 수 3000명의 대형교회로 성장했다. 윤영배 목사는 “원로목사님이 너무나 잘해 오셔서 제가 누를 끼치지 않을까 염려될 뿐”이라며 “다만 원로목사님이 해 오신 길을 따라가려 한다”고 말했다.

비움의 목회는 자기를 부인하는 일이기도 했다. 자신의 집을 팔아 첫 예배 처소를 마련하고, 남현교회 어디 하나 자신의 손때와 눈물이 안 묻은 곳이 없지만, 이 목사는 한번도 남현교회를 자신의 것이라 생각하지 않았다.

“교회만 잘되면 나는 가려져도 되요. 목사나 장로나, 자신을 드러내기 위해, 자기의 억울함을 해소하기 위해 교회가 어려움을 겪게 해서는 안 되죠.”

둘째는 성실한 목회였다. 이 목사의 퇴근시간은 보통 밤 11시였다. 새벽기도 인도부터 시작해, 철저하게 출근시간을 지키고, 밤에도 가장 늦게까지 교회를 지켰다. 단순히 교회에 있는 시간이 오래였던 것이 아니라, 설교 준비는 물론 각종 업무를 철저히 감당했다.

마지막으로 이 목사는 준비하는 목회를 했다. 5년 앞, 10년 앞을 내다보며 목회계획을 세웠고, 교회 재정 준비 또한 마찬가지였다. 2003년부터 시작한 ‘열린교회’와 ‘문화선교’ 콘셉트도 미래를 준비하는 차원이었다. 이 목사는 2002년 안식년 기간 동안 연구와 국내외 탐방 등을 통해 다음세대 목회와 교회상을 연구했고, 2003년부터 교회의 체질을 송두리째 바꿨다. 갑작스런 변화였음에도 불구하고, 성도들은 이 목사를 지지해줬고, 그 결과 남현교회는 비약적으로 성장했다.

10년 전에 후임 담임목사를 정한 것도 미래를 준비하는 차원이었다. 교육전도사 시절 남현교회에 부임해 4년 동안 사역했던 윤영배 목사를 이 목사는 유심히 봤고, 윤 목사라면 자신에 이어 남현교회를 훌륭히 섬겨갈 수 있을 것이라 판단했다. 혈연관계도 아니었고, 지연, 학연도 일절 없었다. 오로지 남현교회를 잘 섬길 수 있는 사람이 누구인가만 고민했다.

“윤 목사가 언어 표현에 은사가 있어요. 메시지가 좋죠. 판단력도 바르고, 성품도 좋아요. 사모 역시 엘리트임에도 불구하고 무척이나 겸손하고 친화적이에요.”

너무 서두르는 것이 아니냐는 당회의 우려도 있었지만, 이 목사는 당회를 설득했고, 마침내 당회의 동의를 얻었다. 그 후 윤 목사는 남현교회에서 3년간 부목사로 다시 섬겼고, 남현교회의 지원으로 캐나다에서 4년 동안 유학을 했다. 귀국 후에는 2018년부터 이 목사로부터 본격적으로 담임목회를 배웠고, 지난 2월 공동의회에서 후임 담임목사로 최종 결정됐다.

이 목사는 적지 않은 교회들이 후임 선정 과정에서, 또 목회를 이양한 후에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서 조기에 후임 담임목사를 정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고 강조했다.

“담임목사가 은퇴할 시점에는 보통 청빙위원회가 후임을 뽑는데, 그러면 전임 목사와 후임 목사가 관계성을 맺을 수가 없어요. 미리 후임 목사를 정하고 몇 년 사역을 함께 하면 목회철학과 운영방법도 전수할 수 있고, 이양 후에도 혼란이 없죠.”

사진은 원로 추대 및 목사위임 감사예배 축하 장면.
사진은 원로 추대 및 목사위임 감사예배 축하 장면.

특별히 남현교회의 목회 이양은 이 목사의 아들이 목사인 터라 더 눈길을 끈다. 이 목사는 “아들이 공부도 제법 했고, 설교도 잘 하지만 아들에게 교회를 물려준다는 생각은 한 번도 안 해봤다”며 “10년 전에 후임을 정한 것도 그런 오해를 피하자는 생각 때문이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 목사는 앞으로 선교와 작은 교회를 섬기는 일에 힘쓸 계획으로, 남현교회는 철저히 윤 목사에게 맡길 생각이다. 원로목사실을 현 남현교회 예배당에서 10분 거리에 있는 구 예배당에 마련한 것도, 교회와 후임 목사에게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서다.

더불어 이 목사는 성도들에게도 “내가 원로목사지만 앞으로는 평신도의 마음으로 담임목사 말씀을 먹고 살겠다. 나를 대하듯 담임목사를 대하고, 나를 사랑하듯 담임목사를 사랑해 달라”며 아름다운 목회 이양을 위해 함께 노력해 줄 것을 여러 차례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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