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탄특집] 희망을 노래하는 아이들 인도 바나나합창단
[성탄특집] 희망을 노래하는 아이들 인도 바나나합창단
한국 찾아 행복 전합니다
  • 박용미 기자
  • 승인 2019.12.16 19: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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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물처럼 온 희망, 첫 성탄에 눈꽃처럼 전하고 싶어요”
 

“한국은 많이 춥긴 하지만 너무 아름다워요. 사람들도 친절하고요.” “처음 보는 겨울 날씨에 한국에서 노래할 수 있어서 정말 기뻐요.”

찬바람이 날리는 12월, 인도에서 따뜻한 선물을 든 손님들이 찾아왔다. 희망을 노래하는 아이들, 바나나합창단 20명의 단원들이다. 바나나합창단은 김재창 지휘자(월드샤프)가 인도 최하층민 아이들을 모아 구성한 합창단으로, 노래를 통해 자신의 삶을 변화시키는 것은 물론 그 아름다운 하모니를 곳곳에 전하며 희망을 꽃피우고 있다. 올해는 12월 한 달 간 한국을 방문해 그 행복을 전하는 중이다.

“한국 방문, 꿈일까봐 걱정했어요”

“오디션을 통해 한국에 가는 팀으로 선정됐을 때 너무 기뻤어요. 믿기지 않아서 이게 정말인가, 혹시 꿈은 아닌가, 취소되면 어떡하나 여러 번 걱정했어요. 비행기를 타고 출발하고 나서야 ‘아, 진짜 가는구나’하고 마음을 놓았어요.”

인도 바나나합창단이 12월 한달 간 한국을 방문, 따뜻한 하모니로 성탄의 기쁨을 함께 나누고 있다. 서울스카이 등 한국 곳곳을 방문해 즐거운 한 때를 보내기도 한다.
인도 바나나합창단이 12월 한달 간 한국을 방문, 따뜻한 하모니로 성탄의 기쁨을 함께 나누고 있다. 서울스카이 등 한국 곳곳을 방문해 즐거운 한 때를 보내기도 한다.

이번 내한팀의 막내 사힐(12)은 큰 눈동자를 이리저리 굴리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그도 그럴 것이 지금 사힐이 보고 듣고 경험하고 있는 모든 것들은 인도에서는 상상도 하지 못했던 일이다. 너무 가난해 태어난 지역 밖으로 나가본 일도 없었는데 비행기를 타고 한국이라니. 한국 방문은 단원뿐만 아니라 그 가족들에게까지 큰 축복이자 경사였다. 공항으로 배웅을 나온 가족들은 비행기 안까지 들어가 인사하고 싶다고 떼를 쓸 정도로 자녀와 형제자매의 출세(?)를 진심으로 축하했다.

바나나합창단은 초청한 여러 교회에서 음악회를 열고, 한국 곳곳을 방문하며 세계를 보는 눈을 넓혔다.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추운 날씨에 놀란 것도 잠시였다. 서울스카이 123층 꼭대기를 찾았을 때는 끝도 없이 올라가는 승강기에 무서워하다가도 발 아래로 내려다보이는 마천루에 신이 났다.

“인도는 이런 건물도 없고, 이런 자연도 없어요. 산도 강도 너무 예뻐요.” 푸른 이파리가 다 지고 앙상한 나뭇가지만 남은 한겨울의 한국이지만 단원들의 눈에는 천국과도 같았다. 쓰레기 더미, 더러운 물, 폐허와도 같은 집에 둘러싸여 살던 아이들은 어딜 둘러봐도 깨끗하고 맑은 자연환경에 온 마음을 빼앗겼다. 끊임없이 재잘거리며 서로의 감상을 나누기 바빴다.

“한국 성도들의 격려, 못 잊을 것 같아요”
마냥 천진난만했던 아이들은 무대에 오르자 눈빛이 달라졌다. 매번 다른 무대, 다른 환경에서 공연을 해야 하기 때문에 세밀한 리허설은 필수다. 완벽을 추구하는 김재창 지휘자는 마이크와 조명까지 챙겨 다닌다. 보통 10여 곡 가량을 부르는데, 동선도 복잡하고 율동도 많기 때문에 여러 번 맞춰봐야 한다. 호랑이 선생님으로 소문난 김 지휘자의 손짓 하나에 아이들이 집중한다. 바나나합창단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 <바나나쏭의 기적>의 영어 제목이 <Singing with Angry Bird>일 정도니 말 다했다.

본 무대 전 김재창 지휘자(왼쪽)와 진지하게 리허설을 하고 있다.
본 무대 전 김재창 지휘자(왼쪽)와 진지하게 리허설을 하고 있다.

“무대에서 지휘자님이랑 눈이 마주치면 너무 무서워요.” 라차나(17)는 아직도 김재창 지휘자만 보면 떨린다고 엄살을 부린다. 하지만 김 지휘자와 단원들의 사이는 누구보다 끈끈하다. 솔로 파트를 맡은 라차나가 “무대에서 실수할까봐 걱정 된다”고 하자, 김 지휘자는 라차나를 따뜻하게 안아주면서 “걱정하지 말라, 잘 할 수 있다”고 다독인다. 다른 단원들도 열심히 목을 풀고 옷매무새를 가다듬으며 무대를 준비한다. 한창 멋 내기를 좋아할 나이의 아이들. 여자 아이들은 거울 앞에서 떠날 줄을 모르고, 남자 아이들도 항상 챙겨 다니는 빗을 꺼내든다.

드디어 올라간 한국에서의 첫 무대. <임마누엘> <생명의 양식> <약할 때 강함 되시네>와 같은 찬양에서부터 어떻게 한국어를 외웠는지 <아리랑> <메밀묵 찹쌀떡> <동요 메들리>까지 아름다운 목소리가 공연장을 가득 채웠다. 방과 후 매일 같이 모여 연습을 한 보람이 있었다. 한국 관객들은 아낌없는 박수를 보내며 단원들을 축복하고 격려했다. 아이들은 성도들의 따뜻한 사랑에 만면에 웃음이 떠나지 않았다.

“행복을 전하는 합창단 되길 바라요”
“저는 노래 부를 때 정말 행복하거든요. 우리 노래를 듣고 사람들이 행복해졌으면 좋겠어요.”
사힐, 라차나와 같이 꿈도 희망도 없이 살던 인도의 아이들에게 노래는 삶을 바꾸는 동기이자 기쁨이 됐다. 가난과 차별 속에 묻혀 눈치만 보던 아이들이 합창단을 하면서 눈에 띄게 밝아졌다. 의사 표현도 확실해졌고, 사람들에게 먼저 다가가 인사도 하게 됐다.

10년 전 바나나합창단에서 꿈을 키웠던 프라작타와 데보라는 학교 선생님이 되어 후배들을 가르치고 있다. 프라날리는 간호대학에 진학했고, 신두자는 학생회장이 됐다. 김재창 지휘자는 “아이들이 엄청난 사람이 되길 바라는 것은 아니다. 바나나합창단에서 복음을 알게 되고, 예의와 도덕과 정직을 배워서 가족과 친구, 주변에 선한 영향력을 끼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내비쳤다.

군포제일교회에서 인도 전통옷을 입고 공연하고 있는 단원들.
군포제일교회에서 인도 전통옷을 입고 공연하고 있는 단원들.

성탄절이 다가오면서 단원들은 기대에 부풀어 있다. 뿌리 깊은 힌두 문화권인 인도에서 성탄절은 특별한 의미가 있는 날이 아니다. 바나나합창단 단원들 중에는 교회를 다니지 않는 아이들도 있기 때문에 아직 성탄절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기뻐하고 서로 사랑을 나누는지 알지 못한다. 그래서 추운 겨울 한국에서 경험할 성탄절이 더 궁금하다.

“인도에는 성탄절이 없어요. 성탄절이 예수님이 태어나신 날이라는 건 알지만, 특별히 인도에서는 이를 기념하거나 축하하지는 않거든요. 곧 한국에서 맞이할 성탄절이 너무 기대가 돼요. 한국은 어떻게 예수님 탄생을 기뻐하는지 알고 싶어요.”

올해 성탄절에는 눈이 내렸으면 좋겠다. 아이들이 처음 보는 하얀 눈을 마음껏 맞으며 예수님의 사랑을 온 몸으로 느끼기를, 한국에서 받은 사랑을 고스란히 가지고 돌아가 또 다른 이들에게 축복의 통로가 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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